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소녀 앞에 무릎 꿇은 푸틴… 또 ‘다정한 대통령’ 이미지 메이킹

문지연 기자 2023. 7. 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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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크렘린궁에 초대한 8살 소녀 라이사트 아키포바를 보며 미소짓고 있다. /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 사태 이후 잇따른 공개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일종의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현지시각) 스카이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크렘린궁에 라이사트 아키포바라는 8살 소녀와 그 부모를 초대했다. 지난달 28일 푸틴이 남부 캅카스 지역 내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데르벤트를 방문했을 때, 라이사트가 푸틴을 만나지 못해 눈물 흘리는 사진을 보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는 게 공식적으로 알려진 계기다.

크렘린궁이 공개한 영상에는 푸틴이 무릎을 굽힌 뒤 라이사트에게 꽃다발을 안기며 미소 짓는 장면이 나온다. 또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라이사트를 바꿔주는가 하면, 다게스탄에 대한 추가 예산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라이사트에게 “다게스탄을 위해 50억 루블(약 725억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푸틴이 자신의 자리에 라이사트를 앉힌 뒤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TASS 연합뉴스
푸틴이 크렘린궁에 초대한 8살 소녀 라이사트를 맞이하고 있다. /TASS 연합뉴스

푸틴은 라이사트 가족과의 만남 내내 웃음을 터뜨리거나 라이사트에게 다정하게 말을 거는 모습을 보였다. 스카이뉴스는 “푸틴이 배려심 많고 사려 깊으며 통제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바그너 그룹의 반란 후 통치력에 치명상을 입었다는 평가를 받자, ‘대중의 사랑을 받는 대통령’이라는 적극적인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이 지난달 28일 다게스탄을 찾아 시민들의 셀카 촬영에 임하는 모습이다. /TASS 연합뉴스

실제로 그는 바그너 그룹이 반란을 멈춘 지 사흘 만인 지난달 27일부터 공개석상에 잇따라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레드카펫이 깔린 크렘린궁 야외 계단을 내려와 광장 무대에서 보안군·국가근위대 등을 향해 연설했다. 또 이튿날 다게스탄을 찾았을 때는 인파에 둘러싸여 악수하고 셀카를 찍는 등 시민과의 접촉을 시도했다. 이에 크렘린궁 대변인은 “주민들이 대통령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2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기술 박람회에 참석했을 때도 직접 만화 캐릭터를 그리며 색다른 이미지를 연출했다.

푸틴의 이런 모습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동안 외부 활동 시 수천억원에 달하는 경호비를 쓰는 등 폐쇄적인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 러시아 본토가 공격받는 일이 잦아지자, 올해 5개월간 쓴 경호비가 약 2400억원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온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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