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뉴스] 프랑스 총격 사망 시위…“이민의 그늘”
[앵커]
프랑스에서 경찰을 피해 달아나던 아랍계 소년이 경찰 총격에 숨진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로 인한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지며 프랑스를 흔들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프랑스 내의 이민자 사회가 느끼는 차별과 소외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김혜송 해설위원과 함께 알아봅니다.
경찰에 의한 총격 사망 이후 시위가 계속됐는데, 어제는 어땠나요?
[기자]
어제도 폭력 시위는 계속됐습니다. 다만 강도는 약해졌습니다.
하루 검거 인원이 가장 많을 때는 지난달 말일로 천 3백여 명이었는데 그제 발표 때는 157명, 어제는 72명이었으니까 많이 진정이 된 거죠.
[앵커]
경찰 총격 사망 사건이 있고 연일 시위가 계속됐는데 피해가 어느 정도입니까?
[기자]
지난달 27일이죠.
파리 외곽 낭테르에서 나엘이라는 이름의 17살 난 알제리계 소년이 경찰의 지시에 불응하고 차를 몰고 달아나다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이후 전국적으로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심각한 폭력 사태로 번졌습니다.
파리와 리옹, 마르세유 등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고 프랑스 정부는 4만 5천여 명의 경찰력을 투입했습니다.
폭력 양상이 심각한 곳에는 장갑차와 헬리콥터가 동원됐고 특히 마르세유에서는 대테러 특수부대가 투입되기도 했습니다.
약 3천 5백 명 정도 체포됐고 이들의 평균 나이는 17살이었다고 합니다.
자동차 5천6백여 대, 건물 천여 채가 불탔고 경찰서는 약 250곳, 시청은 약 100곳이 공격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관공서뿐 아니라 매장 유리창을 깨고 고가의 전시품을 훔쳐가는 등의 사례도 잇따랐습니다.
현지 매체 파리지엥은 프랑스 전역에서 2백 개 기업이 약탈당했고 은행 지점 3백 곳이 공격을 받는 등 재산 피해가 10억 유로, 우리 돈 1조 4천억 원을 넘을 것이라고 한 경제 단체장을 인용해 보도됐습니다.
시위가 심각한 폭력으로 치닫자 숨진 소년의 할머니가 나서 자제를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나디아/숨진 소년의 할머니 : "사람들은 숨진 우리 손자를 핑계로 이것을(파괴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그만 하세요. 멈춰요. 가게 유리창을 깨서도, 학교를 뒤져서도 안 됩니다./차를 부수지 마세요. 자동차나 학교, 버스는 당신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시위가 진행되며 본질이 사라진 상황이었던 것 같군요.
[기자]
경찰의 처사를 규탄하고 피해자를 추모하는 정도가 아니라 명백한 폭력 사태로 변질 됐습니다.
약탈과 방화가 이어진 가운데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파리 남부인 라이레로즈에서는 우파 소속인 뱅상 장브룅 시장의 집으로 누군가 차를 몰고 돌진해 불을 지르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특히 많은 경우 폭력 시위는 누군가 장소와 시간을 SNS상에 올리면 기습적으로 진행하는 행태를 보였는데요.
마크롱 대통령은 어제 그간의 시위로 피해를 본 지역 시장 240여 명을 엘리제궁으로 부른 자리에서 과격 시위가 벌어질 경우 청년층의 SNS 사용 차단 검토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비공개로 진행된 어제 행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이밖에 시장들로부터 피해 상황을 듣고 건물과 대중교통, 도로와 공공시설 등의 빠른 복구에 나설 것을 약속했습니다.
[앵커]
프랑스에 이렇게 이민자들이 들고 일어난 적이 전에도 있었나요?
[기자]
지난 2005년 10월 프랑스 파리 북부 교외에서 아프리카 출신 10대 소년 2명이 경찰의 추격을 피해 변전소 담을 넘다가 감전사한 적이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이민자들의 폭력 사태가 일어났었는데요 3주 동안 300여 채의 건물이 공격받고 차량 만여 대가 불타는 피해가 났습니다.
당시 정부는 3천여 명을 체포했고 비상사태도 선포했었습니다.
이 정도 규모까지는 아니어도 수년에 한 번 정도는 이슬람계 이민자들과 공권력 간에 물리적인 충돌이 벌이 지곤 했습니다.
[앵커]
이 같은 시위 사태의 배경은 무엇으로 볼 수 있습니까?
[기자]
프랑스는 외국인에게 비교적 관용적이었고 이민자 비율도 다른 나라보다 높은데요.
인종 차별과 실업 등 이민자 사회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뉴욕 타임스는 프랑스가 이민자들의 통합에 실패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교외에는 많은 이민자들이 살고 있지만 희망은 없고 학교는 가난하다, 또 젊은 무슬림과 경찰 간에 증오가 있고 정부는 사회적 결속 회복을 약속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아프리카·아랍계 이민자들은 대도시 외곽에 많이 사는데요.
방리외(banlieue)라고 부릅니다.
파리를 예로 들면 대체로 시 외곽 북부 지역이 되겠는데 이번에 경찰 총격 사망 사건이 발생한 낭테르도 방리유입니다.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적고 저소득층이 많아 번영에서 소외됐다는 의식 속에 공권력과 충돌이 자주 빚어진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이들과의 사회 통합이 관건이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총격 사망 사건을 놓고도 백인이면 그렇게 했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앞서 지난 2017년 프랑스에서 5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보고서를 보면 아프리카나 아랍계 남성이 경찰에게 신분 확인을 요구받을 가능성은 백인 남성에 비해 20배가량 높았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반면 한 보수성향 연구기관은 이민자가 인구의 7%인데 전체 성범죄자의 14%, 살인범죄의 19%에 이른다고 밝히는 한편 프랑스인 다수는 외국인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며 이민은 그만 받자는 응답률이 높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도 이민자에 대한 대립되는 각각의 시각이 느껴지는데요. 이번 사태는 프랑스 밖으로도 파장을 미치고 있습니다.
스위스와 벨기에에서도 돌과 화염병이 등장하는 폭력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또한 튀르키예와 이란 등은 프랑스에서 이민자들이 차별적 대우를 받았다며 서방 국가들의 도덕성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고 이들이 진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자는 통합 문제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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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송 기자 (pine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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