"연내 전환 신청" 대구은행, 시중은행 자극제 될까

노명현 2023. 7. 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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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산분리·자본금 등 요건 충족
금융위 "지방 여수신 경쟁 확대"
김태오 "자금조달 유리·브랜드 강화"
"메기효과 제한적"회의론도

국내 시중은행이 6곳(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대구은행)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을 신청하고, 금융당국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인가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금융당국은 30여년 만에 시중은행이 추가되고 지방은행이 없는 지역에서 여수신 경쟁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GB금융그룹 역시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자금조달에 여유가 생기고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해 고객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시중은행과의 자산 규모는 물론 지점 수 등 격차가 커 단기간 직접 경쟁을 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존 시중은행들은 대구은행 등장에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시중은행 전환으로 인한 경쟁 강화에는 회의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그래픽=비즈워치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1번 타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일 국내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지난 2월 은행권 경쟁촉진 방안 마련을 위해 관련 TF를 가동했고, 15차례 회의를 거쳐 방안을 마련했다.

은행 경쟁촉진 방안 중 단기간 실현이 가능한 내용으로는 기존 금융사의 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기로 한 부분이다. 앞서 제도개선 TF는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검토하기로 한 바 있다.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첫 신호탄을 쏜다. 시중은행 인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까닭이다. ▷관련기사: 은행업 진출 문 연다…대구은행 신호탄 쏠 듯(7월5일)

지방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자본금 기준 문턱이 낮다. 시중은행은 자본금 1000억원 이상인 반면 지방은행은 250억원 이상이다. 대구은행 자본금은 1분기 말 기준 6806억원이다. 

시중은행 전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꼽히는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 요건도 갖추고 있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을 4% 이상 보유할 수 없다. 

대구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DGB금융지주는 국민연금공단이 8.78%로 최대주주이고 오케이저축은행 8%, 우리사주조합과 삼성생명이 각각 3.85%와 3.35%를 보유하고 있어 은산분리 요건도 충족한다.

시중은행 전환 요건을 갖춘 만큼 사업계획서 금융위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금융위는 지방을 거점으로 하는 만큼 지방은행으로서의 자금공급 역할과 시중은행과 경쟁을 위한 새로운 사업 방향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3일 진행한 사전 브리핑에서 "신청서를 아직 받지 않은 상태지만 문제가 없다면 빠른 시일 내에 인가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심사할 때 지역자금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지, 어떤 사업계획을 갖고 전환하려는지 등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3일 진행한 은행 경쟁촉진 사전 브리핑에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대해 설명했다,/사진=금융위원회

경쟁 촉진 기대 vs 메기효과 제한적

금융위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대해 '30여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 진입과 지역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 출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기존 은행들의 인수·합병 등을 거쳐 지금의 5대 은행 과점체제가 됐는데 이 기간 새로운 시중은행 인가는 없었다. 시중은행은 1992년 평화은행 인가가 마지막이다. 

DGB금융그룹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자금조달이 이전보다 유리해지고 브랜드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연내 인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검토하고 추진할 계획"이라며 "지역은행 본연의 역할은 충실히 하고 전국 영업에 따른 이익과 자본을 지역경제에 재투자해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중은행 전환으로 자금조달이 유리해지고 수도권 영업에서도 브랜드를 시중은행과 대등하게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축적된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를 활용해 수도권과 지방은행이 없는 강원과 충청 등 보다 넓은 지역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은 5일 진행된 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 참석했다.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김 회장은 연내 대구은행을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새로운 시중은행 등장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지만 기존 시중은행들은 메기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경쟁 촉진에 있어선 큰 의미를 갖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인터넷은행 한 곳이 추가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가 후 초반에는 시중은행들도 긴장하는 등 일부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자금조달 개선을 통한 금리 경쟁력 강화 등 시중은행을 위협할 수준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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