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여름맞이 ‘빅4’ 대전…승부는 예측불가

김은형 2023. 7. 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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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 뉴 제공

유일한 승자가 될 것인가, 전체 파이를 키울 것인가.

엔데믹 이후 처음 맞는 극장가 최고 대목 여름방학에 한국 4대 배급사의 대작영화들이 잇따라 출격한다. 코로나 유행과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오티티(OTT) 부상으로 고꾸라진 관객수, 지난 여름 <한산:용의 출현> 단 한작품만 흥행에 성공한 탓에 배급사들의 개봉일 잡기 눈치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그만큼 대진표도 늦게 확정됐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 4.4회에 이르던 1인당 연평균 관람횟수는 지난해 2.2회로 반토막이 났다. 순제작비만 180억~280억원에 이르는 네 영화가 모두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2천만명이 넘는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야 한다. 한국영화의 장기 침체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여름 대전의 승자가 되는 것만큼이나 전체 관객수를 회복하는 게 배급사와 극장으로서는 절실하다.

영화전문가 6인에게 ‘올여름 가장 궁금한 한국영화’ 두편을 물었다. 결과는 네 작품이 나란히 같은 표수를 받아 한치 앞도 예측이 어려운 이번 여름 시장의 팽팽한 접전을 가늠케 한다. 구독자 163만명의 영화 유튜버 김시선, 영화평론가 김봉석, 김혜리, 윤성은, <씨네21>편집장 이주현, 영화 저널리스트 겸 유튜브 <무비건조> 진행자 이화정 등이 극장에서 확인하고 싶은 관람포인트를 콕 짚었다.

■ 류승완의 ‘삐딱미’ 되살아날까 <밀수>(7월26일 개봉)

4편 가운데 가장 먼저 개봉일을 확정하면서 일단 자신감으로 기선제압을 했다.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등 주인공 라인업도 가장 화려하다. 70년대까지 부산, 여수 등 남해안 도시 일대에서 해녀까지 동원돼 기승을 부리던 밀수어선들의 실재했던 사건들을 바탕으로 크게 한탕을 노리는 밀수꾼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어린 시절부터 ‘식모살이’ 등을 전전하며 먹고살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춘자(김혜수)와 바닷가에 공장이 들어서면서 일자리를 잃은 해녀들의 리더 진숙(염정아)이 투톱을 이룬다. 1970년대 레트로한 분위기의 화면이 먼저 시선을 끈다. 하이스트 무비(팀을 이뤄 범죄를 저지르는 영화)의 캐릭터 앙상블과 ‘쪼는 맛’이 제대로 구현될지가 관건.

“잘 만들었지만 조금 심심했던 류승완의 최근작들. <밀수>는 포스터부터 전작들에서 약해졌던 류승완 특유의 재치와 삐딱함이 느껴진다.”(김봉석)
“<피도 눈물도 없이> 이후 시도된 류승완 감독과 여성 앙상블의 합. 그리고 김혜수X염정아의 콤비네이션” (김혜리)
<더 문>.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제공

■ 베일 벗는 한국 에스에프의 최전선 <더 문>(8월2일 개봉)

꾸준히 시도되고 있지만 꾸준히 망하고 있는 에스에프(SF) 장르의 도전작. 여기까지라면 큰 기대가 없을 수 있지만 김용화 감독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김용화 감독이 설립해 한국의 특수시각효과(VFX) 실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덱스터스튜디오의 기술력이 총집결된 작품이다. 김 감독은 완성도 높은 컴퓨터그래픽과 이야기의 결합을 쌍천만 영화 <신과 함께 1,2>에서 입증한 바 있다. 달 탐사에 나섰다 조난을 당한 막내 우주대원 선우(도경수)와 대원을 구출하기 위해 항공우주센터장 재국(설경구)과 나사(NASA) 우주정거장 책임자 문영(김희애)가 벌이는 사투를 그린다. 에스에프 관객들의 눈높이에 기술력과 상상력이 닿을 수 있을지, 또 <마션> <그래비티>등에서 본 우주 고립 스토리의 기시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가 포인트.

“지금까지 나온 한국 에스에프는 감독의 어깨에 걸린 부담을 숨기지 못했다. 김용화 감독이라면 이전에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듯.”(윤성은)
“할리우드의 소유물처럼 여겨지던 우주 배경 에스에프를 <신과 함께>에서 판타지를 잘 그려낸 김용화 감독이 어떻게 그려냈을까?”(김시선)
<비공식작전>. 쇼박스 제공

■ 탁월한 이야기 설계자의 <비공식작전>(8월2일 개봉)

<끝까지 간다>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내놓은 신작으로 <더 문>과 같은 날 개봉, 더 쫄깃한 관객동원 경쟁에 나선다. 1986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시내에서 한국 영사관에서 일하던 외교관이 납치됐던 사건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 하정우가 미국 발령이라는 조건으로 납치된 동료 외교관을 구하기 위해 비공식 작전에 투입되는 외교관 민준으로, 주지훈이 민준과 동행하는 사기꾼 같은 레바논 현지 택시기사로 출연해 호흡을 맞춘다. <신과 함께>에서 먼저 짝을 이뤘던 두 배우의 콤비 플레이가 시너지를 낼지, 식상함을 일으킬지가 관전 포인트. 인질극이라는 설정과 아랍 배경, 버디 무비 콘셉트까지 올 초 개봉한 <교섭>의 그림자를 털어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절박한 상황에 빠진 인물을 끝까지 몰아붙이는 실력이 압도적인 김성훈 감독. 시원한 극장에 앉아 절박한 인간을 구경하는 빅재미를 놓칠 순 없지.”(김시선)
“김성훈 감독은 액션과 스릴의 뛰어난 설계자다. 긴박하고 촘촘하게 전개되는 탈출의 묘미를 책임질 하정우, 주지훈의 합도 기대 지점.”(이화정)
<콘크리트 유토피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디스토피아 속 이병헌의 얼굴이 궁금해 <콘크리트 유토피아>(8월9일 개봉)

감독의 이름값에서는 다른 경쟁작들에 다소 밀리는 엄태화 감독의 연출작. 대신 이미 웹툰으로 두터운 팬덤을 형성한 원작과 압도적 연기력의 이병헌이 기대감을 떠받치고 있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단 하나의 건물 황궁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몰려들면서 위협을 느끼는 입주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병헌이 황궁아파트를 이끄는 임시주민대표 영탁으로, 박서준이 영탁을 돕는 조력자로 출연한다. 웹툰 <유쾌한 왕따> 2부 ‘유쾌한 이웃’을 각색한 작품으로 폐허로 바뀐 서울과 아파트의 풍경을 실사화면으로 어떻게 구현할지, 다른 경쟁작보다 강조되는 ‘휴머니즘’ 주제로 어떻게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지가 핵심이다.

“다른 경쟁작과 달리 감독 이름만으로 예측이 안 돼서 더 궁금해지는 영화.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영화, 드라마(<콘크리트 마켓)연작의 시작이 되는 작품이라 주목된다.”(이주현)
“사회적 이슈와 연결되는 주제의식으로 관객들에게 와 닿는 지점이 장르적 틀 안에서 기대를 품게 하는 경쟁작들과 다를 것으로 기대된다.”(윤성은)
<밀수> 포스터.
<더 문> 포스터.
<비공식작전> 포스터.
<콘크리트 유토피아> 포스터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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