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추고 금리체계 개선"…경쟁 부족 은행업에 '종합처방전'(종합)

박대한 2023. 7. 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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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시중은행, 저축은행→지방은행' 전환…'제4 인뱅' 예고
'돈잔치' 비판에 대출·예금금리 개편…성과급·보수까지 '메스'
은행권 "비대면 시대 경쟁 유도 '글쎄'…소비자선택권 확대는 긍정적"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오지은 기자 = 금융당국이 5일 내놓은 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의 핵심은 은행업 인가 장벽을 대폭 낮춰 새로운 플레이어들을 적극 시장에 들이는 데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과점 체계가 굳어져 각종 폐해를 불러온 만큼 '메기'가 언제든 진입할 수 있는 시장 구조를 갖춰 경쟁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논의 초반 핵심 안건으로 주목받았던 특화전문은행 도입, 비은행권 지급결제 업무 허용 등은 유보되면서 시중은행과의 실효적 경쟁을 촉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활성화로 비대면 영업이 대세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이 기대만큼의 효과를 불러오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5대 시중은행 로고 5대 시중은행 본점의 로고, 위에서부터 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촬영 이세원]

尹 '은행 돈 잔치' 비판에 은행권 TF 출범…은행권 경쟁 촉진

금융당국의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는 윤석열 대통령이 역대 최대 수익을 낸 은행들의 거액 성과급·희망 퇴직금 지급을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7조원으로 전년 동기(5조6천억원)보다 1조4천억원(24.0%) 증가했다.

은행권이 이처럼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5대 시중은행이 대출·예금의 70%를 점유하는 등 과점체제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은 전체 대출의 63.5%, 예금의 74.1%, 자산의 63.4%를 점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사전브리핑에서 '은행 돈 잔치'와 관련한 비판을 언급하면서 '은행권 경쟁 촉진'이라는 방향성을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은행이 과점력으로 높은 예대금리차를 책정해 역대 최대 이자수익을 거두면서 기업은 과점 이윤을 얻고 소비자의 후생은 감소했다"며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해 과점이윤을 감소시키는 것이 직접적인 이슈"라고 이번 방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연합뉴스TV 제공]

신규 플레이어 투입해 경쟁 촉진…인가 정책 전환

금융당국이 이번 개선 방안을 마련하면서 가장 관심을 기울인 부분은 은행권 내 경쟁 촉진이다.

그중에서도 기존 5대 시중은행 과점 체제를 깨뜨리기 위해 꺼내든 카드가 바로 지방은행 등의 신규 플레이어 투입이다.

구체적으로 지방은행은 전국적 점포망을 가진 시중은행으로, 저축은행은 지방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는 틀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또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를 통해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유입되도록 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금융당국이 인가방침을 발표하면 신규 인가 신청·심사가 진행됐지만 앞으로는 건전성·사업계획서를 갖춘 사업자에게 심사를 거쳐 인가를 내주는 방식을 도입한다.

이밖에 저축은행 인수·합병(M&A) 범위를 확대하고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비율을 합리화해 시중은행과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금융권 안팎으로 협업·경쟁을 촉진하고 IT기업의 금융업무 문턱을 낮추는 내용도 개선방안에 담았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모객력과 지방은행의 대출 여력이라는 강점을 결합해 공동대출을 활성화하고 IT 기업의 금융업무 수행범위를 넓히는 등 금융권 안팎으로 협업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연합뉴스TV 제공]

금리체계 개선하고 성과급체계 개편…'용두사미' 지적도

금융당국은 신규 플레이어 진입 등을 통한 경쟁촉진 한편으로 고정금리 비중 확대, 임원 성과보수제도 개선 등 은행권 내 낡은 관행을 정비하는 데도 집중했다.

김 부위원장은 "신규 플레이어 진입, 시스템 개혁 등으로 경쟁 촉진 효과가 나타나는 데 오래 걸릴 수 있다"며 "(그 과정에서) 과점이윤이 남아있을 수 있는데 이를 성과급, 배당으로 지급하기보다 더 필요하고 의미 있는 곳에 활용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막대한 이자수익을 '돈 잔치'에 사용하는 대신 리스크 관리나 사회 공헌 등을 위해 쓰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개선방안은 우선 은행이 자체 고정금리 주담대를 공급할 유인을 마련하고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늘려 민간 고정금리 주담대를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으로 건전성 확보에 대한 주문이 늘자 자본 확충·충당금 적립 관련 제도도 정비할 예정이다.

이 밖에 이자 이익에 치우친 은행의 수익 구조(최근 5년간 총이익의 88%가 이자수익)를 다변화하기 위해 자산관리서비스와 벤처투자를 확대하는 방안도 개선안에 반영됐다.

금융당국은 지배구조법을 손질해 성과보수 체계에 대한 시장의 견제·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은행의 사회공헌활동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최소이연비율을 40%에서 50%로 올리고 이연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등 이연지급을 확대하고 성과급 조정·환수에 대한 기준을 마련한다.

자율공개 방안을 마련해 임직원의 성과급·희망퇴직금·배당현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공개토록 했다.

다만 비은행권 지급결제나 특화전문은행 등 관심을 모았던 사안에 대해 '검토 추진'과 같은 원론적인 입장을 표하면서 용두사미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급결제 업무는 시스템 안정성 확보가 중요한 분야라 이번 TF가 종료된 후에도 참여 희망 금융회사의 유동성 및 건전성 확보를 위한 추가적인 감독 강화 방안 등을 한국은행 및 업관 등과 계속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특화전문은행 도입 계획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SVB 사태 이후 건전성이나 유동성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특화전문은행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가 필요하면 그때 새로운 제도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번 개선 방안은 은행권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우리 경제의 보다 든든한 버팀목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종합처방전'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은행권 "지방은행 전환만으론 경쟁활성화 '글쎄'"

개혁 대상이 된 은행권은 일단 이번 개선방안이 경쟁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만큼 겉으로는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오히려 다른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자기자본 및 부채관리 등 재무능력, 시중은행으로서의 영업능력이 종합적으로 판단돼야 한다"면서 "지역경제 활성화 등 시중은행과는 지방은행 설립 목적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지방은행의 경우 지역 시금고 유치 실패, 지역고객 이탈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이미 비대면 영업이 활성화된 상황에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단지 은행 1개 증가 외에 큰 의미는 없다"면서 "공격적으로 영업점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효과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예금 및 대출금리 경쟁 확대는 소비자 선택권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되면서도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리 정점설이 나오는 시점에서 변동성이 낮은 코픽스를 기준으로 하는 금리를 고객이 선택할지는 의문"이라며 "은행 입장에서는 조달금리와 대출금리 사이의 변동성 미스매치라는 이슈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신용대출에만 허용 중인 대환대출을 주담대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주담대의 경우 근저당권 설정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데, 법원행정시스템에서 실시간으로 바로 처리될지 의문"이라며 "세입자 거주 여부 등도 확인해야 하는 등 해결 과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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