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수신료 분리징수 의결…졸속처리 vs KBS 방만경영 결과(종합)

심지혜 기자 2023. 7. 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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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수신료 납부 의무 여전"
국회 野 "공영방송 길들이기…후속 조치 방안 마련 후 시행해야"
[과천=뉴시스] 김진아 기자 = 김효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5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07.05.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국민들은 앞으로 KBS 수신료와 전기료를 각각 따로 납부해야 한다. 수신료-전기요금 통합징수방식이 30여년 만에 분리징수로 바뀌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5일 전체회의에서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한전이 전기요금 고지행위와 결합해 수신료를 고지·징수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TV방송수신료는 방송법에 따라 TV수상기를 가지고 있는 국민이 납부(월 2500원)해야 하는 의무로 KBS와 EBS의 재원으로 활용된다. 이는 현재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에 합산 징수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납부의무가 없는 경우에도 징수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의신청이나 환불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방통위는 "1994년에 도입된 수신료-전기요금 통합징수방식이 KBS 재원에는 기여했으나 국민들이 수신료를 납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거나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따로 납부하는 선택권도 갖기 어려웠다"며 "시행령 개정을 통해 불편을 해소하고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분리 납부할 수 있는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이번에 의결한 개정안을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공포한 날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과천=뉴시스] 김진아 기자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간사를 비롯한 고민정 위원 등이 5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전체회의에 앞서 김현 상임위원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23.07.05. bluesoda@newsis.com

국회 과방위 野 의원 항의방문…"통합징수 고수하다 입장 바꿔"

다만 이날 시행령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반대 의견도 상당했다. 전체회의에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승래·고민정·민형배·이정문·정필모 의원은 방통위에 항의 방문했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 의원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추진에 대해 "공영방송을 길들이거나,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졸속· 폭력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통위는 합의제 행정기구로 국민을 위해 객관적이면서도 정책의 중립 담보해야 하는데, 숫자적 우위를 앞세워 반대 의견을 일방적으로 묵살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항의를 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 수신료 징수 방식이 바뀐다 해도 납부 의무가 사라지는 게 아닌 만큼 국민 편익이 올라간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혼란이 있을 것"이라며 "공영방송 체계를 흔들 수 있는 중차대한 일인 만큼 충분히 숙의하고 합의를 이끌어 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체회의 시작 이후 야당이 추천한 김현 상임위원은 시행령 개정의 절차적 문제를 꼬집으며 "공영방송 재원 문제를 졸속처리하는 것은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30년 동안 사회적 합의로 진행돼 온 방송법 시행령을 의결하는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위원장의 직권남용으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위원회는 이미 형해화 된 상황"이라고 규탄했다.

김 위원은 수신료 징수 방식이 방통위 설치 이후 공식 논의가 한 번도 없었고, 사무처가 8차례에 걸쳐 국회에 ▲특별부담금 ▲결합징수의 효율성과 합리성 인정 ▲법원에서도 결합징수의 공익이 더 크다 ▲분리징수 시 악의적인 수신료 납부회피 등이 발생해 선의의 납부자들에게 부담이 전가 된다는 등의 이유로 '현행유지 필요'를 공식 입장으로 낸 것 점을 제시하며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유예 기간을 두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김 위원은 "한전과 2024년 12월까지 계약도 돼 있는 상황"이라며 "시행령 개정으로 분리 징수 방법을 만들어야 하는 데다 비용도 상하고, 시행 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없는 만큼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통령실 비서실이 권고한 수신료 분리징수 후속 조치 이행방안과 공영방송 위상 및 공적 책임 이행 보장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김 위원은 "의결에 반대한다"면서 "전체 재적 인원 중 과반수로 처리하도록 돼 있는데 현재 3명인 상황에서 1명이 없으면 2명이 해서 과반수가 넘는다고 보는 게 과연 이 게 방통위 설치법에 맞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TV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방통위원 2명으로 의결하는 것은 헌법·법률 위반"이라며 회의장을 떠났다.

방통위 "KBS 통제 아닌 국민 불편 해소…수신료 납부 의무 유지된다"

이상인 상임위원은 김현 위원의 일방 퇴장에 유감을 나타내며 "KBS 수신료 관련 법령에 절대 불변의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며 얼마든지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한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시행령 과정에 대해서도 "사무처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이라 하자가 없다"고 했다.

수신료 분리 징수가 공포 이후 유예 기간 없이 실시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국민의 신속한 권린를 위해 입법 예고 기간까지 단축한 사안"이라며 "개정의 목적이 KBS 이익 침해보다 옳기 때문에 별도의 경과 규정을 두지 않고 바로 시행하는 게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은 이번 개정안이 KBS 통제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는 "반대와 우려의 시각도 상당하지만, 수신료를 전기 요금에 부당하게 결부해 징수하지 말라는 국민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며 "공영방송인 KBS의 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주장과 개정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의견, 대안이나 후속 조치를 미리 마련한 다음 시행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으나 수신료 폐지가 아닌 분리징수인 만큼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분리 징수에 따른 후속 조치 마련에 대해서는 "시급한 국민 불편을 해소한 다음 이어서 논의로 결정할 수 있다"며 "KBS와 한전은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합리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위원장 직무대행인 김효재 부위원장은 KBS를 비판하며 분리징수가 된 이유를 되짚어 봐야 한다고 질책했다.

그는 KBS가 낸 의견서를 근거로 들며 "수신료 규모가 6000억원 대에서 1000억원 대로 6분의 1토막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며 "수신료가 편의점 도시락 가격에도 못 미치는 금액임에도 국민이 지금처럼 반 강제가 아닌 선택하도록 하면 자발적으로 내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배경으로는 KBS의 방만경영을 지목했다. 김 부위원장은 "현재의 KBS는 공공 자산인 전파를 가지고 구성원의 이익 극대화에 사용하고, 특정 정당을 유리하게 하는 방송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피같은 수신료를 고품격 콘텐츠 생산에 투입하는 게 아닌 자신들 월급으로 탕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한 두 번이 아님에도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 부위원장에 따르면 KBS는 2010년 전체 인원 중 37%에 달하는 인건비 비중을 2014년까지 29.2%로 줄이겠다고 했지만 33%로 낮추는 데 그쳤다. 2020년에는 36.8&로 오히려 늘었으며 2021년 말에는 56.2%로 절반을 넘겼다. 또 지난해 KBS 인력 4400여 명 중 1억이 넘는 고위직도 56.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500여 명은 보직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 부위원장은 "감사원이 업무 처리 부적격으로 주의 처분을 내렸음에도 시정하지 않았다"고 "KBS는 더이상 방송의 주인인 국민을 향해 따질 게 아니라 스스로 냉정하게 돌아보고 반성하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KBS "공정성 경영효율화 해법 마련…분리징수 숙고 필요"

KBS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처리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회적 논의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다.

KBS는 "입법예고 기간 40일의 1/4에 불과한 10일의 예고만으로 통과시켰다"며 "당사자인 KBS의 의견진술 요청이 이유없이 거부됐고, 징수비용 급증과 현장의 혼란을 우려하는 한전의 의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공정성과 경영효율화에 대한 문제 지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법을 마련해 국민께 보고드리겠다"며 "공영방송 KBS라는 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충분한 숙고와 토론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다만 방송법에 따라 수신료 납부 의무가 여전하다는 것,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례를 통해 특별부담금인 수신료에 대한 납부 선택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확인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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