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좀 쳐라” 코치들이 하소연했다… 재능과 노력이 만나면 최정이 됩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SSG와 KIA의 주중 3연전 첫 경기는 전국을 뒤덮은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취소됐다. 경기 전부터 세찬 비가 내리고 있었고, 밤사이 많은 비가 예보된 만큼 모두가 취소를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
비 때문에 야외에서 훈련을 할 수 없었던 SSG 선수들은 실내 훈련으로 대체했다. 랜더스필드 리모델링 과정에서 근사하게 마련된 실내 베팅 게이지가 북적였고, 다른 선수들은 웨이트트레이닝 룸에서 훈련하고 또 뛰고 있었다. 그런데 베팅 게이지 하나를 전세(?) 낸 선수가 있었다. 코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묵묵하게 방망이를 돌렸다. 팀의 주축 타자인 최정(36‧SSG)이 그 주인공이었다.
조동화 SSG 코치는 “이제 그만 좀 쳐라”고 하소연과 가까운 타박을 했고, 잠시 다른 선수들을 지켜보고 자리에 돌아온 이진영 코치 또한 ‘아직도 치고 있느냐’는 듯 혀를 내두르며 보조요원을 돕기 위해 포수 임무를 자청했다. “왜 연습하고자 하는 선수를 말리느냐”는 질문에 조 코치는 “쟤가 2시부터 지금까지(3시 30분) 1시간 반 동안 치고 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보통 경기 전에는 적당한 훈련과 휴식의 병행이 필요한 법이다. 비로 우천 취소가 예견된 상황에서도 시즌 중 1시간 반이나 타격 훈련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게다가 최근 최정의 성적이라면 더 의외였을 법하다. 6월 월간 최우수선수(MVP)가 유력한 성적을 거뒀고, 월간 MVP를 넘어 시즌 MVP에도 도전할 만한 페이스로 달려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정은 시즌 72경기에서 타율 0.312, 19홈런, 5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76을 기록하며 홈런 부문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6월에는 타율 0.360, 11홈런, 27타점을 쓸어 담는 대활약으로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그렇다면 왜 최정은 2시간 가까이 타격 훈련을 한 것일까. 최정은 “최근 밸런스가 조금 흔들리는 느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뭔가 자신의 타격에 만족하지 못한 것이다.
최근 2경기에서 합계 7타수 1안타 2볼넷으로 좋았던 흐름이 살짝 끊긴 감은 있었다. 그래도 시즌 성적을 넉넉하게 벌어놓은 상태지만, 최정은 이 그래프가 장기 슬럼프로 이어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었던 것이다. 1시간 반 동안 그냥 기계적으로 방망이를 돌린 게 아니라, 공의 스핀 등을 면밀하게 살피며 주위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타격을 확인하고 있었다.
물론 많은 훈련이 꼭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최정답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장면이었다. 최정은 자타가 공인하는 천재적인 재질을 타고 난 선수다. 그러나 결코 그 재능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훈련 일정은 게으름 없이 모두 지키는 선수고, 만족스러울 때까지 달려드는 지독한 ‘훈련 벌레’이기도 하다.
재능에만 의존했다면. 도루를 제외한 KBO리그 타격 부문 역대 기록에 모조리 도전하고 있는 지금의 최정은 없었을 것이다. 천재가 노력을 하면 이렇게 무서운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증명하는 사례가 바로 최정이다. 개인적으로나,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로나 이룰 것을 거의 다 이룬 선수지만 여전히 그 노력의 DNA는 몸에 단단히 새겨져 있다.
최정의 노력 효과는 비단 자신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동료들에게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 당장 룸메이트이기도 했던 오태곤도 최정과 번갈아가며 배팅 게이지에 들어가 말동무가 되며 오랜 기간 훈련을 했다. 최근 타격감이 썩 좋지는 않은 오태곤도 코치들의 비슷한 타박에 “놀면 뭐합니까”라며 방망이를 고쳐 잡았다. 동료들과 어린 선수들의 귀감이 되는 최정은 팀의 문화와 역사를 전수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 선수가 랜더스의 프랜차이즈에서 정말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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