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 상시 진입 체제로 경쟁촉진…새 시중·인터넷銀 예고

김형섭 기자 2023. 7. 5. 11: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07.05.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이정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돈잔치' 비판으로 시작된 은행 개혁 논의의 결과물이 5일 공개됐다. 은행업을 상시 진입 가능한 시장으로 문턱을 낮춰 경쟁을 촉진시킨다는 게 골자다.

이를 통해 30여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의 출현을 예고했으며 제4인터넷전문은행이 출현할 여지도 남겼다.

은행이 과점체제로 얻는 지나친 이윤을 구성원들만이 아닌 금융소비자를 포함한 사회 전체와 공유할 수 있게 유도하는 방안도 담겼다.

은행업, 언제든 경쟁자 진입 가능한 시장으로 전환

금융당국이 이날 공개한 은행 영업·제도 개선방안은 윤 대통령의 은행 과점체제 타파 주문에서 비롯된 만큼 은행권 경쟁촉진이 핵심이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사전 브리핑에서 "5대 시중은행이 전 은행권 대출·예금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고 비슷한 금리의 유사한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있어 은행권 경쟁에 대한 국민 체감도는 낮은 상황"이라며 "은행들이 혁신 노력 없이 지난해 사상 최대의 이자이익을 발생하게 된 것도 은행의 경쟁도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 의식에 따라 금융당국은 과점적 구조인 은행산업을 언제든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합시장으로 전환해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의 신규인가를 추진키로 했다.

기존에는 사실상 금융당국에서 인가방침 발표 후 신규 인가 신청·심사가 진행됐지만 앞으로는 충분한 건전성과 사업계획 등을 갖춘 사업자에게 엄격한 심사를 거쳐 신규 인가를 내준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 금융회사의 은행 전환도 적극 허용키로 했다.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또는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이다. 이는 은행업 영위 경험이 있는 주체가 업무 영역이나 규모를 확대하는 것인 만큼 단기간 내 안정적이며 실효적인 경쟁자를 출현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 첫 타자는 금융당국에 시중은행 전환 의향을 밝힌 DGB대구은행이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요건 충족에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어 이르면 연내 전환이 가능할 전망이다.

인터넷전문은행도 기존 카카오·케이·토스 등에 이은 네번째 사업자의 출현이 기대되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부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도 신규 인가 신청이 있으면 적극 검토하겠지만 오랜 기간 영업을 지속해오면서 그 성과와 국민경제에 대한 영향평가가 어느 정도 이뤄져 온 기존 은행과는 달리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현재 영업 중인 3개사의 성과 및 국민경제 영향에 대한 평가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경쟁력 제고를 통해 시중은행과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M&A) 범위를 확대하고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비율을 시중은행과 같은 50%로 일원화해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저축은행 M&A의 경우 구조조정 목적이거나 비수도권 저축은행은 영업구역 제한없이 4개사까지 인수를 허용할 방침으로 7워 중에 구체적 내용을 발표키로 했다.

특화전문은행 도입 및 비은행권 지급결제는 계속 검토

당초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체제 타파 방안 가운데 하나로 제기됐던 특화전문은행 도입의 경우 계속 검토과제로 미뤄졌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금융 안전성이 대두되면서다. SVB는 금융당국이 스몰라이선스와 챌린저뱅크(소규모 특화은행) 도입을 위해 벤치마킹한 주요 해외사례 중 한 곳이었다.

김 부위워장은 "특화전문은행의 경우 현재도 이미 다양한 특화된 은행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며 이들 특화 은행 서비스 제공업체에 대해서는 일반은행보다 완화된 인가기준이 적용되고 있다"며 "최근 미국 SVB 사태에서 보듯이 특화분야로의 쏠림에 따른 리스크 등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당장 특화전문은행을 위한 제도를 도입하는 대신 현행 제도의 틀 내에서 특정분야에 전문화된 신규인가를 탄력적으로 심사하고 향후 제도 도입 필요성을 검토키로 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07.05. hwang@newsis.com

은행권 경쟁 촉진의 방안 중 하나로 빅테크·핀테크·카드사·보험사 등 비은행권에 대한 지급결제 업무와 증권사 법인 지급결제 업무 허용도 SVB 사태로 금융안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한국은행의 반대 등으로 결국 미뤄졌다.

김 부위원장은 "증권사 등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업무 확대·허용 문제는 '동일 기능-동일 리스크-동일 규제' 원칙하에 지급결제 안전성 및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담보제도, 유동성·건전성 관리 등에 대해 추가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은행 과점이윤에 메스…성과급·금리신정 등 손질

금융당국이 은행권 경쟁촉진과 더불어 중요하게 봤던 나머지 부분은 은행의 과점 이윤이 올바르게 분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은행의 과점체제 해소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제인 만큼 그 기간 동안 은행의 과도한 이윤이 내부 구성원들의 '돈잔치'가 아닌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곳에 쓰이도록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현재 변동금리가 대부분인 주담대의 고정금리 확대를 유도하고 변동성이 작은 코픽스와 연동된 신용대출상품 출시를 확대키로 했다. 코픽스 연동 신용대출상품의 경우 올해 3분기 이후 신한·우리·광주·부산·농협·기업·국민·카카오·SC 은행 등이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반기별로 은행별 자체 금리산정을 점검해 대출금리 조정 속도의 일관성과 조정 폭의 합리성도 집중 점검한다.

은행의 지나친 성과급 잔치를 막기 위해 임원 성과보수체계도 손질한다. 금융사 임원 등의 단기성과 추구를 제한하기 위해 장기성과 보수 이연 지급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개별 임원의 보수계획을 주주총회에서 심의받도록 하는 '세이온페이(Say-on-pay)'를 도입한다.

국민들이 직원의 성과급과 희망퇴직금, 배당 등을 포함한 은행의 경영현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은행의 경영현황 공개보고서도 개선돼 3분기 시범 공개된다.

이밖에 은행의 사회공헌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사회공헌 공시항목을 취지와 성격에 따라 체계적 분류하고 정량적 성과외에도 청년도약게좌 금리 같은 정성적 성과를 함께 공시하게 된다. 은행별로 중장기적인 사회공헌 전략과 단계별 목표를 수립토록 해 개별 은행의 사회공헌을 확대도 이끈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볼멘소리도

이날 개선안이 이른바 '은행 개혁' 논의의 결과물인 만큼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적극적인 동참을 요청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은행지주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개선방안과 관련해 "이런 작업의 근저에는 우리 은행산업이 경쟁이 제한된 산업의 특성을 기반으로 손쉽게 수익을 내면서 대한민국 경제 위상에 걸맞는 글로벌 금융회사로 발전하기 위한 변화노력은 부족하다는 국민의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며 "불편하실 수도 있겠지만 회장님들의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권 일각에서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주담대 고정금리 확대 등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구은행을 시중은행으로 만드는 게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얼마나 나올지는 모르겠다"며 "정부 주도로 대환대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경쟁하는 시대다. 소비자들은 어떤 은행인지가 아닌 어떤 예적금과 대출 상품 금리가 유리한지를 모바일로 비교해 선택하고 기존 은행들은 비대면 업무가 늘면서 영업점을 줄이는 상황에 역행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고정금리 확대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며 "코로나 때 역대급 저금리 시기까지는 항상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고객의 이자부담을 줄여줬었다. 당국이 고정금리 비중을 임의대로 은행에 부여한다면 분명한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은행에 대한 공시 강화와 관련해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사회공헌 공시제도는 금융권 사회공헌 줄 세우기로 전락이 될 경우 자율적인 사회공헌의 의지를 꺾을 수도 있다"면서 "각사가 많은 금액을 사용해 사회공헌을 해왔는데 단순히 은행 중 5위라는 이유로 언론이나 당국 등에서 질타를 받으면 하고자 하는 의욕이 꺾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roman@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