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못러'와의 이별에는 준비가 필요하다

2023. 7. 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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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김상민 변호사의 '스토리 노동법'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니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과 '일못러(일을 못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일잘러와 일못러의 특징, '갓생하는 일잘러 되기'와 같은 이야기이다. 일잘러는 상황 판단이 빠르고 정확한다, 일못러는 시켜야만 일을 한다는 것이 대표적인 특징으로 지적되고 있고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일잘러와 일못러를 잘 알고 있고, 누구나 일잘러가 되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느 조직이든 뛰어난 역량과 성과로 조직을 이끄는 에이스가 있는 반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거나 뒤쳐지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조직의 최하위권에 속한 극단적인 저성과자들도 있다. 저성과자들이 생기는 원인에는 본인의 능력 부족, 기업의 인력관리 실패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조직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의욕이 꺾이는 일이고, 철저한 평판조회(레퍼런스 체크)가 일반화된 요즘 이직도 쉽지 않다. 회사로서도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불행한 일이고, 직원간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인사관리상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에이스만으로 운영되는 팀은 없기 때문에 저성과자 관리가 필요하다. 

저성과자 관리의 첫 단추는 정확하고 공정한 평가이다. 평가가 정확해야 현재 자신의 상황을 알고 다음(next step)을 준비할 수 있고, 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모든 이들이 그 결과를 수용할 수 있다. 대체로 중간 정도 하는 사람은 “나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조금 처지는 사람은 “나는 중간은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바라보는 모습과 남이 바라보는 모습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인데, 평가결과를 전달 후 이를 이해시키는 과정 역시 수반될 필요가 있다. 마음 약한 평가자들은 후배와 어색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가급적 후배의 환상을 깨뜨리기를 두려워해서 후한 평가로 일관하는 경우도 있는데, 후배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 추후 저성과자 직원과 분쟁이 발생했을 때 대응이 어려워 질 수 있다. 

또 다면평가, 다단계 평가 등을 통하여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간혹 현재의 상태(snapshot)이 아니라 기대치에 중점을 두고 평가를 하거나, 온정주의에 기반한 평가를 하기도 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인지상정으로 이해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승진대상에게 좋은 평가를 몰아주는 품앗이는 추후 분쟁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저성과자 관리의 다음 단계는 개선을 위한 노력이다. 성과는 보이지 않고, 동료들에게 부담을 주기도 하는 극단적인 저성과자에 대하여는 휴식을 주거나 직무재배치를 통하여 환경을 바꾸어 주거나 교육을 통하여 역량을 끌어 올릴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이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PIP(Performance Improvement Program)라고 하는 성과향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이는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성과 개선을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종종 퇴출 프로그램이라는 오해를 받거나 인사권의 남용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경우도 있다. 

최근 법원은 3년간 일정 등급 이하를 받은 직원들을 성장한계인력 풀로 선정한 후 10주간 성과향상 프로그램에 따라 교육을 받게 한 다음 업무복귀 후 일정 등급 이상을 받으면 성장한계인력에서 제외되는 방식으로 저성과자들을 관리한 사안에서, 성과향상 프로그램 및 저성과자 관리 방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서울고등법원 2022. 8. 19. 선고 2021나2032652 판결,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

단, 회사의 개선 노력은 실질적이고 진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성과 향상 프로그램이 업무와 별로 관계가 없는 교과목으로 구성된 경우(예를 들어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업무 담당자에 대한 토익 교육), 프로그램 대부분이 교양 또는 이직 지원, 노후생활 대비로 구성된 경우 회사의 개선 노력이 있었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그러한 프로그램의 수료 여부로 저성과의 정도를 평가할 수 없다.

어쨌든 이러한 과정을 거쳐 업무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거나 성과가 개선되어 조직의 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해내게 되면 선순환이 되겠으나, 회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없을 때, 기업들은 관계를 정리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근로자가 규율을 어기거나 직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등 비위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 저성과를 이유로 해고를 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으나, 근로기준법은 해고의 ‘정당한 이유’만을 요구할 뿐 해고사유를 제한하고 있지 않고, 판례 역시 저성과를 이유로 한 해고를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8다253680 판결).

다만, 판례는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되는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어야 할 뿐 아니라,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다른 근로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라고 하여 엄격한 요건 하에서 정당성을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판례가 언급한 바와 같이 저성과를 이유로 한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근거가 되는 평가의 공정성이나 정확성이 법적으로 평가가 되고, 저성과의 수준 및 개선 가능성은 회사의 개선 노력이 이루어진 과정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평가될 수 있으며, 이러한 평가는 매우 엄격할 것이다.

회사로서는 해고가 이혼보다 어렵고, 온갖 노력과 기회 제공에도 개선이 되지 않는 경우에도 동행을 강요받는 것이 억울하다고 호소하기도 하는데, 억울하지 않으려면 ‘일못러’를 ‘일잘러’로 만들기 위한 제도 구성과 운영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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