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놀이터' 삼성전자 VS 'IT 기기 배움터' 애플...체험 매장 '강남 대전' 승자는 [New & Good]
6층 2000㎡ 규모, MZ 겨냥 체험존
'애플 강남'과 걸어서 10분 거리
IT 공룡, 강남에서 체험존 맞대결
왕복 10차로 도로가 깔린 젊은이의 성지(聖地) 강남대로. 이곳에선 숙명의 정보기술(IT) 라이벌 삼성전자와 애플의 총성 없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이 높은 가격의 프리미엄 제품을 많이 소비하는 중요 시장으로 성장하자 두 회사 모두 공들여 만든 '고객 체험' 공간을 내세운 것. IT 공룡들의 '강남 대전(大戰)' 결과에 따라 10·20대는 애플을, 30대 이상은 삼성전자 제품을 선호하는 시장 구도까지 뒤바뀔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지를 차지하라…강남역 vs. 신논현역
삼성전자는 강남역 코앞에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 '삼성 강남'을 지난달 29일 열었다. 2호선·신분당선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걸어서 2분 거리로 접근성이 좋았다. 현장에 가보니 지하 10층, 지상 5층으로 구성된 연한 회색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건물 외벽은 커다란 사각형 창으로 이뤄져 세련된 느낌이 들었다. 정호진 삼성전자 모바일경험팀(MX) 부사장은 전날(28일) 삼성 강남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여러 위치를 따져본 뒤 강남역 네거리로 확정해 매장을 열기까지 5년이 걸렸다"면서 "강남역에 어울리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4월 문을 연 애플의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 '애플 강남'은 9호선·신분당선 신논현역 5번 출구로 나와 왼쪽을 바라보니 바로 모습을 드러냈다. 애플을 상징하는 '사과' 모양이 박힌 정문에 회사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개장 당시 디어드리 오브라이언 애플 수석 부사장은 "애플 강남에서 더 많은 고객과 애플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됐다"며 "애플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삼성 강남과 애플 강남 거리는 약 600m. 걸어서 10분이면 닿는다. 소비자의 발걸음을 끌어들이기 위해 각각 강남역과 신논현 앞이라는 초역세권을 차지했다. 바깥에서 바라본 꾸밈새만 보면 두 매장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결국 승부를 가를 핵심은 콘텐츠. 두 회사 모두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휴대용컴퓨터(태블릿PC), 스마트워치 등 IT 기기를 즐기는 핵심 소비층이 이들이기 때문이다. MZ를 먼저 사로잡아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하면 30대 이상 소비자를 끌어들이기에도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삼성 강남, 체험존부터 서비스센터까지
삼성 강남은 'MZ세대의 놀이터'를 주제로 6개 층 2,000㎡ 규모로 꾸며졌다. 1, 2층은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착용할 수 있다. 1층 문을 열고 들어가니 커다란 곰돌이 인형 두 개가 서로를 껴안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현장 관계자는 "재생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해 만든 조형물"이라고 귀띔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제품 등에 폐어구를 활용하는 등 친환경 활동에 공을 들이고 있다. 2층에선 한 소비자가 실내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고 있었는데 자전거와 연결된 TV 화면에 심박수 같은 활동 지표가 떴다.
3층으로 올라가자 작은 카페와 삼성전자의 여러 가전제품을 3차원(3D) 가상 주택에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놓아볼 수 있는 '비스포크 홈 메타' 공간이 있다. 집 내부 투어 타입을 고른 뒤 가전을 두고 가상현실(VR) 안경을 쓰니 3D로 구현된 거실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4층에는 600인치 초대형 스크린에 강남 시내 모습이 그려졌는데 스크린과 연동된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자 스크린 속 건물 전광판에 얼굴이 나타나 웃음을 줬다. 5층은 직원들의 사무 공간이다.
지하 1층에는 제품 수리를 담당하는 서비스센터를 마련했는데 삼성 강남만의 차별화 포인트다. 삼성전자가 전국적으로 제품 수리망을 탄탄히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체험 공간에서도 이를 강조했다. 그 옆에는 소비자들이 제품 수리를 기다리며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S23 셀카를 찍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셀카 세 장을 찍고 스마트폰으로 옮겨 받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보니 힙한 문화가 느껴졌다. 특이한 점은 이곳에 일하는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29.8세로 젊다는 점이다. 일반 매장보다 약 열 살 정도 어리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 외국인 방문객을 맞이하기 위해 현지에서 파견을 받은 직원도 있고 제품별 전문 인력도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애플 강남, 애플 생태계로 맞불
이에 맞서는 애플 강남은 규모 면에서는 삼성 강남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작다. 1층짜리 공간에 제품 체험존과 소비자 교육 공간, 온라인으로 주문한 제품을 받아 갈 수 있는 픽업 공간을 모두 넣었다. 지난달 28일 찾아가 보니 안내 직원이 외국인 방문객과 영어로 대화하며 제품을 설명하고 있었다. 애플 강남에서 일하는 직원은 150여 명인데 이들은 모두 합해 10개가 넘는 언어를 구사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준비돼 있다고 한다.
애플 강남에서 주목할 점은 '애플 생태계'를 중심으로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특히 10·20대에게 인기가 높은 브랜드이다 보니 강남은 인지도나 매출 두 가지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다. 이곳에선 애플이 만든 여러 콘텐츠를 애플의 전자기기로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TV 공간에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애플TV플러스(+) 작품을 볼 수 있고 아이패드를 이용해 게임을 해 볼 수도 있다. 아이패드에는 게임 조종기인 콘솔도 연결돼 있는데 레이싱 게임을 골라 진행해 보니 그래픽이나 속도감이 제대로 느껴졌다. 헤드셋 제품 체험 공간에는 오디오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 애플 뮤직을 통해 다채로운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 전시된 제품을 터치하면 가격과 성능을 비교해 나에게 알맞은 제품을 찾아주는 추천 기능도 이용할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강남이 대치동 학원가를 비롯해 한국을 대표하는 '교육의 메카'로 불리는 만큼 애플 강남에도 배움이라는 키워드가 적극적으로 반영됐다는 점이다. 현재 애플은 가로수길, 여의도, 명동, 잠실 등 모든 체험 매장에서 여러 제품으로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는 '투데이 앳 애플(Today at Apple)'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스마트폰으로 사진 잘 찍는 법,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는 법 등을 알려준다.
실제 서울 중구 명동의 '애플 명동'에서 진행된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기 수업에 참여해 봤다. 1시간 동안 회사가 제공한 아이패드를 이용해 캐릭터 색칠하기와 편집 기술 등을 배울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각자 자신의 닉네임을 정하고 가장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말하는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다. 진행자의 안내에 따라 자신만의 캐릭터를 그린 뒤 움직이는 사진(GIF)으로 만들었는데 애플 제품을 쓰지 않는 소비자에겐 이메일로 파일을 보내줬다.
수업이 큰 전광판 앞에 여러 개의 의자가 놓여있는 곳에서 진행됐지만 애플 강남은 원형 테이블에서 이뤄졌다. 현장을 찾았을 때도 수업이 한참 진행 중이었는데 초등학생 다섯 명과 진행자가 서로 마주 보고 둘러앉아 제품 쓰는 방법을 익히고 있었다. 애플 측은 소비자와 더 가까운 분위기 속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원형 테이블을 놓았다고 설명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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