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 만난 경남행복교육지구①] 갈등이 예고하는 질적 저하
279개 마을배움터 수업 질 하락 예상…2학기 일부 배움터 폐쇄
[편집자주] 경남도교육청과 경남도의회가 행복교육지구 추경 예산 삭감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다. 도교육청이 요청한 추경 예산이 의회에서 전액 삭감돼 사업 차질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업현황과 예산 삭감 배경 등을 중심으로 경남행복교육지구 운영을 둘러싼 현안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경남=뉴스1) 박종완 기자 = 경남도교육청의 행복교육지구 사업이 난관에 봉착했다. 지난해 도의회는 도교육청 본예산 심사과정에서 행복학교 운영 66억여원 중 10억 4000여만원, 행복교육지구 운영 74억여원 중 30억여원, 행복마을학교 24억여원 중 12억 1000여만원 등 관련 예산 절반 가량을 삭감·조정했다. 이에 도교육청은 해당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 6월 1차 추경 예산에 해당 사업 운영비로 37억여원을 요청했으나 모두 삭감당했다.
도의회는 △마을교사의 정치적 편향성 △교육 중립성을 훼손하는 이념·사상교육 등 가치 교육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고 삭감 이유를 설명했다.
박종훈 교육감은 행복교육지구 예산 삭감으로 "아이들의 행복이 박탈당했다"며 여러 차례 도의회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박 교육감은 교육청 산하 기관에 해당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대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린 상태다.
◇ 지역이 학생을 키우는 행복교육지구 사업
행복교육지구 사업은 학교와 지역사회가 소통하고 협력해 공교육을 혁신하는 것으로 도내 18개 시군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2017년 김해시를 시작으로 2021년 창원시까지 참여하며 경남 모든 지자체가 교육청과 지역교육공동체 구축을 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역과 함께하는 학교 지원을 목표로 △마을 연계 교육과정 편성·운영 △지역 특성 살리는 학교 운영 등을 과제로 한다. 또 마을교육공동체 조성을 위해 △마을배움터·네트워크 운영 △마을교육공동체 역량 강화를 추진한다.
행복교육지구는 2022 개정 교육과정과도 맞물리는 정책이다. 개정 교육과정은 지역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학교 교육과정 자율권 확대에 따라 교과(군)별 및 창의적 체험활동의 20% 범위에서 시수를 증감하도록 개선했다. 교육과정 재구성 시 지역연계 교육과정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해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지역만의 특색 있는 수업이 가능하다.
현재 도내 18개 시군에 있는 마을배움터에서 다양한 마을교사들이 지역을 학생들에게 알리고 있다. 지역 역사를 가르치며, 인물을 재조명하고 있다.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지역'이 행복교육지구에는 존재하는 것이다.
지역 사회가 강조되면서 지역소멸 극복 가능성도 엿보인다. 아이들이 모이면서 어른이 늘어나고 마을이 살아나며 지역 사회가 건강해지는 순기능을 보이고 있다. 남해군은 행복교육지구 사업으로 학생들이 늘어나며 마을이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였고, 통영시는 학생들이 야외 활동을 통해 어른들과 가까워지며 마을교육공동체가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 줄어든 예산에 사업 축소 불가피
행복교육지구 사업 축소는 불가피하다. 박 교육감이 행복교육지구 사업 운영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지만 기존 예산이 있어 당장 폐쇄는 어려워보인다.
다만 수업의 질적 하락은 예상된다. 해당 사업은 지자체 예산 절반과 교육청 예산 절반 등으로 운영된다. 올해 행복교육지구 예산 편성을 보면 김해시가 6억원을 집행하고 도교육청이 3억원을 낸다. 원래 기초지자체와 교육청이 동일한 대응 투자를 해왔지만 지난 해와 올해 1차 추경에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균형이 어긋났다.
때문에 행복교육지구 사업 중 일부는 질적 하락이 우려된다. 당장 2학기부터 마을주민 등이 교사로 참여해 학생들과 문화, 예술, 놀이 등을 나누는 경남의 마을배움터 279곳에서 운영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 일부 마을배움터는 폐쇄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도교육청 학교혁신처 관계자는 "줄어든 예산으로 마을교사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를 추진하기 힘들고, 사업의 질적 하락이 예상된다"며 "일부 마을교사들은 인건비를 주지 않아도 학생들을 돌보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마을교육공동체 조성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는데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pjw_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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