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서슬에 술맛 뚝…中 시총 1위 마오타이도 흔들
중국 본토 주식 시가총액 1위인 고급 백주(곡물로 만든 중국 증류주) 제조사 구이저우마오타이(貴州茅台 귀주모태 Kweichow Moutai)는 올해 들어 10년 만에 처음으로 자사주를 매입했다. 마오타이는 최대주주와 계열사 한 곳이 지난 6개월간 우리 돈 3000억 원 이상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다고 지난달 28일 공시했다. 올해 상반기 최대주주인 모회사 구이저우마오타이그룹이 16억7600만 위안(약 3000억 원)을 들여 마오타이 주식 91만9621주를 매입한 것이다. 계열사 구이저우마오타이그룹기술발전도 6900만 위안(약 124억 원)을 투자해 3만7600주를 사들였다. 마오타이의 자사주 매입은 2014년 초 이후 10여 년만이다. 지난해 10월 시진핑 집권 3기 출범 직후 주가가 1300위안대로 추락하고 그 이후에도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자, 주가를 띄우기 위해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한데 마오타이는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상승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달 4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마오타이는 1730.60위안으로 거래가 끝났다. 자사주 매입을 시작한 시기와 맞물리는 지난해 12월 30일 종가(1727위안)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대체로 주가 상승에 좋은 재료로 작용한다. 그러나 마오타이의 이번 자사주 매입엔 이런 공식이 먹히지 않았다. 마오타이는 중국 본토 상장사 중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했으나, 올해 4월 중국 3대 국유 통신사 중 한 곳인 차이나모바일(중국이동)에 밀려 시총이 2위로 내려가기도 했다. 현재 마오타이 주가는 역대 최고가를 찍었던 2021년 2월 10일(2601위안) 대비 약 33% 하락한 상태다.
마오타이는 중국의 국주(國酒)로 불리는 고급술이다. 1949년 지금의 중화인민공화국(신중국)을 건국한 마오쩌둥이 즐겨 마신 술로 유명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체제가 들어서기 전만 해도 외국 정상과 국빈이 중국을 방문하면 연회 테이블에 마오타이가 오르곤 했다. 이 때문에 마오타이는 중국 일반인 사이에서도 접대, 명절, 결혼식 때 최고급 선물로 꼽힌다.
그러나 시 주석이 2012년 10월 권력을 잡은 후 호랑이(부패한 권력자) 사냥에 나서면서 마오타이는 사치와 부패의 상징으로 지목되며 한동안 고전했다. 대표적인 소비재이다 보니 정부 정책이나 규제에 주가가 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해 10월 시 주석이 중국공산당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한 직후에도 마오타이 주가는 급락했다. 시 주석이 분배를 우선시하는 공동부유(함께 부유해지는 것) 정책 시행을 재차 강조한 데다, 공산당원 음주 금지령 소문까지 퍼지자 투자자들이 마오타이 주식을 대거 팔아 치운 것이다.
중국이 지난해 12월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전격 폐기한 후에도 소비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은 것도 마오타이 주가 부진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시 주석이 지난해 말 경제 성장을 위해 소비 회복과 확대를 정책 우선순위로 지시했지만, 중국 소비 회복 속도는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기대로 올해 1분기 마오타이에 베팅한 한국 중학 개미(중국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도 별 재미를 보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에 따르면, 1분기 한국 중학 개미가 가장 많이 산 중국 주식이 마오타이(708만 달러)였다.
다른 중국 백주 기업 주가도 대부분 약세를 보이고 있다. 백주 브랜드 전주(珍酒 진주)를 보유한 ZJLD의 주가는 4일 홍콩증권거래소 종가 기준 8.25홍콩달러로, 공모가(10.82홍콩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 ZJLD는 올해 4월 27일 중국 백주 제조사 중 처음으로 본토가 아닌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당시 ZJLD는 홍콩 증시에서 올해 최대 규모 IPO(기업공개)로 관심을 모았으나, 상장 당일에도 주가가 공모가 대비 18% 떨어지며 체면을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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