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 은행’ 풀어 금융 경쟁력 강화… 4번째 인터넷은행도 나온다

■ 31년만에 시중은행 허용
저축→지방銀 지방→시중銀
연쇄적 전환 적극 허용키로
대구은행 이르면 연내 인가
6번째 토종 시중은행 예고
“준비된 사업자 언제든 진입”
실효성 있는 경쟁체제 유도

은행지주 간담회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1가 은행회관빌딩에서 열린 ‘은행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 위원장, 김광수 전국은행연합회장, 김기홍 JB금융그룹 회장,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 김익수 NH금융그룹 부사장. 문호남 기자

5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 대책의 핵심은 ‘신규 플레이어’를 투입해 은행권 내 과점 체제를 깨고, 실효성 있는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다. 인가 장벽을 낮추고, 충분한 자금력과 실현 가능한 사업계획이 있는 ‘메기’들을 적극 시장에 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에서는 당장 30여 년 만의 새로운 시중은행 탄생과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에 이은 제4의 인터넷 은행 탄생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방안’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방은행은 전국적 점포망을 가진 시중은행으로, 저축은행의 지방은행으로 연쇄적 전환을 적극 허용하기로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미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전환 요건 충족 여부를 심사해 전환 여부를 결정할 계획으로, 대구은행의 경우 빠르면 연내 인가가 가능할 전망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이르면 내주, 늦어도 다음 주 안으로 내부 의사결정을 마치고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영업 범위, 조달금리 등의 이점이 생겨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서울·수도권 중심으로 가계대출 비중을 높이면서 대출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키고, 여타 시중은행과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이점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은 물론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 인가 정책도 ‘오픈 포지션’으로 전환한다. 지금까지는 금융당국이 인가 규모와 시기 등을 정하고 신청받았으나 앞으로는 요건을 갖춘 사업자가 요청하면 언제든지 심사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4의 인터넷 은행 탄생을 기대해볼 수 있다”면서 “준비된 사업자가 언제든 도전하면 당국이 심사를 거쳐 인가를 내주는 방식으로 전환된 것이 큰 의미”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의 권역별 합병을 8년 만에 허용하고 대주주 소유 저축은행 수도 기존 3개에서 4개로 확대하는 등 인수·합병(M&A) 규제도 완화한다. 아울러 외국계 은행 지점의 예대율 적용 대상을 원화 대출금 2조 원 이상에서 4조 원 이상으로 완화하고,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비중도 시중은행과 같은 50%로 낮추는 등 규제 개선을 통해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소비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기존 신용대출을 다른 금융회사의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인프라를 운영한 데 이어 이달 말에는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도 개선한다. 기존의 신규취급액 기준 이외에도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도 함께 공시하고 전세대출도 비교공시 항목에 추가된다. 대환대출은 연내 신용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회사끼리, 또는 금융사와 IT업체가 협업해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길도 터준다.

다만 특화전문은행 도입이나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업무 허용 방안 등은 사실상 유보됐다. 금융권에서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외엔 아직 구체화된 방안은 없는 것 같다”면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과점체제를 깨는 데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