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간판 달고 서비스 경쟁… 김태오 "인가 받아도 본점 대구에"

시중은행 전환 선언 대구은행
"지방銀 없는 강원·충청과 협력
핀테크·플랫폼 회사와 동반성장"

5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서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왼쪽)이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5일 은행권 경쟁 촉진 대책으로 내세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의 첫 주자는 DGB대구은행이 될 전망이다.

대구은행은 영업 범위를 전국으로 넓히고, 이를 통해 낮아진 조달금리를 앞세워 5대 시중은행과 서비스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지난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0여 년 만에 새 시중은행이 탄생하는 셈이다.

김 회장은 "시중은행 인가를 받더라도 본점은 계속 대구에 둘 것"이라며 "대구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이자 지역 대표은행으로서 지역은행 본연의 역할은 지금보다 더 충실히 담당하겠다"고 말했다. 사명 변경과 관련해선 검토 중에 있다고 답했다.

그는 "전국 영업에 따른 이익과 자본을 지역 경제에 재투자해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더욱 기여하겠다"며 "창립 이래 56년간 축적한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를 활용해 수도권과 지방은행이 없는 강원, 충청 등 보다 넓은 지역의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하겠다"고 했다.

시중은행 전환을 결정하게 된 배경에 대해선 "시중은행 전환 시 금리 면에서 자금 조달이 유리하다"면서 "서울과 수도권에서 영업할 때 지방은행이라고 하면 차별적인 고객들의 의식이 있었는데, 브랜드를 시중은행과 대등하게 간다면 디지털 시대에 여러가지로 유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기존에 수도권 점포가 없는데, 디지털 시대인 만큼 비용을 줄이면서 일을 할 수 있어 보다 나은 금융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대구은행 이용 고객이 적기 때문에 핀테크, 플랫폼 회사와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 협력해나간다면 보다 나은 핵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가 신청 시점에 대해서는 "컨설팅사와 논의해 그룹 차원에서 TF를 구성, 빠른 시일 내에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시중은행과 체급 차가 있어서 경쟁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에 대해선 "성숙한, 내밀한 성장이 중요하다"며 "강소은행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심사 절차가 남아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별다른 결격사유가 없어 빠른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1000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갖춰야 한다. 대구은행의 지난 1분기 자본금은 6806억원으로 자본금 요건을 충족한다.

지배구조 요건도 부합한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일반은행 지분 보유한도는 4%로 제한된다. 대구은행의 지분 100%를 보유한 DGB금융지주는 국민연금(보유지분 8.78%), OK저축은행(6.0%) 등이 주요주주로 산업자본 요건에서도 자유롭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날 5대 시중은행 중심으로 굳어진 은행권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적극 유도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단시일 내 안정적·실효적 경쟁 촉진을 위해 기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대구은행은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금융당국에 전달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인가 신청이 들어오는 대로 전환 요건에 대한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