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수신료 분리징수 의결…KBS "국민 체납자 위험"
방송통신위원회가 TV 수신료를 분리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KBS는 수용할 수 없단 입장을 내놨다.
5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결론이 나왔다. 여권 추천 위원인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상임위원이 찬성, 야당 추천 위원인 김현 상임위원은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퇴장했다.
개정안에 따라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제2항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 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할 수 있다'는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 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로 변경된다. 현재 공영방송사 KBS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 위탁해 수신료(EBS 포함)를 통합징수하고 있지만 시행령이 개정되면 이를 제한하게 된다.
방통위는 "지금까지는 수신료 납부 의무가 없는 경우에도 수신료 징수의 이의신청, 환불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앞으로는 국민이 납부 의무 여부를 명확히 알고 대처할 수 있게 된다"고 개정안의 취지를 전했다.
향후 차관회의·국무회의 심의 및 의결, 대통령 재가 등을 거치면 개정된 시행령은 이르면 이달 안에 공포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신료 분리징수로 재원 타격이 전망되는 KBS는 이날 입장을 내고 방통위 의결 과정에 반발했다. KBS는 통상 40일이 걸리는 입법 예고 기간을 방통위가 10일로 단축한 것에 있어 이미 헌법재판소에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절차 진행 정지 가처분 신청과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KBS는 "당시 대통령실 권고안에는 수신료 분리 징수와 함께 '공영방송의 위상과 공적 책임 이행 보장 방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이 함께 포함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공영방송의 위상과 공적 책임 이행을 크게 약화시키는 수신료 분리 징수 조치만이 3인 체제의 방통위에서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방통위는 공영방송의 존폐를 좌우할 수 있는 시행령 개정안을 행정절차법상 일반적인 입법예고기간 40일의 1/4에 불과한 10일의 예고만으로 통과시켰다. 당사자인 KBS의 의견진술 요청은 이유 없이 거부됐고, 징수비용 급증과 현장의 혼란을 우려하는 한전의 의견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지난 30년간 적은 비용으로도 가장 효율적으로 대한민국 공영방송을 지탱해 온 재원 조달 체계를, 최소한의 사회적 논의나 대안 마련도 없이 이처럼 극도로 긴박하게 폐기해야만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또 이번 시행령 개정이 수신료 납부 선택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KBS는 "수신료를 내고 싶지 않은 국민들은 안 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정부가 생각하는 '국민 불편 해소'인가. 방송법에 따라 수신료 납부 의무는 여전하며, 특별부담금인 수신료에 대해 납부 선택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례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납부 선택권을 부여한 것으로 오도해 수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체납자가 될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 정부가 바라는 '국민 불편 해소'인가"라고 반문했다.
국민을 향해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에까지 이른 배경에는 KBS를 향한 국민 여러분의 지적과 비판이 있었다는 점 또한 잘 알고 있으며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이유 불문, 통렬한 반성을 바탕으로 국민 여러분께서 수긍하실 수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 특히 공정성과 경영효율화에 대한 문제 지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법을 마련해 국민 여러분께 보고 드리겠다. 됐다고 하실 때까지 자구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부 당국에는 "공영방송 KBS라는 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그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과실은 국민 모두에게 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충분한 숙고와 토론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지금이라도 입법예고 기간에 제출된 국민 의견들을 비롯해, 학계와 시민사회, 지역사회 등에서 쏟아지고 있는 우려 의견들을 경청하고 공영방송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근본적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주시라. 지금과 같이 일방향의 긴박한 진행은 잠시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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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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