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탈(脫)중국 기조 확산…한국 등 아시아 국가 주목 받아”
전세계적으로 탈(脫) 중국화 기조가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을 대체할 공급망 국가로 우리나라 등 아시아 국가들이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5일 발표한 ‘글로벌 무역구조의 변화와 대응과제’ 연구결과에서 글로벌 무역구조의 변화에 따른 수출부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탈중국 기조와 기회포착(Altasia), 경제외교 강화 통한 교역구조 재편(Restucturing), 기술경쟁력 강화 위한 정책지원(Technology)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한국·일본·대만 등이 기술력 부문에서 중국을 대체 가능하고, 싱가포르가 금융·물류를,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브루나이가 자원을, 베트남·태국·인도가 투자정책을 대신할 수 있다고 했다. 필리핀, 방글라데시, 라오스, 캄보디아는 지난 10여년간 임금이 2배 이상 오른 중국의 대체 국가로 고려된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알타시아로 꼽힌 나라들 중 뛰어난 기술력과 인적자본, 안정적 사회인프라, 테스트베드로서 적합한 시장 환경을 골고루 갖춘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극소수”라며 “정부가 대외적으로 경제외교 강화, 대중 교역전략 재구축 등에 힘쓰고, 국내에서는 기업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법제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노력들을 통해 한국이 국제사회로부터 매력적인 공급망 대체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외교 강화를 통해 교역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국이 최근 2~3년 사이 ‘국내대순환전략’과 같은 경제의 내수화, 산업의 내재화를 추진해옴에 따라 대중 수출이 감소됐지만,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한국 수출이 늘어나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지난해 총수출 6836억 달러 중 수출상위 3개 국가(중국·미국·베트남)가 차지하는 비중은 47.8%(3265억 달러)이다. 10대 수출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70.6%(4823억 달러)이고, 가공단계별로는 중간재 수출비중이 74.2%(5073억 달러)로 일부국가 편중·일부품목 편중·중간재 중심의 수출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한상의는 일부국가에 치중된 교역대상국을 성장잠재력 높은 인도-태평양 국가와 중동·아프리카 시장으로 넓히고, 반도체 등 일부품목에 편중된 수출상품도 다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중간재 중심의 수출품목도 수입선 대체가 어려운 고위기술 제품과 소비재 완제품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한국의 대중수출은 2013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왔는데, 이는 중국의 비용상승과 산업고도화가 주된 원인”이라며 “중국이 고도성장 시기에서 중저속성장 시기로 바뀐 만큼, 중국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광범위한 접촉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쟁국과의 기술력 격차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추진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다.
현대경제연구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중국이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안 한국은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점차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대중국 고위기술 제조업 현시비교우위지수(RCA)는 1990년 1.19에서 2020년 1.42로 1.2배 상승하는 동안, 중국의 대한국 고위기술 제조업 RCA는 같은 기간 0.05에서 1.44로 28.8배 상승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한국 제품 경쟁력이 다소 정체된 반면, 한국 시장에서의 중국 제품 경쟁력은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RCA는 수출경쟁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특정국의 특정 품목이 특정 수출시장에서 비교우위가 있는지 판단하는 지표로, RCA가 1을 넘으면 해당 국가의 해당 항목이 특정 시장에서 수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본다.
대한상의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첨단분야에 대한 기술투자 위험을 분담하고, 본원 경쟁력 유지를 위해 마더 팩토리(국내외 생산시설 중 제품 설계와 연구개발, 디자인 등 핵심기능을 수행하는 공장)를 국내에 구축·유치하기 위한 정책을 주문했다.
보고서는 연구개발(R&D) 투자규모를 늘리고, 지원방식 개편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전략산업·원천기술 분야 투자에 집중하고 단기성과에 연연하지 않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간 R&D 투자의 1/3수준인 정부 R&D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첨단 분야에 대한 R&D 지원방식도 정부가 주도하는 top-down식·경직적인 관리체계에서 벗어나 민간이 창의적인 R&D를 주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은 한편으로는 한국기업에게 기술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호기”라며 “중국 정부의 보호주의, 애국소비, 중국기업의 경쟁력 강화 등에 맞설 능력을 갖추려면, 중국 시장을 잘 알고 중국 소비자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중국향 인재를 많이 육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태희 상근부회장은 “에너지 수입감소 영향으로 16개월 만에 무역적자를 끊었지만, 여전히 9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를 보이는 등 현재의 무역상황은 좋지 않다”며 “하반기 수출은 상반기보다 나아질 거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대중수출, 반도체 편중 등 수출부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낙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생산역량 제고를 위해 글로벌 경쟁국 수준의 보조금·세제 혜택, 규제 및 노동개혁을 통한 기업환경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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