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빼고 다 바꿨다"…'0.375' 8년차 거포 유망주 전면 개조 성공적, 국민타자도 반했다
[스포티비뉴스=포항, 김민경 기자] "거의 싹 다 바꿨다고 생각한다. 부모님 빼고 다 바꾼다고 하지 않나. 정말 다 달라졌다."
두산 베어스 거포 유망주 홍성호(26)가 입단 8년 만에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홍성호는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고 2016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36순위로 입단했다. 입단 동기로는 투수 이영하(26, 1차지명), 외야수 조수행(30, 1라운드), 내야수 서예일(30, 6라운드) 등이 있다. 1차지명 출신 이영하와 대졸 신인이었던 조수행과 서예일 등이 일찍부터 1군에서 기회를 얻어 나갈 때 홍성호는 2군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고 있었다. 입단 7년째였던 지난해 처음으로 1군에서 기회를 얻었는데, 12경기에서 타율 0.167(18타수 3안타)에 그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만년 유망주로 남나 싶었는데, 홍성호는 1군 2년차에 180도 다른 선수로 돌아왔다. '국민타자' 이승엽 두산 감독은 지난해 10월 지휘봉을 잡자마자 진행한 마무리캠프에서 홍성호의 타격 훈련을 지켜보며 거포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힘은 좋은 선수인 만큼 콘택트 능력이 필요하다 판단했고, 이정훈 2군 감독과 2군 코치진이 모여 홍성호 전면 개조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홍성호는 "2군에서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다 모여서 내가 치는 동영상을 보면서 '너 이렇게 치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하셨다. 싹 바꿔보자고 하셨는데, 처음에는 나도 신용하지 못했다. 갑자기 내가 하던 것을 싹 바꾸라고 하시니 당연하지 않나. 그런데 바꾼 타격으로 결과가 하나씩 나오니까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점점 와닿았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내 스윙이 엄청 컸다. 공을 일단 맞혀야 하는데 그 큰 스윙으로는, 2군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1군 투수만큼의 구위가 아니니까 2군 공은 그 스윙으로도 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 스윙으로는 1군 가서는 못 친다고 하셨다. 짧고 빠르게, 동작도 심플하게 가자고 하셨다. 바꾸고는 가끔 1군 투수가 2군에 내려왔을 때 그 공을 치면서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이정훈 감독은 홍성호가 스스로 '거포'라는 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끌어줬다. 홍성호는 "일단 공을 맞혀야 힘을 보여주든 말든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콘택트에 신경을 많이 쓴다. 원래 장타를 치려 하는 스타일이긴 한데, 2군 감독님이 '1군에서 홈런도 못 치는 타자가 무슨 장타자냐'고 하셨는데 일리가 있더라"고 답하며 웃어 보였다.
이런저런 시도와 노력도 결국 결과가 나와야 힘을 얻는다. 홍성호는 지난달 8일 올해 처음 1군에 올라오자마자 그 힘든 일을 해냈다. 홍성호는 2군에서 짐을 싸던 날 2군 코치진과 동료들에게 "3일 뒤에 보자"는 인사를 남겼다. 1군에서 최소한 3일은 버티고 싶은 절박한 마음에서였다. 그런 홍성호에게 2군 코치진과 동료들은 "돌아오지 말라"고 했고, 벌써 27일째 1군에서 버티고 있다.
홍성호는 1군 13경기에서 타율 0.375(32타수 12안타), OPS 0.929, 4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지난달 타선이 전반적으로 부진에 빠져 있을 때 이승엽 감독은 "현재는 양의지 다음으로 가장 잘 치는 타자가 홍성호"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양석환과 김재환이 동시에 흔들릴 때는 홍성호를 5번타자로 기용하기도 했다. 타격은 이제 자신감을 얻을 정도로 성장했고, 주전급으로 한 단계 더 뛰어오르기 위해서는 좌투수 상대 타율을 끌어올리고 수비 안정감도 더 보완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홍성호는 한 달 남짓 1군 생활을 돌아보며 "행운의 안타가 따라주기도 하고, 솔직히 처음에는 2군과 분위기도 다르고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것도 없지 않아 있었다. 어릴 때부터 봤던 형들 사이에서 치는 게 영광이면서도 부담이 있었다. 요즘은 그런 생각 없이 내 타석에서 내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작년에는 안타 3개를 쳤다. 경황도 없고, 투수랑 상대하는 것 자체로 공포에 떨었다. 이제는 이 투수랑 싸워야겠다는 생각으로 고민 없이 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1군에서 계속 뛰면서 새롭게 배우는 점들도 많다. 홍성호는 "확실히 내가 2군에서 상대하던 투수들과 많이 다르긴 하다. 어영부영한 생각으로는 칠 수가 없다. 준비를 잘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신중해지더라. 2군에서는 삼진도 많고, 웬만하면 눈에 보이면 다 방망이를 돌렸다. 여기서는 어떻게든 이겨야 하니까 맞히려 하고 공을 보려 하는 것 같다"고 한 달 사이 스스로 달라진 점을 짚었다.
홍성호는 4일 포항 삼성 라이온즈전에 8번타자 우익수로 모처럼 선발 출전했다. 팀이 수비 강화에 주력하면서 지난달 22일 잠실 SSG 랜더스전 이후 처음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홍성호의 방망이는 또 이승엽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0-3으로 끌려가다 추격을 시작한 7회초. 양석환의 적시타로 1-3으로 따라붙은 가운데 홍성호가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타를 쳐 2-3으로 쫓아가는 흐름을 이어 갔다. 덕분에 두산은 김재호의 적시타로 3-3 균형을 맞춘 뒤 연장 10회초에 터진 김재환의 투런포에 힘입어 5-3으로 신승했다.
두산도 홍성호도 대기만성의 사례로 남길 바라고 있다. 홍성호는 "부모님께서 내가 8년 동안 계속 2군에 있는 동안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지인들도 잘될 거니까 포기하지 말라고 하셨다. 2군 코치님들과 직원분들도 거의 아들 수준으로 잘해주셨다. 같이 땀을 흘렸던 그분들이 가장 생각난다"고 감사를 표하며 8년 동안 묵묵히 응원을 보내준 이들을 위해 시즌 끝까지 1군에서 생존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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