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이유는 “기둥 32개 중 15곳 철근 없었다”···GS건설, “전면 재시공”
이마저도 따르지 않고 보강철근 누락 시공
지난 4월 29일 밤 인천 서구 원당동 검단신도시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발생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의 원인은 하중 등을 고려한 구조검토 없이 작성한 부실 설계와 이마저도 따르지 않고 보강철근을 누락하고 시공한 건설사의 잘못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붕괴가 발생한 지하주차장 32개 기둥에는 전부 전단보강근(철근)이 들어가야 하지만 절반인 15곳에 철근이 빠진 콘크리트 기둥이 세워진 것으로 확인했다. 만약 모든 기둥에 철근이 세워져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라는 말이다. 콘크리트의 강도도 기준보다 낮아 붕괴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사조위는 판단했다. 해당 아파트는 LH가 발주하고, GS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GS건설은 단지 전체를 전면 재시공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같은 내용의 사조위 사고조사 결과 및 사고현장 특별점검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사조위는 이번 붕괴사고가 ‘부실설계→부실감리→부실시공’ 등 연쇄 부실로 인한 결과로 결론내렸다.
붕괴가 발생한 지하주차장 슬래브 인근 도면을 분석한 결과, 구조설계상 모든 기둥에 전단보강근이 필요하지만 실제 전단보강근이 적용된 기둥은 17개에 불과했다.
지하주차장 위에는 조경 등으로 나무가 심어질 예정이었고, 놀이터도 예정돼 있어 처음부터 높은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설계가 적용돼야 하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고 기둥의 절반에 철근없는 콘크리트 기둥을 세우도록 설계했다는 얘기다. 사고 직후 GS건설이 “설계대로 했다”고 했던 해명이 일부는 사실인 셈이다.
사조위는 “해당 사고 설계도면을 보면 설계자는 지하주차장 일부 기둥과 보에 대해 구조계산서 내용과 다르게 실시설계도면을 작성했고, 건설사업관리용역사업자 등도 시공 전 설계도서 검토를 미흡하게 한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리 역시 철근작업상세도 작성 후 도면을 확인·승인하는 과정에서 이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실…부실…주차장 붕괴, 전형적인 ‘인재’
사조위는 전체 32개 기둥 가운데 붕괴로 위치확인이 불가능한 기둥을 제외하고 확인가능한 8개 기둥을 조사한 결과 여기에서도 절반인 4곳의 기둥이 설계와 달리 전단보강근(철근)이 누락된 것을 확인했다.
즉 지하주차장 구조상 철근이 있어야 할 기둥에 철근을 누락하는 설계를 했을 뿐만 아니라 시공사 역시 설계도면상 철근이 포함된 기둥에도 철근을 빼고 콘크리트로만 기둥을 세우는 시공한 것이다.
사조위는 콘크리트 품질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사고구간의 콘크리트 강도시험을 한 결과 사고부위 구간에서 설계기준 강도(24MPa)보다 한참 낮은 16.9MPa로 측정됐다. 일반 콘크리트의 코어공시체는 콘크리트 강도의 85%(20.4MPa)를 넘겨야 한다.
취약한 주차장 구조물 위에 조경을 한 식재공사를 진행하면서 당초 설계값보다 많은 토사가 쌓인 것도 붕괴를 가속화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구조물 분석 결과 붕괴구간 인근 기둥 32개 중 11곳과 9곳에서 각각 전단강도 부족과 휨강도 부족을 확인했으며, 이중 7개가 전단강도 및 휨강도에서 부족상태인였던 것으로 판단했다. 사조위는 “전단강도가 부족한 기둥 11개에 전단보강근이 있었다면 전단강도가 확보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즉 기둥에 철근만 들어 있었어도 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붕괴된 구역을 보면 설계도면상 기둥에 전단보강근을 적용하지 않은 구간 전체가 무너진 것으로 확인됐다.
김규철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특별점검 시 지적내용과 사조위에서 규명된 원인조사 결과를 토대로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에 엄정한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또 재발방지대책도 조속히 마련해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시공사인 GS건설은 이날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인정했다. GS건설은 “그동안 ‘무량판 구조인 이상은 어떤 형태를 취하더라도 무조건 보강근을 더해 시공한다’는 원칙을 견지해왔음에도 보강근이 결여된 이례적인 설계를 완벽하게 걸러내지 못한 채 동일한 설계사에 단순 재검토를 의뢰하는 안일한 대처를 했다”고 밝혔다.
‘무량판 구조’란 내력벽이나 보가 아닌 기둥이 슬라브(대들보)를 지탱하는 구조를 말한다. 이어 “조경 시공과정에서 기본원칙을 지키지 못했거나 기타 실수를 저지른 점도 깊이 반성하고 동일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GS건설은 입주예정자들의 요구 등을 반영해 단지 전체를 전면 재시공하고, 입주지연에 따른 보상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철거시점 및 철거방식, 입주지연에 따른 피해보상액을 비롯한 재시공 비용 등은 사업시행자인 LH의 최종결정을 거쳐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빗속에 모인 시민들···‘윤석열 퇴진·김건희 특검’ 촉구 대규모 집회
- 트럼프에 올라탄 머스크의 ‘우주 질주’…인류에게 약일까 독일까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나도 있다”…‘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 흔드는 경쟁자들
- 제주 제2공항 수천 필지 들여다보니…짙게 드리워진 투기의 그림자
- 말로는 탈북자 위한다며…‘북 가족 송금’은 수사해놓고 왜 나 몰라라
- 경기 안산 6층 상가 건물서 화재…모텔 투숙객 등 52명 구조
- [산업이지] 한국에서 이런 게임이? 지스타에서 읽은 트렌드
- [주간경향이 만난 초선] (10)“이재명 방탄? 민주당은 항상 민생이 최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