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에 "긴박한 진행 멈춰야"
"충분한 숙고 거쳐 현명한 판단 해달라"
KBS는 5일 낸 입장문에서 “방통위 의결이 지난달 5일 대통령실이 TV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안을 발표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이뤄졌다”며 “시행령 개정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KBS는 “대통령실 권고안의 근거가 된 온라인 투표 결과의 정당성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방통위는 공영방송의 존폐를 좌우할 수 있는 시행령 개정령안을 행정절차법상 일반적인 입법예고기간 40일의 4분의 1에 불과한 10일의 예고만으로 통과시켰다”며 “행정입법에 필요한 사전영향평가나 규제심사, 법제처장 협의 등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는 알려진 바도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당사자인 KBS의 의견진술 요청은 이유 없이 거부됐고, 징수비용 급증과 현장의 혼란을 우려하는 한전의 의견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지난 30년간 적은 비용으로도 가장 효율적으로 대한민국 공영방송을 지탱해 온 재원 조달 체계를 최소한의 사회적 논의나 대안 마련도 없이 이처럼 극도로 긴박하게 폐기해야만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반발했다.
KBS는 “개정 시행령은 수신료 납부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오도할 수 있다. 방송법에 따라 수신료 납부 의무는 여전하다”며 “특별부담금인 수신료에 대해 납부 선택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례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납부 선택권을 부여한 것으로 오도해 수많은 국민이 체납자가 될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 정부가 바라는 ‘국민 불편 해소냐”고 반문했다.
KBS는 “공영방송 KBS라는 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그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과실은 국민 모두에게 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충분한 숙고와 토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KBS는 “정부 당국에 호소한다. 아직 절차가 남아있다”며 “지금이라도 입법예고 기간에 제출된 국민 의견들을 비롯해 학계와 시민사회, 지역사회 등에서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한 우려 의견들을 차분히 경청해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공영방송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단기적 극약처방이 아닌 근본적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달라”면서 “지금과 같은 일방향의 긴박한 진행은 잠시 멈추고, 원만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해주실 것을 정부 당국과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호소 드린다”고 밝혔다.
방송법 제64조(텔레비전수상기의 등록과 수신료 납부)에 따라 TV수상기를 소지한 사람은 수신료로 매달 2500원을 내야 한다. 징수 업무는 방송법 제67조(수상기 등록 및 징수의 위탁)에 따라 1994년부터 한국전력이 위탁받아 전기요금과 통합해서 맡아왔다.
이 가운데 대통령실은 지난달 5일 방통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관계 법령 개정 및 그에 따른 후속 조치 이행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방통위는 같은 달 16일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방통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종전까지 전기요금과 통합 징수하던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권 추천 위원인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상임위원이 찬성했고, 야당 추천 위원인 김현 상임위원은 표결에 불참하고 퇴장했다. 개정안은 앞으로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재가 절차를 거쳐 공포되어야 시행된다.
한편 KBS가 지난 4월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방송연맹(EBU)에 가입한 56개국 중 수신료를 유지하는 국가는 23개국이다. 수신료 유지 국가 중에선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터키 등 12개국이 전력회사에 수신료 징수를 맡기고 있다. 이밖에 아일랜드, 폴란드 등 3개국은 우체국이 수신료를 징수하고 있으며, 자체 징수(3개국), 자체 별도회사(2개국), 외부 대행사(2개국)가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들도 있다.
김현식 (ssi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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