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슈거 열풍 아스파탐의 배신...발암가능물질 예고 업계 초비상

2023. 7. 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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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어서...." "다이어트에 좋다고 해서...."

제로 제품을 내놓는 대부분의 식품기업은 극소량의 인공감미료로 단맛을 낼 수 있지만 칼로리가 없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도 광고한다.

아스파탐 발암 논란이 불거지자, 당장 '제로'를 강조했던 식품업계는 발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제로 열풍의 물꼬를 연 아스파탐은 식품업계에서도 자연스럽게 퇴출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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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교체·대체재 대책마련 분주
아스파탐이 ‘발암 가능 물질’(2B군)로 지정예고되면서 식품업계가 대체 감미료를 찾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4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제로 칼로리 음료수와 막걸리들. [연합]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어서....” “다이어트에 좋다고 해서....”

‘제로 슈거’ 음료를 왜 마시는지 묻는다면, 주로 듣게 되는 대답이다. 실제로 설탕을 대체하는 인공감미료가 ‘0칼로리’라는 점이 이른바 ‘제로 제품’의 마케팅 핵심이 되고 있다. 제로 제품을 내놓는 대부분의 식품기업은 극소량의 인공감미료로 단맛을 낼 수 있지만 칼로리가 없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도 광고한다. 이 인공감미료가 바로 아스파탐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건강을 즐겁게 관리한다’는 ‘헬시 플레저’ 열풍이 불면서, 특히 최근 들어 아스파탐은 식품 등 소비재 기업들의 첨병으로 떠올랐다. 음료를 비롯해 과자, 아이스크림, 캔디, 술, 건강기능식품까지 가리지 않고 제로 슈거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아스파탐, WHO ‘발암가능물질’ 분류 예고=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2B군 물질로 분류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감미료 포비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마치 1989년 사카린 발암 물질 파문으로 주류업계가 끝내 사카린 사용을 중단했을 때를 떠올리게 만든다.

2B군은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발암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고려되는 물질을 말한다. 가솔린, 전자파, 김치 등을 비롯한 319종이 분류돼 있다. IARC는 1300건의 연구를 검토해 이 같은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IARC는 불필요한 불안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2015년 가공육을 1군 발암 물질로 분류한 것이 대표적이다. 매일 가공육을 50g씩 먹으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18% 증가한다고 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햄, 소시지 같은 가공육과 적색육이 담배나 석면과 동일한 수준으로 위험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섭취량을 고려하면 WHO가 제시한 위험 기준에 훨씬 못 미칠 뿐더러, 해외 사례와 비교해 적당한 양을 먹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식품업계, “안 들어가” 빠른 대응...막걸리업계는 “전면 교체 검토”= 아스파탐으로 촉발된 인공감미료 암 유발 논란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0년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아스파탐 사용을 금지했지만, 1년 만에 무해하다고 재판정했다. 그 뒤로 아스파탐은 설탕보다 최대 200배 단맛을 내기 때문에 이후 소량으로 단맛을 강화하는 데 빈번하게 쓰였다. 특히 막걸리의 경우 아스파탐이 주원료로 사용됐을 정도다.

설탕에 비해 300배나 높은 당도에도 열량이 없어 인공감미료로 인기를 끌었던 사카린이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 것과 같은 이치다. 과거 주류업계가 사카린 사용을 중단한 배경에는, 사카린이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무제한적으로 허용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보호 조치 성격이 강했다.

아스파탐 발암 논란이 불거지자, 당장 ‘제로’를 강조했던 식품업계는 발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펩시 제로를 유통하는 롯데칠성음료는 “펩시 글로벌 본사와 관련 사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웰푸드·오리온·크라운해태제과 등 국내 주요 제과 3사는 “주요 무설탕 제품에 아스파탐이 들어가지 않는다”, “(아스파탐이 극소량 들어 있는 제품에 있어서는) 선제적으로 원료 대체에 돌입했다” 등을 적극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막걸리업계다. 국내 막걸리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서울장수의 경우 “전면 교체를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아스파탐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 정서로 아스파탐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로 열풍의 물꼬를 연 아스파탐은 식품업계에서도 자연스럽게 퇴출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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