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무죄 전직 조폭 억울함 호소

제주CBS 고상현 기자 2023. 7. 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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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무죄 취지 파기환송…사건은 다시 미궁 속으로
1999년 11월 5일 제주 변호사 피살 현장 감식에 나선 경찰. 연합뉴스


제주의 대표적인 장기미제인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공범으로 대법원에서 무죄로 뒤집힌 전직 조폭 50대 남성이 파기환송심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사건은 다시 장기미제로 남게 됐다.

5일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이재신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57)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을 열었다. 이날 첫 공판이었으나 추가 증거가 없어 재판이 마무리됐다.

검찰은 "피고인은 살인 혐의에 대해 충분히 진술했다"며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방송에서 한 진술은 이미 신빙성이 없다고 밝혀졌다. (주범과) 범행을 공모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며 대법원 판단과 같이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주범인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를 방송에 제보한 것일 뿐 제가 실제로 본 것을 얘기한 게 아니다. 검경은 제 말만 믿을 게 아니라 친구가 범행했는지 먼저 수사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잘못된 언행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999년 8월과 9월 사이 성명 불상자의 지시를 받아 동료 B씨(2014년 사망)와 구체적인 범행 방법을 상의하고 이 변호사(당시 44세)를 미행해 동선을 파악했다.

당시 A씨는 성명 불상자로부터 "골치 아픈 문제가 있어서 철두철미하게 일을 진행해라. 다퉈서는 안 된다"라는 얘기를 들었고, 범행에 대한 대가로 3천만 원을 받았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이후 B씨는 같은 해 11월 5일 오전 3시쯤 제주시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거리에서 흉기로 이 변호사의 가슴과 복부를 3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 사건으로 이 변호사는 심장 파열로 사망했다.

검찰은 "A씨는 B씨와 수차례 범행을 모의했다. 검찰 출신인 이 변호사의 거센 저항과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했을 때 B씨가 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A씨를 공범으로 기소했다.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피고인 A씨. 고상현 기자


1심은 "피고인이 한 방송에서 밝힌 제보 진술 외에는 별다른 증거가 없고, 제출된 증거 중 상당 부분은 가능성과 추정일 뿐이다.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로 봤다

하지만 2심은 "피고인이 범행을 모의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A씨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실행 행위를 분담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그 근거로 2심은 피고인이 동료 A씨가 범행에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흉기를 사용할 거라는 사실을 알았던 점, 살인사건 직후 A씨에게 도피 자금을 제공한 점 등을 들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제보 진술은 주요한 부분에 관해 객관적 사실과 배치되는 사정이 밝혀졌다. 나머지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다른 추가 증거가 충분히 제출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봤다.

이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을 입증할 정도의 신빙성을 갖췄다고 볼 수 없고 범행 현장 상황 등 정황증거만을 종합해 피고인의 살인 공모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 출신인 이승용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24회에 합격해 검찰에 입문했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장관, 홍준표 국회의원 등과 사법시험 동기다.

이 변호사는 서울지방검찰청과 부산지방검찰청에서 검사 생활을 한 다음 1992년 고향인 제주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하지만 제주에 내려온 지 7년 만에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사건 직후 경찰은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7개 팀 40여 명으로 전담 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지만, 결국 범인을 잡지 못했다. 1년 뒤 수사본부도 해체되며 20년 넘도록 미제로 남았다. 

하지만 지난 2020년 6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전직 조직폭력배 조직원인 A씨가 나와 "자신을 살인 교사범"이라고 주장하며 경찰이 전면적인 재수사를 벌여 A씨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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