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장바구니 물가 ‘기겁’…서민들은 “숨이 턱턱” [김기자의 현장+]

김경호 2023. 7. 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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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물가, 담다 보면 500~1000원 차이도 무시 못 해”
라면, 전체 물가상승률보다 10.7%p 높아…14년5개월만에 격차 최대
라면업체들, 일부만 가격인하…짜파게티·불닭·진라면 등 제외
3월 아이스크림 물가상승률 13.7%…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지난 4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채소 진열대 모습.
 
지난 4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 먹거리 가격 인상 등으로 마트 풍경도 달라진 듯했다. 장바구니에 물건을 가득 담던 이전과 달리 빈 바구니를 팔에 낀 채 양파 등 가격을 보고 꼼꼼히 살피는 소비자들이 늘어 난듯 보였다. 상당수가 카트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있었고, 카트를 끌고 다니는 소비자는 뜸했다. 캠핑족이나 단체 여행객들로 보이는 소비자들만 각종 소주 맥주 상추 삼겹살 등 카트에 잔득 담겨 있었다.

이날 주부 은(50대)모씨는 대추 방울토마토 500g 한 박스 5980원에 이리저리 살피더니 장바구니에 담았다. 하지만, 바로 옆 진열대에 1000원이 더 싼 4980원 무농약 토마토를 보자 바구니에 담았던 대추 방울토마토는 꺼내 진열대에 다시 놓았다.

은모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 500~1000원 차이도 무시 못 해요”라며 “한 창 잘 먹는 아들 생각하면 뭐든 해주고 싶은데, 가격만 보면 가슴이 덜컥 내려 않는다”고 한숨 쉬듯 말했다.

이날 만난 한 판매원은 “요즘 들어 가격을 꼼꼼히 살피는 소비자가 늘었다”면서 “같은 주부라 근심이 가득한 얼굴만 봐도 마음이 짠하다”고 했다 이어 “특히 심야 시간에 소비자들이 신선도가 떨어진 과일 야채 등 임시 진열대를 전시면 순식간에 팔린다”고 전했다.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물가 수준을 반영한 실질임금이 감소하면서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원재료·포장재 값뿐 아니라 모든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한데다 인건비·물류비·전기·가스요금 인상 등 제반 경비가 치솟으면서 먹거리 물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는 라면 물가 고공행진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라면 물가 상승률과 전체 물가 상승률 간 격차는 10%포인트 이상 벌어지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커졌다. 이번 달에는 라면 제조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잇달아 인하해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겠지만, 인하 품목이 제한돼 둔화 폭이 크지 않을 수도 있어 보인다.

이날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6월 라면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23.95로 작년 동월 대비 13.4%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월(14.3%) 이후 14년 4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 5월 13.1%를 보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았는데, 한 달 만에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라면의 물가 상승률을 전체 품목과 비교하면 상당히 컸다.

지난달 전체 물가 상승률은 2.7%로 라면(13.4%)과의 격차가 10.7%포인트에 달했다. 이는 2009년 1월(11.0%포인트) 이후 14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것이다. 전체 물가 상승률이 둔화세를 보이는 반면 라면은 오히려 상승 곡선을 그려 격차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농심은 이번 달 신라면 출고가를 4.5% 인하했고, 삼양식품은 삼양라면, 짜짜로니, 맛있는라면, 열무비빔면 등 12개 대표 제품의 가격을 순차적으로 평균 4.7% 내렸다. 또 오뚜기가 스낵면과 참깨라면 등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0% 인하하고, 팔도는 일품해물라면, 왕뚜껑봉지면 등 11개 제품 소비자 가격을 평균 5.1% 인하했다.

농심은 신라면 가격을 내렸지만 안성탕면, 짜파게티, 너구리 등의 가격은 그대로 유지했고, 삼양식품(불닭볶음면), 오뚜기(진라면), 팔도(팔도비빔면) 등도 주력 제품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

본격적인 무더위 시작 되는 여름철을 앞두고 빙과류도 줄줄이 올랐다.

지난 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5월 아이스크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8.02로 지난해 동월보다 5.9% 상승했다. 이 같은 물가 상승률은 다른 품목에 비해 낮아 보이지만, 가격 인상으로 지난해 5월 아이스크림 물가 상승률이 13.0%에 달했다는 점, 즉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체감 가격은 높다고 할 수 있다. 올해 들어 아이스크림의 물가 상승률은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롯데웰푸드, 빙그레, 빙그레의 자회사인 해태아이스크림 등 빙과 업체들이 2월부터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3월 아이스크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월에 비해 13.7% 올랐다.빙과 업체들은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물류비, 전기·가스요금 인상 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잇달아 인상했다.

소비자 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2년 전과 비교하면 아이스크림 물가 상승률은 20%에 육박했다. 올해 5월 아이스크림 소비자물가지수를 2년 전인 2021년 5월과 비교하면 19.6% 올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업체들은 지난해 인상했던 가격 인상률과 제품 종류에 걸맞은 가격 인하를 결정해 원재료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부담시켰던 경제적 부담을 확실히 회복시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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