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검단 주차장 붕괴…GS "전면 재시공" 초강수
32개 모든 기둥 보강근 필요하나 절반이 미적용
감리사도 발견 못 해, 실제 8개 파보니 4개 누락
발주 LH, 시공 GS 모두 책임…"입주 지연 보상"
[세종=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지난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AA13-2BL·가칭 자이 안단테)에서 벌어진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는 설계과정에서 실수로 빠진 ‘전단보강근’(剪斷補强筋)이 원인이었다.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시공사인 GS건설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어느 한군데라도 주어진 책임을 다했으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올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통탄했다. GS건설은 17동, 1666세대 단지를 전면 재시공하겠다는 초강수를 내놨다.
국토교통부는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인천 검단 아파트 건설현장의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관련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사고조사 결과와 사고현장 특별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사조위는 △설계·감리·시공 등 부실로 인한 전단보강근의 미설치 △붕괴구간 콘크리트 강도부족 등 품질관리 미흡 △공사과정에서 추가되는 하중을 적게 고려한 것을 주요 사고원인으로 지목했다. 쉽게 얘기해서 가장 중요한 보강 철근이 빠졌고, 여기에 부실 콘크리트를 사용했고, 추가 하중을 고려하지 않아 붕괴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해당 사고는 지난 4월 29일 밤 11시 25분경 202동과 203동 사이 지하 1층 상부 슬래브가 붕괴되고 이어 지하 2층 상부 슬래브가 무너지며 벌어졌다. 다행히 사고발생 시각이 늦은 밤으로 인명피해는 없었다.
해당 아파트 주차장은 보 없이 바닥과 기둥만 있는 ‘무량식’으로 지어졌다. 조사위는 설계과정에서 붕괴가 발생한 지하주차장 슬래브 인근의 도면을 분석한 결과, 구조설계상 32개 모든 기둥에 전단보강근이 필요하나, 기둥 15개소가 전단보강근 미적용 기둥으로 표기됐다고 설명했다.
감리사는 ‘철근작업상세도’(Shop Drawing) 작성 후 도면을 확인·승인하는 과정에서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실제 조사위가 32개소 중 붕괴된 위치 등 확인이 불가한 기둥을 제외하고 8개소를 조사해보니 4개소에서 설계와 다르게 전단보강근을 누락한 점이 드러났다. 콘크리트 역시 부실했다. 사고구간 콘크리트 강도시험 결과 사고부위에서 설계기준 강도보다도 낮게 측정됐다. 추가하중에 대한 검토도 미흡했다.
전체 구조물을 분석한 결과 붕괴구간 인근 기둥 32개소 중 11개소는 전단강도가 부족했다. 9개소는 휨강도 부족을 확인했고 이중 7개소는 전단강도 부족, 휨강도 부족이 동시에 발생했다. 특히, 전단강도가 부족한 기둥 11개소에 전단보강근만 있었어도 붕괴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판단을 내렸다.
홍건호 조사위원장(호서대 건축토목공학부 교수)은 “(철근 누락을) 의도적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지형 구조상) 같은 층이라도 위치에 따라 어디는 지하 1층, 또 어디는 지하 2층으로 본다. 혼선으로 실수가 있었을 것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붕괴 원인이 밝혀지면서 GS건설은 17개동, 1666세대 모두를 전면 재시공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아파트는 GS건설 컨소시엄(동부건설·대보건설)이 지난 2020년 시공책임형 CM 방식으로 수주했다. 이는 시공사가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약정된 공사비 내에서 책임지고 공사하는 제도로 LH는 지난 2017년부터 시행했다. GS건설은 “자사 불량제품 전체를 불태운 경영자의 마음으로 입주예정자들의 여론을 반영해 검단 단지 전체를 전면 재시공하고 입주지연에 따른 모든 보상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LH 역시 책임을 면하지 못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설계서는 발주처인 LH에서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김규철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설계서 검토와 제안 제시는 발주처와 시공사와 공동으로 관여돼 있고, 설계서 승인은 발주처에서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것”이라며 “어느 주체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내달 중순경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경훈 (vi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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