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 튼 한중 고위급 대화… 다음주 외교장관회담 열리나
'당국 간 적시 소통 추진'에 한뜻… "분위기 달라졌다"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올 들어 경색 일변도를 걸어왔던 한중관계에 미약하게나마 '훈풍'이 불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가 4일 쑨웨이둥(孫衛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 및 눙룽(農融)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와 잇달아 만나 양국관계 증진 방안을 논의하면서다.
우리 외교부에 따르면 최 차관보는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쑨 부부장과 만나 작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휘 한중관계 제반 현황을 점검하고 "상호 존중과 호혜에 기반을 둔 양국관계 증진을 위해선 세심한 노력이 요구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최 차관보는 이어 눙 부장조리와 만나서는 "한중일 3국 간 소통·협력 진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가기로" 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중국 외교부도 "최 차관보와 쑨 부부장이 양국 관계에 대해서 솔직하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양측은 중국과 한국이 뗄 수 없는 이웃이자 불가분의 동반자로서 양국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는 게 매우 중요하고 양측 공동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한중 외교당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대면 접촉을 한 건 올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한중 양국은 작년 8월엔 외교장관회담을, 그리고 11월엔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도 했지만, 작년 말로 계획했던 왕이(王毅) 당시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이 무산된 이후 한중 간에 각종 갈등 요소가 불거지면서 고위급 접촉 또한 사실상 중단됐던 상황이다.
연초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한중 간 방역 갈등과 윤석열 대통령의 4월 미국 국빈 방문 계기 외신 인터뷰 중 대만 관련 발언을 둘러싼 논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최근엔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가 '한미동맹 강화·발전'을 우선시해온 우리 정부의 외교기조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발언을 하면서 그야말로 한중 갈등이 '폭발'하는 듯한 양상까지 보였다.
이런 가운데 최 차관보와 중국 당국자들 간의 연쇄 회동이 이뤄지고, 한중관계 증진에 관해 얘기한 건 양측 모두 '더 이상 갈등이 심화돼선 안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단 뜻으로 해석된다.
외교가에선 특히 한중 양측이 이번 최 차관보 방중을 계기로 "외교당국 간 적시 소통 추진" "정치·외교적 소통의 지속 강화"에 의견을 같이했단 점에 주목, 다음 주(13~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올 1월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과 전화통화만 1차례 했을 뿐 아직 대면 회담은 하지 못했다.
외교 소식통은 "불과 1주일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 선뜻 대화를 제의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며 "아직 한중 장관 회담이 조율되고 있는 건 아니지만 가능성이 커진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중국 당국의 '외교 사령탑'인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은 지난 3일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열린 '한중일 3국 협력국제포럼(IFTC)' 참석 당시 우리나라·일본 등 각국과의 관계 증진과 한중일 3국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연내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왕 위원의 해당 발언과 최 차관보의 이번 방중 간엔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한다. 다만 중국 당국자들로부터 관계 개선 필요성을 확인하는 메시지가 잇따라 나오는 점만큼은 향후 한중 간 대화 추진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한중 양국 외교부에 따르면 최 차관보는 이번 방중에서 우리 정부가 1992년 한중 수교 당시부터 '하나의 중국'(一個中國), 즉 중국 대륙과 홍콩·마카오·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며 중국의 합법 정부 또한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하나란 중국 당국의 대외 기조를 존중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를 견지할 것임을 확인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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