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각자도생인가…일본 현직 의사가 말하는 방사능 ‘희석정책’의 본질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2023. 7. 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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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원전 정치경제학<24>

지난 4일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후쿠시마오염수 최종보고서가 발표됐다. ‘안 봐도 비디오’라고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였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계획에 대해 “문제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내 언론도 여·야당도 이를 놓고 각자 해석이 다르다.

미디어오늘(2023년 7월 5일)은 ‘아침신문 솎아보기’에서 ‘IAEA 보고서 결과 ‘무한신뢰’ 보낸 신문과 ‘의구심’ 보인 신문’이란 제목으로 국내 언론의 찬반 보도를 비교해 내보냈다. IAEA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결정을 내린 결과를 두고 조선·동아일보 등은 과학적 검증이 끝난 만큼 정부가 국민 불안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했지만, 경향신문·한겨레는 조사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맞섰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IAEA 보고서 내용을 인용, 후쿠시마 오염수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3면 <한국 바다에 삼중수소?… IAEA “日 방류 3km 지나면 영향 없어”> 보도에서 “최종 보고서에서 IAEA는 처리 후 한국 등 먼바다로 흘러간 오염수에서 삼중수소를 탐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방류로 인한 환경 영향과 인체 피폭 영향이 미미할 정도로 낮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한겨레는 IAEA가 오염수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3면 <일 정부 자료로만 평가… 정화 기술 검증 빠진 채 “문제없다”> 기사를 내고 “이번 보고서에는 오염수 방류의 적정성을 가늠할 결정적인 근거인 다핵종제거설비(ALPS)에 대한 기술적 검증이 빠져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IAEA가 일본 정부에서 제출한 자료를 기반으로 조사를 했다면서 “오염수 방류가 한국 등 인접국에는 어떤 이득도 주지 않고, 크든 작든 피해만 준다는 점이 사실상 무시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5일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어민과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상대로 열린 오염수 설명회에 참석해 IAEA가 전날 발표한 종합 보고서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도 의견이 갈린다. 국민의힘은 “국제사회의 중추 국가로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오염수 방류에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핵폐수 안전성 검증 책임을 사실상 방기했다”며 IAEA가 과학적 검증을 소홀히 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4일 일본 기시다 총리에게 보고서를 설명한 IAEA 사무총장은 오는 7일 우리나라를 방문해 정부와 여·야당에 뒤늦은 설명을 한다고 한다. IAEA가 객관적으로 보고서만 내면 되지 이걸 왜 각국 정상에게 설명을 해야 하는지도 의아한데 현재 IAEA 홈페이지에는 이 최종보고서 전문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냥 지난 4일 IAEA 홈페이지에 최종보고서를 공개만 하면 될 일을 왜 정치적으로 정상들을 만나 굳이 설명을 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그간 여섯 차례의 중간보고서나 최종보고서 발표 전에 각국의 학자·민간단체 간의 토론을 충분히 거쳐야 했음에도 이러한 절차는 보이지 않았다.

지난 4월에 공개된 IAEA 제4차 보고서 첫장에 ‘후쿠시마원전 기지의 포괄적인 헤체 활동은 이번 임무와 IAEA의 전반적인 안전 검토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간주된다’고 나와 있고 맨 뒷장에는 ‘이 보고서에 포함된 정보의 정확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주의를 기울였지만 IAEA와 그 회원국은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그야말로 무책임한 보고서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번 최종보고서도 IAEA는 어디까지나 ‘참고용’임을 덧붙이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정부 여당 일부 언론은 이를 ‘금과옥조’로 삼을까?

IAEA 최종보고서의 핵심은 한마디로 후쿠시마 오염수를 희석해 바다에 투기하면 괜찮다는 친원전 국제기구의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면죄부 보고서’라 할 것이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희석 즉 물타기에 있다. 유엔을 비롯해 전 세계 상당 부분의 국제기구가 미국과 일본의 영향 하에 있는 것은 현실이지만 원전과 관련해서는 원전안전감시기구라는 IAEA는 우리가 가끔 스포츠를 보다 분통을 터트리는 ‘편파 심판’ 그 자체이다. 지난 6월 28일 더탐사는 IAEA가 일본 관료의 로비로 최종보고서를 사전 유출했다며 뇌물거래 증거물로 IAEA 최종 보고서 표지를 최초 공개하기도 했다. 이거야말로 ‘심판 매수’ ‘승부 조작’이야기이지만 국내 언론은 조용하다. IAEA와 일본 정부는 강력히 부정하고 나섰다.

국민 입장에선 이제는 각자도생인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해 ‘안전하다’고 믿든지 아니면 알아서 조심해야 하는 수밖에 없는가? 그래서 집에 있던 원서 한권을 다시 정독한다. 우쓰미 사토루(內海聰)의 『방사능과 원전의 진실』(2015)이다. 우쓰미 사토루는 1974년생으로 쓰쿠바대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일본의 내과의사이자 한의사이며 작가이기도 하다. 도쿄DD클리닉(Tokyo DD Clinic)을 운영하면서 NPO법인 약해연구센터 이사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융합을 지향하고 있으며 『의학 불필요론』(2013), 『수면약 중독』(2016), 『백신 불요론』(2018), 『의사나 약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치유력을 높이는 식사법』(2020)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를 이야기하기 전인 2015년에 나온 『방사능과 원전의 진실』은 먼저 일본의 방사능 희석정책을 비판한다. 당시 일본의 방사능행정을 통칭해 저자는 ‘희석정책’ 또는 ‘확산정책’ 으로 부른다. 그 반대가 ‘폐쇄(밀봉)정책’인데 희석정책이 세계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은 상식이라는 것이다. 결국 일본에 있는 한 동쪽이면 위험하고 서쪽이면 안전하다는 말은 성립이 안 된다. 행정의 입장에서 방사능이나 원전에 관해서는 술수와 거짓을 말하는 것이 기정노선이며 작전인 것이다. 그들에게는 우민(愚民)인 우리 국민이 비판하거나 떠들거나 하는 것에는 상관하지 않는다. 그러한 것은 그들의 관심 밖의 문제라는 것이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이 연 ‘IAEA 최종보고서 발표 대응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IAEA 보고서를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후쿠시마를 중심으로 갑상선암이나 심장병사(心臟病死)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후쿠시마시 소재 오하라종합병원 부속 오하라의료센터의 경우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이 센터의 심질환 입원환자수를 분석한 바 지진 전인 2010년에는 심부전 143명, 협심증 266명이었는데 2011년은 6월까지 반년간 심부전 184명, 협심증은 212명에 이르렀다. 이는 옛 소련 벨라루시와 똑같은 경향이다. 세계적인 내부피폭 권위자인 벨라루시의 유리 반단제프스키 박사는 세슘137이 심근에 축적되는 것을 예전부터 지적해왔는데 체르노빌사고로 오염된 벨라루시에서 그 영향을 조사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 정부나 후쿠시마현은 세슘이 심장에 주는 영향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 정도의 대지진에서 지금까지 심장병 증가 보고 사례가 없는 점에서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는 정부 발표는 속임수라고 볼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현립의대는 이 같은 질환정보를 일원화하고 있지만 일부 보고되고 있는 갑상선암조차도 매우 수가 늘고 있고 후쿠시마현 아이들의 갑상선암 보고 수는 104명으로 늘었다. 이는 자연발암률과 비교하면 약 300배나 높지만 아직 일본 정부나 어용학자 측은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러한 정보를 내부에서 폭로하는 것은 암등록법(2013년 제정) 위반이 되고 특정비밀보호법(2014년 제정) 위반과 연결된다. 이는 방사능 의학행정의 은폐를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갑상선암으로 대표되는 방사성물질 관련 질병은 즉각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나타난다. 따라서 방사능과의 인과관계 증명은 어렵고, 심장질환이나 정신질환 또는 교원병(膠原病: 피부와 근육이 붙거나, 근육과 뼈가 이어져 붙거나 세포와 혈관 사이가 메워지거나 하는 병) 등은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 힘들다. 한가지로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일본의 방사성물질대책은 ‘마구잡이 버리기’로 오염수 처리에 관해서는 대책이 없다. 일본 정부가 원전 재가동과 원전비즈니스밖에 흥미가 없기 때문이다. 오염수를 바다에 계속 방출하고 있는 것이 소위 희석정책이다. 과거 폐쇄(밀봉)정책의 근간이 되는 사고는 런던협약인데 이 협약은 모든 방사성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런던협약은 바다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해양투기를 방지하는 것으로 오염수 방출은 바다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투기는 아니다’고 ‘우민(愚民)정부’에 어울리는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그리고 최후에는 ‘오염수 해양투기는 고민 끝의 선택이었다. 매우 죄송하다’고 말해버리면 일본 국민이 우민같이 척척 속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희석정책을 지탱하는 법률이 특정비밀보호법과 암등록법, 국가안전보장회의(일본판 NSC)라는 것이다. 암등록법에 관해서는 암의 통계를 내는 것은 단지 겉모습이며, 참뜻은 첫째가 방사능에 관한 암의 발생빈도, 발생장소, 치료내용이나 치료 경위 등을 모두 은폐하는 것에 있다. 이를 공개할 경우 최대 징역 2년의 벌칙이 따른다. 법안으로서는 ‘일원관리를 함으로써 개인정보의 누설이 우려되지만 후생노동성에 의하면 공무원 등이 환자 개인정보를 누설한 경우는 이하와 같은 벌칙에 처한다’고 돼 있다. 즉 ‘①전국 암등록 업무에 종하는 국가·독립행정법인 국립암연구센터·도도부현 직원 등 ②이들 기관으로부터 당해업무의 위탁을 받은 자 등이 당해 업무에 관해 알게 된 비밀을 누설했을 때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 엔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방사능 과학자인 스턴 그래스 박사는 2006년 방일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경우 해안을 따라 국토의 2할 정도 면적에 인구가 집중했고 원전도 가까이에 배치된 사실이 전후 50년에 암 사망이 계속 늘고 있는 것과 관계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본 원전의 8할이 미제(美製)이다. 그는 원전만으로 모든 암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관계가 있다는 사실만은 확실히 해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쓰미 이사장은 원전이야말로 위험한 국책사업이라고 말한다. 2015년 현재 후쿠시마원전은 전혀 수습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정치가, 관료, 원전마피아, 경제단체 등은 일본인 같지 않은 사람이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일본인이나 일본인의 아이들이 건강하길 바라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일본 정부 부처도 정보통제를 강화하고 일반인에게는 제대로 된 정보를 좀체 주지 않는다. 현실적인 문제로 국민에게 사고로 인한 거액의 배상을 피하고자 하는 것도 있겠지만 그들에게 원전 추진은 재가동과 원전비즈니스가 관심사이고, 궁극적으로는 원폭(原爆) 개발 추진(유지)이라는 목적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방사능문제가 역설적이지만 방사능문제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독성학 전문가인 우쓰미 이사장은 “모든 독에는 공통성이 있다. 어느 정도 연령을 거듭한 어른은 방사선 리스크가 감소하지만 아이들에게는 10~20배 리스크가 커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방사성물질로 주로 화제에 오르는 것이 세슘과 요오드이지만 방사성물질은 정말 다종다양하다는 것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출판이 발행하는 잡지 『AERA』 (2011년 6월 27일)는 핵종 31종류와 그 방출량, 선종, 강도, 물리적 생물학적 반감기, 구체적인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알기 쉽게 소개했는데 그는 일본 정부가 세슘만을 측정해 화제로 삼는 것은 그 밖의 많은 핵종의 위험성을 은폐하기 위한 ‘은폐 공작’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역설한다.

그는 일본의 식품기준이 실제로 우크라이나보다도 엉성하다고 지적한다. 그가 현 단계에서 두려워하는 것을 두 가지 꼽았는데 하나는 뭣하나 해결되지 않는 원전과 오염수 그 자체이고 또 하나는 ‘희석·확산정책’에 의해 우리들의 몸에 들어오는 방사성물질의 내부 피폭이다. 체르노빌에서는 벨라드(BELRAD)연구소가 아이들의 내부 축적량의 기준을 20Bq/㎏으로 설정하고 있다. 오줌을 예로 들면 오줌 속에는 10-20Bq/L 정도로 환산할 수 있겠지만 이 기준은 아주 거짓말이거나 위험한 숫자라고 보고 있다. 이 숫자는 10-15Bq을 계속 먹으면 곧 역치(10-15)에 근접한다. 가령 세슘137의 경우 미국의 물의 기준은 0.111Bq/L이하, 우크라이나는 2Bq/L이하이다. 야채의 기준은 우크라이나의 경우 세슘137이 40Bq/㎏이하이지만 일본의 기준은 일반식품은 100Bq/㎏, 우유와 유아용 식품이 50Bq/㎏, 음료수와 음용차는 10Bq/㎏이기 때문에 현재 일본의 기준은 해외사례와 비교해 볼 때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식사나 물 등으로 인한 내부피폭이 문제가 된다는 것은 당연한데도 아이들을 희생하면서도 식품업계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 일본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문제는 일본이 국민을 제대로 ‘주권재민의 국민’으로 보지 않고 ‘우민’으로 보는 ‘우민정치’를 하고 있다는 점을 현직 의사가 고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IAEA 최종보고서가 발표된 날 우리나라 여야정치는 정쟁을 일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우리나라 정부나 정치인들은 우리 국민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국민인가 우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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