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간 부진했던 대구은행에 혜택 논란
지방은행 없는 충청권 흡수론도 갸우뚱
산업정책 아닌 정치적 선택 해석 많아
[아이뉴스24 이효정,박은경,이재용 기자] 31년 만에 시중은행 인가를 추진하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두고 벌써 논란이 일고 있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5일 시중은행 전환 시 "본점은 대구에 두지만, 은행명은 바꾸는 걸 고려하고 있다"며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새로운 시중은행 인가로 은행의 과점 체제를 깨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점에서 산업 정책적 의사결정이라기보다는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새 플레이어 등장 갑론을박
이번 금융당국의 발표는 은행권의 경쟁 촉진과 구조 개선을 위해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을 새롭게 인가해 경쟁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1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 탄생이다.
그러나 TF 논의 과정에서도 과점 깨기 기대 효과에 관한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새로운 플레이어를 통해 과점 깨기를 시도했지만, 현재까지 그 기대는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도 여러 현실 상황을 고려하면 기대 효과는 매우 불확실한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이 내세운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강원권 지역을 전환 시중은행 대구은행이 공략할 수 있다는 내용도 논란이다. 강원권은 별도로 떼고 보더라도 충청권은 이미 옛 충청은행을 하나은행이 흡수했고, 충청권에서 전통적으로 강했던 옛 조흥은행을 인수한 신한은행이 고스란히 승계한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TF에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인가는 자본 요건 등이 되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면서 "지방은행이 영업 범위에서만 제한이 있을 뿐이지 시중은행과 다를 바가 없어 시중은행 인가로 지점을 내줘도 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든, 신규 시중은행 인가 등을 해줘도 기존 은행들의 인지도가 워낙 높아 과점이라는 부분이 즉시 완화하는 효과는 없다. 인지도를 쌓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TF의 결정에 따른 기대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의 영업 관행 TF 내용에서 눈에 띄는 것이 없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지급결제의 보험업, 신용카드업 허용 등은 내용이 빠져 실제로는 알맹이가 없다"고 촌평했다.
◆DGB금융지주 지배구조 문제 없나
대구은행은 지배구조 측면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데 따른 결격 사유는 없다. 현재 대구은행의 대주주인 DGB금융지주는 국민연금이 8.78%(3월 말 기준)의 지분을 갖고 있다. OK저축은행이 8%, 우리사주조합이 3.95%를 보유하고 있다.
JB금융지주는 삼양사가 지분 14.14%를 갖고 있다. BNK금융지주는 부산롯데호텔, 롯데쇼핑, 롯데장학재단 등 롯데 관계사들이 지분 11.14%를 갖고 있어 사실상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수가 없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려면 삼양사와 롯데가 의결권을 4% 이내에서만 행사해야 하는데, 이 경우 지배권을 상실할 수 있어서다.
DGB금융은 표면상 금산 분리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다. 삼성생명이 DGB금융 지분 3.3%만 갖고 있어서다. 그러나 대구은행과 삼성의 관계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이 직접 자본을 투입해 대구은행 창립 때부터 인연을 맺었고, 주요 주주로 계속 남아 있었다.
2019년 삼섬생명이 DGB금융 지분 3.6%를 블록딜로 내놔 삼성생명의 지분은 6.95%에서 3.35%로 줄었고, 표면적으로는 삼성이 주주로서 대구은행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없더라도 그리 간단한 관계는 아니라고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 DGB금융 성장세 덜한데 시중은행 전환
DGB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성장세가 좋지 않았다. 경영 성적표는 좋지 않은데 시중은행 전환이라는 티켓은 거머쥔 상황이 됐다.
DGB금융의 지난해 순익은 4천16억원으로 2013년보다 80.4% 증가했다. 괄목할 만한 성장세 같지만 같은 기간 BNK금융은 166.1% 성장했다. JB금융은 지난해 6천10억원을 벌어들여 같은 기간 22배나 폭풍 성장했다.
은행의 지방금융지주 순익 기여도가 80~90% 되는데 BNK금융과 JB금융은 각각 경남은행, 광주은행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운 덕이다. BNK금융의 총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60조원으로 DGB금융지주 91조원보다 1.76배 많다.
결국 3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희비를 가른 건 금산분리 원칙 하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역 금융의 활성화를 위해 인접 은행을 사들이고 덩치를 키워 지역 산업과 금융 서비스를 확대한 곳들이 규제 완화 혜택에선 배제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해 6월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금산분리가 그동안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산업과 기술 변화 등을 보면 과거의 금산분리가 현 상황에 맞는지 개선할 필요가 없는지 검토할 시점"이라며 "필요하다면 금산분리 등 기본원칙도 일부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이재용 기자(jy@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승연 회장, ㈜한화·한화에어로 보은사업장 찾아
- [11월 3주 분양동향] '아크로베스티뉴' 등 9532가구 분양
- '킹달러'에 10월 달러 예금 31억달러 팔아치웠다
- 윤정부 과학기술 정책 '혁신‧강국' 도약 가시화?…현실은 대략 난감
- 과기정통부, 2024년 전파방송산업 진흥주간 운영
- 휴대폰 5G 가입자 3500만 육박…1년새 10.6% 늘어
- 尹 "베트남 인프라 사업에 한국 기업 지속 참여 기대"
- [전문] 한-페루, 광업·방위산업 투자·교류 확대하기로
- [시승기] 35도 측면 경사·85cm 물웅덩이 거뜬…G바겐 첫 전기차 'G580 EQ'
- 한일 정상, '북러 파병' 강한 우려…더 긴밀히 공조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