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꼴값하네요" "여기가 외국인가요"… 한국기업인데 왜?

염윤경 기자 2023. 7. 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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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기업의 과도한 외국어·외래어 사용이 소비자의 불편을 유발하고 있다. 사진은 롯데GRS 크리스피크림도넛의 키오스크. /사진=염윤경기자
#김모씨(여·31)는 배스킨라빈스에서 'MSGR 블라스트'라는 정체불명의 메뉴를 발견했다. 이름만으로는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맛에 직원에게 "도대체 무슨 메뉴냐"고 물었다. 직원은 "미숫가루의 약자"라고 답했다. 김씨는 '음료 명칭까지 굳이 영어를 써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어 씁쓸했다.

기업의 과도한 외국어와 외래어 사용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최근에는 사전에도 등재되지 않은 정체불명의 외래어까지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 같은 현상은 메뉴 이름은 물론 메뉴판과 키오스크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들은 "여기는 한국이고 기업도 한국 기업인데 이렇게까지 외국어를 사용해야 하나"라며 "오히려 더 불편하고 거부감이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설명서도 '영어' 범벅… "여기 한국 맞아요?"


SPC 배스킨라빈스가 출시한 'MSGR 블라스트'는 과도한 외래어 사용으로 소비자의 비판을 받았다. 사진은 배스킨라빈스 메뉴판의 MSGR블라스트. /사진=염윤경 기자
SPC의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브랜드 배스킨라빈스는 지난 4월 음료 메뉴 'MSGR 블라스트'를 출시했다. MSGR은 미숫가루의 자음을 따서 알파벳으로 표기한 이름이다. 배스킨라빈스 측은 당초 'MZ세대를 겨냥한 독특한 네이밍'이라고 홍보했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싸늘했다.

온라인 상에서 소비자들은 "그냥 미숫가루라고 해도 될 걸 굳이 알파벳으로 표기하는 이유가 뭘까" "MSGR을 보고 누가 미숫가루라고 생각하냐" "오히려 더 맛없어 보인다" 등 혹평을 쏟아냈다.

배스킨라빈스 아르바이트생 최모씨(여·22)는 "출시 후 'MSGR 블라스트가 대체 뭐냐'고 묻는 고객이 많다"며 "이름이 낯설어서 그런지 사실 잘 팔리지도 않는 메뉴"라고 말했다.

배스킨라빈스 관계자는 MSGR 블라스트라는 명칭에 대해 "MSGR 블라스트의 경우 카페 브랜드 '카멜커피'와 협업한 제품"이라며 "카멜커피의 표기명을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협업하는 브랜드가 있을 경우 이를 반영해서 제품명을 짓는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해명에도 소비자들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배스킨라빈스에서 만난 박모씨(여·26)는 "협업 제품이라 하더라도 이상한 메뉴명까지 따를 필요가 있나"라며 "카멜커피에서 출시했을 때도 정체불명의 제품명이라며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SPC라면 그래도 큰 기업인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무조건 유행을 따라가려고 애쓰는 느낌까지 들어 안쓰러울 정도"라고 일침을 가했다.

롯데GRS 크리스피크림도넛은 키오스크에 불필요한 영어를 사용해 소비자의 불만을 샀다. /사진=트위터 캡처
이제 웬만한 매장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키오스크. 하지만 키오스크마저 과도하게 영어를 사용해 소비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도넛 프랜차이즈 브랜드 크리스피크림도넛이 대표적이다. 해당 브랜드는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커뮤니티상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를 통해 "어떤 아주머니께서 도넛 키오스크 앞에서 'SOLD OUT'을 연신 누르고 계시길래 다 팔렸다는 뜻이라고 알려드렸다"며 "이걸 굳이 영어로 써야 되나 싶었다"고 지적했다. 해당 게시글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졌고 누리꾼들은 "한글과 영어 둘다 표기하든지" "품절 두 글자 크게 쓰면 된다" "영어로만 표기된 거 너무 짜증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공분했다.

크리스피크림도넛 매장에서 만난 김모씨(남·23)도 "연령대가 있는 분이나 어린아이들은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 불편할 것 같다"며 "여기는 한국인데 굳이 영어로 써야 하냐"라고 지적했다.

포컴퍼니 화장품 브랜드 Abib(아비브)는 제품명과 종류, 사용설명서, 원재료 등 대부분의 항목을 영어로 표기해 소비자의 지적을 받았다. 사진은 아비브의 크림 제품. /사진=염윤경 기자
포컴퍼니 화장품브랜드 Abib(아비브)도 최근 소비자에게 분노의 대상이 됐다. 아비브 대다수 제품이 이름과 종류, 사용설명서, 원재료명까지 모두 영어로 표기돼 있어서다. 소비자들은 "꼴값 한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누가 보면 외국 기업인 줄" "이 정도면 법적으로 제재해야 한다"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아비브 매장에서 제품을 구경하던 이모씨(여·31)는 "패키지만 보고 외국 화장품인줄 알았다"며 "한국기업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기업인데 영문 표기만 있는 게 의아하다"며 "수출과 병행하기 위한 제품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머니S는 아비브 측에 통화를 시도하고 해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으나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기업, 유행 따라가다 상식과 동떨어져


국립국어원은 기업의 과도한 외국어 사용에 대해 "사용자에게 더 큰 불편함과 오인지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국립국어원은 과도한 외래어 사용이 오히려 사용자에게 더 큰 불편함과 오인지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재 국립국어원 과장은 "젊은 사용자도 영어보단 한국어가 더 편할 것"이라며 "오히려 소비자와의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과장은 MSGR 등 존재하지도 않는 단어 사용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그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 그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단어"라며 "기업은 이런 말을 누구에게나 노출되는 공간에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려해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나온 말일 수도 있지만 너무 상품가치만 쫓다 보면 소비자의 상식적인 정서와 동떨어지게 된다"고 비판했다.

해당 기업은 이 같은 점을 인지하고 있을까. SPC 관계자는 "제품명에서 외래어 표기 제품이 많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제품명을 만들 때 소비자의 오인지를 줄이기 위해 스트로베리, 핑크스푼 등 불가피하게 관용어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최소화하려고 계획 중"이라며 "소비자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롯데GRS 관계자도 "제품의 명칭과 키오스크 등에서 외래어가 과도하게 사용되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어르신이나 어린이가 이용하기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중요한 안건으로 보고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누구나 알아볼 수 있도록 개선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염윤경 기자 yunky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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