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도 근로시간? 고객접대는 공짜노동?
주 52시간제가 시행된 이후 기업들은 근로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업무방식을 개선하고 근무시간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여기에 ‘워라밸’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공짜 노동’에 대한 의문이 더해지면서 종래에는 관행적으로 근로시간이라고 인식되지 않았던 영역이 문제되고 있다. 대기시간, 당직근무, 출장이동시간, 연수·교육시간, 체육대회·봉사활동과 같은 행사 참여 등이 자주 거론된다.
한 걸음 더 나가는 질문도 있다. 흡연하는 시간에 대해서도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가? 근무 중에 흡연을 하는 시간도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이다. 반면 고객 접대는 근로시간이 아닌가? 고객 접대도 사용자의 고객관리업무의 일환이므로 연장근로에 해당하고 연장근로수당을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다. 이러한 질문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기업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이질적인 질문이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근로시간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시간에 대한 직접적인 정의 조항이 없지만,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보고 휴게시간은 근로시간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대법원은 이에 관하여 근로시간을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으로 정의하고, 이에 대칭되는 개념으로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휴게시간으로 파악한다. 현실적으로 작업을 수행한 시간 뿐만 아니라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놓여 자유로운 시간 활용이 어려운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사용자의 지휘명령에서 완전히 벗어나 근로자의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면 근로시간으로 볼 수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근로계약의 내용,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규정, 근로자가 제공하는 업무의 내용과 구체적 업무 방식,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장소의 구비 여부, 그 밖에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을 방해하거나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 등이 판단기준이 된다.
요즘에는 대부분 건물 내에서 흡연이 금지되고 있어 특정된 흡연 구역을 찾아가 담배를 피고 오는데 적어도 5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만큼 근무시간 중에 근무장소를 이탈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숨 쉴 시간도 주지 않는다고 불평할 수도 있지만, 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 직원이 근무시간 중에 업무를 완성하지 못하고 저녁에 남아 업무를 처리하여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면 억울할 수 있다. 근무시간 중 흡연이 기업에서 관행적으로 용인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이유로 징계를 하는 것은 의문이 들더라도,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흡연시간을 근로시간에서 공제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이유이다. 실제 일부 회사에는 업무 활동이 없는 시간이 일정 수준을 넘는 경우 근무 시간에서 공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적법성이 전면적으로 인정될지는 판단이 쉽지 않아 보인다. 직원이 흡연을 하는 동안 사용자의 지휘·감독 상태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는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에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더라도 근무시간 중에 성실하게 근로를 제공해야 할 전념 의무가 있고, 다만 근무시간 중에 흡연을 관행적으로 묵인하는 것은 업무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이를 허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1차적으로는 근태관리의 문제이지 근로시간으로 접근하는 데는 다소 한계가 있는 이유이다.
반면 저녁에 고객을 만나 식사를 하고 2차로 노래방에 가는 접대 시간도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을까? 접대를 하는 것은 거래처와 원활한 영업관계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업무와 관련성이 있다. 특히 영업부서는 그 본연의 업무와 밀접하게 연계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만일 직원이 상사의 지시에 따라 접대 자리에 참여한다면 이는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 있는 것으로 근로시간에 해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참여자들이 흥에 겨워 2차 노래방에 가는 시간까지 근로시간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과할 것이다.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중간 영역에 있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판단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실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가급적 이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하여 불필요한 분쟁을 방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예를 들면, 근무시간 중 흡연을 금지하고, 특정 시간을 흡연시간으로 정하거나 횟수를 정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비흡연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하는 것이 더욱 좋을 것이다. 접대의 경우 참석을 지시하거나 강제하는 것보다는 직원들로 하여금 참여 여부를 선택하게 하면 근로시간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다. 또한 사업주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업무로 인정되는 시간을 미리 규정하여 근로시간 인정 범위에 대한 분쟁을 방지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기영석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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