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겨냥해 뽑은 수출 통제 ‘칼’에 제가 찔릴 수도
블룸버그 “중국 의존 낮추기 가속화”
중국이 다음달부터 시행하기로 한 갈륨 등의 수출 통제 조치가 미국 방위산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중국 전문가들의 주장과 오히려 중국의 시장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외신의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5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첨단 레이더 시스템에 널리 쓰이는 갈륨에 대한 수출 통제가 미국 방위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군사항공 전문가인 푸첸샤오(傅前哨)는 이 매체에 “갈륨비소와 질화갈륨은 현재 전투기와 군함, 지상 군사시설 등에 널리 사용되는 능동형위상배열(AESA) 레이더의 송수신 모듈을 만드는 데 가장 기본적인 물질”이라며 “중국은 전 세계 갈륨 매장량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고, 이는 미국과 다른 서방 국가들이 상당한 비용 없이는 중국산 광물 사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갈륨비소와 질화갈륨은 모두 지난 3일 중국 정부가 발표한 수출 통제 목록에 포함돼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 방산업체 레이시온과 노스럽 그러먼이 기존에 사용하던 갈륨비소보다 뛰어난 성능을 제공하는 질화갈륨 기반의 새로운 AESA 레이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F-35 스텔스 전투기의 최신 레이더에도 이 물질이 사용된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는 국가안보와 이익 보호를 위해 다음달 1일부터 반도체 산업 등에 두루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주도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겨냥한 반격 조치다. 이를 두고 미국을 비롯한 각국은 자국 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 중이다. 특히 중국이 수출 통제 조치를 희토류 등 희귀금속으로 확대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웨이젠궈(魏建國) 전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중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는) 중국 대응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고, 중국의 제재 수단과 종류는 아직 많다”면서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제한이 계속 확장되면 중국의 대응 조치도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도 이번 조치를 놓고 “중국이 칼을 뽑았다”며 “만약 이 조처가 리튬 등으로 확산할 경우 독일은 전혀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수출 통제 조치로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수출 통제 조치로 첨단 기술에서 중국을 차단하려는 미국과 일본, 유럽의 움직임에 보복할 힘이 있음을 보여줬다면서도, 이번 조치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국가들의 노력을 가속화하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2010년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 이후 각국이 대체 공급망 확보에 나서고 미국과 호주 등이 희토류 생산을 늘리면서 98%였던 중국의 시장 점유율이 70%까지 낮아진 사례를 들었다. 미 싱크탱크 유라시그룹의 연구진은 “중국의 수출 규제는 외국 제조업체의 공급망 다양화 추세를 가속화하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며 “이는 중국의 시장 지배력을 감소시킬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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