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 지하주차장 붕괴는 인재…시공 부실로 기둥 보강근 빼먹어

CBS노컷뉴스 이준규 기자 2023. 7. 5.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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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고조사위 특별점검 결과 32개 기둥 중 15개 기둥에 보강근 미적용 표기
이후 감리단계, 시공단계 모두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보강근 미설치
콘크리트 강도도 기준보다 낮았고 하중분석도 실패해 더 많은 무게 더해져
안전관리비 4100만원 출퇴근 셔틀버스에 쓰고 골재시험도 제멋대로 변경
국토부 "GS건설 83개 건설현장 점검 추진…처분사항 8월 중순에 발표"
지난 2일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모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구조물이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인천 검단 아파트 건설현장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원인이 부실 시공과 품질관리 미흡, 추가 하중 오판 등 인재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5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사고조사와 사고현장 특별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사조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설계·감리·시공 등 부실로 인한 전단보강근의 미설치 △붕괴구간 콘크리트 강도부족 등 품질관리 미흡 △공사과정에서 추가되는 하중을 적게 고려한 것 등 3가지를 주요 사고원인으로 지목했다.

사조위는 가장 큰 원인으로 보강근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점을 꼽았다.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도면상의 전단보강근 적용 기둥 위치와 실제 탐사 결과. 국토교통부 제공


붕괴가 발생한 지하주차장 슬래브 인근의 도면을 분석한 결과 구조설계 상에는 32개 기둥 모두에 전단보강근이 필요했지만, 이 중 15개 기둥을 전단보강근 미적용 기둥으로 표기한 것이 밝혀졌다.

감리 단계에서도 철근작업상세도 작성 후 도면을 확인하고 승인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견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시공 단계에서도 보강근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

붕괴로 인해 확인이 불가능한 기둥을 제외하고 붕괴구간 인근의 8개 기둥을 조사한 결과 이 중 4개 기둥이 설계와 다르게 전단보강근을 뺀 채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콘크리트 품질도 설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구간의 콘크리트 강도시험 결과 설계기준 강도인 24MPa의 85%인 20.4MPa보다 낮은 16.9MPa로 측정됐다.

추가하중 분석에서도 식재공사 과정에서 설계값인 1.1m보다 많은 최대 2.1m의 토사가 적재되면서 더 많은 하중이 가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조위는 이같은 원인들의 영향을 종합한 결과 붕괴구간 인근 기둥 32개 중 11개는 전단강도 부족, 9개는 휨강도 부족이 확인됐으며, 특히 7개 기둥에서는 전단강도 부족과 휨강도 부족이 동시에 발생해 붕괴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전단강도가 부족한 기둥 11개소에 전단보강근이 있었다면 모두 전단강도가 확보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전단보강근 부족이 결정적인 사고 원인이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현장 콘크리트 강도. 국토교통부 제공

이번 사고 현장은 특별점검 결과 사고원인 뿐 아니라 각종 안전과 품질 관리에서도 미흡하게 사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총 공사비가 1600억원인 인천검단 AA13-2BL 공공주택사업의 발주청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이며, 사업관리자는 지에스(GS)건설 공동수급체, 시공사의 수급인은 GS건설 공동수급체, 하수급인은 상하건설, 아세아종합건설, 건설사업관리자는 목양종합건축사사무소 공동수급체, 설계자는 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무소 공동수급체다.

건설사업자와 안전점검 수행기관은 골조가 완료될 때까지 지하주차장 정기안전점검을 실시하지 않았으며, 건설사업관리용역사업자도 점검 시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또 건설사업자는 전설기술진흥법에 따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안전관리에 필요한 비용 중 4100만원을 출퇴근 셔틀버스 임차비용으로 사용했다.

품질관리 부문에서도 건설사업자는 콘크리트용 골재시험 빈도를 기준과 달리 일괄 적용해 계획을 수립했고, 시험 또한 7회에서 0회로 변경했다.

발주청인 LH는 품질관리계획과 레미콘 자재품질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품질관리 적절성을 확인하지 않았다.

국가건설기준에 따라 잔골재의 조립률이 ±0.20 이상 변화했을 경우 콘크리트의 배합을 보완해야 하지만, 건설사업자와 건설사업관리기술인은 조립률이 0.31이나 변했음에도 재검토 없이 기존대로 레미콘을 타설했다.

설계와 시공 부문에서는 설계자가 지하주차장의 기둥 1개와 보 32개를 구조계산서와 달리 설계도면을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업자는 주차장 기둥 무량판 슬래브 주두부 7곳에는 전단보강철근을 설치하지 않았고, 건설사업관리용역사업자도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이같은 특별점검과 함께 GS건설이 시공 중인 83개 건설현장에 대한 확인점검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 김규철 기술안전정책관은 "사고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조치와 GS현장 확인점검 결과, 특별점검에 따른 처분사항은 8월 중순에 발표하겠다"며 "지적내용과 사조위에서 규명된 원인조사 결과를 토대로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에 엄정한 조치를 요구하고 재발방지대책도 조속히 마련해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들어보니 설계, 시공, 감리 어느 한 군데라도 주어진 책임을 다했으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는 올 수 없는 게 아니냐"며 "지상부에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이니 조사 과정과 결과를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전부를 국민들 앞에 공개하고 그에 따른 대책은 국민들 눈높이와 전문적 과학이 얘기해 주는 것을 놓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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