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옐런 방중 앞두고 자원 무기화… 협상력 확보 ‘총력전’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3. 7. 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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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美 재무장관, 6일부터 中 방문
美, 중국산 갈륨·게르마늄 50% 의존
반도체·태양광 생산 비용 부담 커질 듯
美도 中겨냥 클라우드 사용 금지 추진
”장기적으론 中 손해… 탈중국 가속화”

중국이 첨단 반도체 및 태양광 패널 등에 사용되는 희귀 금속에 대한 수출 규제를 전격 발표했다. 반(反)간첩법 시행에 이어 자원까지 무기화하며 미국에 대한 보복 수위를 높이는 것은 오는 6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방중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미국도 자국민의 중국 여행 주의 권고를 내린 데 이어 대중국 첨단기술 추가 제재를 준비 중이다. 치열한 담판이 예고돼 있는 만큼 당장의 돌파구 마련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의 수출 통제 여파에 세계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는 지난 3일 수출통제법 등 관련 조항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갈륨 및 게르마늄 관련 품목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화합물 반도체를 비롯해 TV와 스마트폰 화면에 쓰이는 LED, 태양광 패널, 야간 투시경과 레이저 등 다양한 전자 제품에 사용되는 금속이다. 미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갈륨과 게르마늄 생산량의 98%, 68%가 중국에서 나온다.

이번 수출 통제는 미국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미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은 갈륨과 게르마늄 수입의 각각 53%, 54%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희귀 금속이 아닌 만큼 대체가 가능하지만, 중국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지배력을 높여온 만큼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중국 환구시보는 “갈륨, 게르마늄 수출이 막히면 반도체 제조 원가가 크게 상승할 것”이라며 “이 두 광물에 대한 독점적 지위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가하는 압력에서 중국을 보호해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6~9일 중국을 방문하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AP연합뉴스

중국이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반간첩법(방첩법)에 이어 자원 수출 통제까지 나선 것은 오는 6~9일 옐런 장관의 방중에 대비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옐런 장관은 베이징에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 류쿤 재정부장 등을 만날 계획이며, 중국 경제 부문 최고 책임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와 회동할 가능성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면담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은 강화된 방첩법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예정이고,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제재 해소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다양한 협상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규제 강화, 중국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미 기업 투자 제한 등을 담을 정책을 이르면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엔 중국의 반간첩법 시행으로 인해 중국 본토, 홍콩, 마카오에 대한 자국민의 여행 자제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기업들의 미국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중국 고객에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때 바이든 행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즉 중국 기업의 AI 연구를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옐런 장관은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재앙”이라며 ‘디리스킹(위험 제거)’을 주장한다. 그만큼 이번 그의 방중을 계기로 미·중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그러나 협상 전부터 양국이 각종 제재 카드를 꺼내며 치열한 담판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당장 돌파구를 마련하기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WSJ은 “국가 안보 전략이 경제 정책을 결정짓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양국 중 어느 쪽도 접근 방식을 크게 바꿀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번 중국의 수출 통제는 오히려 세계 각국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 장기적으로 중국에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독일산업협회(BDI)는 4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이번 중국의 수출 통제는) 유럽과 독일이 중요 원자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신속하게 줄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조치는 양날의 검”이라며 “다른 국가에 대한 (자원) 공급을 줄인다면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어 일본, 캐나다, 미국 등 다른 곳에서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경제적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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