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만 했던 행정이 현실이 되네요”···시 정책 만드는 시민들[현장에서]
시민이 직접 정책 만드는 ‘2023 익산시민창조스쿨’
“농촌 지역 노인들이 안심하고 이동할 수 있는 보행자 중심 도로가 있는 마을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대됩니다.”
지난 6월 22일 오후 전북 익산시 익산시청소년수련관. ‘농촌 지역 도로의 이동권 확보’를 위한 정책을 제안한 최현화씨(51)가 익산시 공무원·시의회 의원 등과 한팀을 이뤄 머리를 맞댔다.
최씨의 제안은 익산시가 진행하는 ‘익산시민창조스쿨’(시민스쿨)의 올해 프로젝트 중 하나로 선정됐다. 시민스쿨은 시민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토론 등을 거쳐 실제 시의 정책에 반영하는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익산시는 익산희망연대의 제안으로 2010년부터 매년 시민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시민스쿨은 공무원과 시의회 의원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한 시민과 한 팀을 이뤄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앞으로 2개월 동안 함께 현장 조사와 토론, 설문 조사 등을 통해 정책을 다듬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시민들은 정책이 실현되기까지 절차와 예산이 수반되는 행정의 어려움을 이해하게 된다. 공무원과 시의원들은 시민들을 ‘민원 제기 대상’이 아닌 더 나은 도시를 위해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로 인식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올해에는 모두 47명이 팀을 꾸려 6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각 팀별로 ‘기후위기로부터 청소년 기본권 지키기’ ‘심고, 가꾸고, 즐기는 정원’ ‘농촌 권역 이동권 확보’ ‘익산 시민광장 조성사업’ ‘익산의 음악, 익산에 흐르다’ ‘지역 관광 자원을 살리자’를 주제로 정책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이렇게 다음어진 정책은 다음 달 전문가와 시민심사위원 100명이 참여하는 최종발표대회에서 발표된다. 우수한 정책은 실제 시 행정에 반영된다. 지난해까지 진행된 시민스쿨에서 제안된 81개 정책 중 55개가 현실화 됐다.
대표적으로 영등 지하보도 개선, 농업인 직거래장터 개설, 다문화 꽃피는 함열재래시장, 익산남부시장 치킨특화거리 조성, 탑천 자전거길 개선, 환경부 생태놀이터 공모사업 선정, 익산시 주요 관광지 미션 포토존 설치 등이 시민스쿨을 통해 실현됐다.
시민스쿨은 민주시민 교육의 장 역할도 한다. 지난해 청소년 행복버스팀에 참여했던 이리여자고등학교 3학년 정예진양(19)은 “평소 친구들하고만 의견을 나누다가 다양한 시민들과 함께 활동하니 새롭고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면서 “청소년 시각에 초점을 두고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어른들의 생각은 어떤지 등을 알 기회가 돼 좋았다”고 말했다.
이진홍 익산희망연대 사무국장은 “시민들이 처음에는 ‘제안이 이뤄질까’라고 생각하지만, 정책으로 구체화되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시민스쿨을 통해 제안된 정책이 시정에 반영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과 시청, 의회의 협력 문화가 형성된 것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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