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수다] '사냥개들' 하수호 "고문신 4일간 촬영...명장면 탄생해 기쁘다"
[SBS 연예뉴스 ㅣ 강경윤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냥개들'에서 '사냥개들'은 사람의 목숨보다 돈이 먼저인 사채업의 세계에서 힘과 권력에 복종하는 인간 군상을 일컫는다. 사냥개들을 부리는 악랄한 사채업자, 스마일 캐피탈의 김명길(박성웅 분) 사장의 오른팔 역할을 맡아 눈에 띄는 배우가 있다. 극 중 경찰대에서 불명예 퇴학을 당한 뒤 비상한 머리로 메인 빌런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또 다른 사냥개 임장도 역을 맡은 배우 하수호(39)다.
그는 액션물 '사냥개들'에서 빌런의 한 축을 담당한다. 임장도는 출세길이 막힌 뒤 매서운 눈매로 탐욕의 길을 걷는 인물이다.
"짐승은 때리면 물어. 자기보다 세든 약하든 상관없어. 그냥 물어"라는 '사냥개들'의 주제를 관통하는 대사가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줬던 이유는 하수호가 임장도의 비뚤어진 욕망을 리얼하게 그렸기 때문이다.
데뷔 이후 100 작품 넘게 장르와 역할을 가리지 않고 탄탄히 기본을 쌓아온 하수호는 임장도와의 만남을 필연이자 선물로 여기는 듯했다. 허준호, 박성웅, 이해영 등을 비롯한 걸출한 배우들과 멋진 작품이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부문 1위에 올라섰을 때는 "정말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 어떤 미사여구를 붙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행복했어요. 좋은 캐릭터를 맡은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작품까지 잘 되어서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니까 믿기지 않았죠. 간혹, '작품 잘 봤어요', '어느 작품에서 봤어요'라고 하는 분들은 만났는데, '임장도 역의 하수호 씨죠?'라고 저의 역할 이름을 또렷이 기억해 주시는 분들을 많이 만나서 더욱 즐거웠습니다."
202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하수호는 '사냥개들'을 첫 촬영한 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수호가 맡은 임장도는 '사냥개들'의 거의 막바지에 캐스팅이 완료됐다. 하수호는 '사냥개들'이 뜻밖의 우연처럼 찾아왔다며 신기해했다.
"감독님이 임장도 역을 놓고 고심을 하고 계실 때 조감독님과 피디님께 임장도 역에 맞을 것 같은 배우 한 명씩 추천해 달라고 하셨나봐요.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두 분이 동시에 저를 추천하셨다고 해요. 지금도 생각하면 닭살이 돋아요. 조감독님은 10년 전 작품에서, 피디님은 영화 '명랑' 때 사무실에서 뵀던 게 전부였거든요. 그럼에도 두 분이 저를 추천해 주셨다는 게 정말 감사했고, '인생을 정말 잘 살아야겠구나'를 한번 더 느낀 계기였어요."
하수호는 임장도 역의 날렵한 이미지를 위해 캐스팅이 확정되기 전부터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철저한 식단 조절과 운동으로 2주 만에 76kg이었던 체중을 69kg까지 감량했다. '사냥개들' 촬영 내내 그는 체지방 8% 대를 유지했다. 노력한 건 외적인 부분 만은 아니었다. 하수호는 "임장도를 더욱 설득력 있게 그리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임장도가 더 맹목적이고 탐욕적일 수 있을까, 어떤 가치관에 집중해야 할 지를 끝없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하수호가 십분 열정을 발휘할 수 있도록 힘이 되어준 건 선배 박성웅의 존재였다.
"후배 입장에선 박성웅 선배님을 어려워할 수밖에 없잖아요. 첫 촬영 전에 선배님을 뵈러 가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정말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후배들이 작품 안에서 정말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도록 해주시는 분이었어요. 존경스러운 부분을 많이 확인을 했죠. 이 작품을 통해 선배님과도 개인적으로 가까워졌고 배우의 길에 대해서도 많은 얘길 해주셨어요."
하수호에게 '사냥개들' 속 고문 장면을 빼놓을 수 없다. 김명길의 충실한 사냥개였던 임장도의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극의 변곡점이 되는 순간이다. 하수호는 역시 이 장면을 가장 힘들었던 장면인 동시에 최고의 장면으로 꼽았다.
그는 "고문 장면만 13분이 이어진다. 극적인 고통스러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감독님과 정말 세심하게 얘기를 나눴고, 많이 배려해 주셨다. 허준호(최태호 분) 선배님과 눈빛을 마주치며 긴 감정 연기를 하는데 배우로서는 감동적인 경험이었다."고 자부했다.
"그 장면을 총 4일 동안 찍었어요. 의자에 청테이프로 묶여서 찍으니 지금도 청테이프만 보면 닭살이 돋을 정도예요.(웃음) 물론 촬영 중간중간에 쉬긴 했지만 한 자리에서 계속 찍다 보니 힘들긴 하더라고요. 이상이(홍우진 분)가 물도 가져다주고 담배도 꺼내서 입에 물려주기도 했죠. 다들 최고의 장면을 만들어내기 서로 도우며 끈끈하게 촬영을 했어요."
'사냥개들'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하수호는 오는 9월 디즈니+ '한강'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 2015년 '의형제'로 데뷔를 한 뒤 드라마 '응답하라', '나의 해방일지', '스토브리그' 등에서 차곡차곡 내공을 쌓은 덕분이다. 하수호는 "의사, 보디가드, 깡패, 형사 등 비슷비슷한 역할을 할 때도 있었지만 롤 크기에 상관없이 나는 배우이고, 한 번도 배역을 같은 색깔로 하려고 한 적은 없었다. 그런 노력들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수호에게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은지에 대해 물었다.
"배우를 선택한 이상, 저는 드라마와 영화라는 기록 속에 남는 존재일 거예요. 그만큼 좋은 한 장면에 잘 서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얼마 전에 촬영을 하다가 하늘을 봤는데 하늘이 정말 예쁘더라고요. '이 하늘과 함께 찍히는 내 모습이 아름다울 수 있겠다'란 생각을 했었어요. '사냥개들'에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피범벅인 장면이든 따뜻한 장면이든, 거기에 오롯이 잘 서있을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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