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공자 장르는 액션 아닌 폭력물”

2023. 7. 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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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파’ 박훈정 감독 신작 화제
액션은 오락적 느낌 강해 표현 한계
시류 타지않는 아이템선정 어려워
신세계·마녀 속편은 일종의 숙제
최근 개봉한 영화 ‘귀공자’의 박훈정 감독. 그는 영화 ‘신세계’, ‘마녀’ 등을 통해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해온 베테랑 감독이며 다작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스튜디오앤뉴 제공]

“제가 생각했던 것을 배우가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면 굉장히 구체적으로 디렉팅을 합니다. 그러나 이 배우들은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기본 방향만 설정해주면 배우들이 알아서 다 만들었으니까요.”

최근 개봉한 영화 ‘귀공자’의 박훈정 감독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영화를 연출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박 감독은 영화 ‘신세계’, ‘마녀’, ‘낙원의 밤’ 등을 통해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해온 베테랑 감독이다. 그는 이번에 전작과는 다소 결이 다른 ‘귀공자’로 돌아왔다. ‘귀공자’는 한국계 필리핀인 복서 마르코(강태주) 앞에 귀공자(김선호 분)를 비롯한 정체불명의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전을 벌이는 이야기다. 전작보다는 가볍고 경쾌하다. 다만 박 감독 특유의 화려하고 피 튀기는 액션은 여전하다.

그러나 박 감독은 그의 작품이 액션 영화가 아닌 ‘폭력 영화’라고 바로잡았다. 다소 어색한 표현이다.

김 감독은 “액션은 오락적인 느낌이 강하다면 폭력은 좀 더 현실적”이라며 “일반적인 액션보다는 폭력을 연출한다는 생각으로 연출하는데, 관객들도 영화를 보면서 받는 느낌이 분명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귀공자’는 장검, 소총은 물론 차 추격전, 와이어 액션 등 풍성한 볼거리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박 감독이 유독 이러한 ‘폭력’ 장면을 많이 연출하는 것은 그의 관심사와 맥을 같이 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느와르 장르에 관심이 많았다. 홍콩 느와르부터 일본 사무라이 영화까지 모두 섭렵했고, 소설은 갱스터물을 주로 읽었다.

박 감독은 “살아 남으려는 사람들이 폭력적으로 충돌하는 것은 원초적인 갈등 해결 방법”이라며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이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류사 역시 권력을 뺏고 뺏기는 폭력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업계에서 유명한 다작 감독이다. 평균 1~2년에 한 번씩 작품을 지속적으로 내놓는다. 영화를 제작하는 동안 차기작을 준비하지 않으면 사실상 어려운 일정이다. 김 감독은 이미 차기작인 ‘폭군’의 촬영도 올초 마쳐 지금은 후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후의 작품 계획도 벌써 구상이 끝났다.

그는 다작의 비결에 대해 “영화를 촬영하고, 후반 작업을 하고, 다음 작품 준비하는 일정을 쉬지 않고 계속하면 된다”며 웃었다.

그러나 그가 평소 구상해온 아이디어를 영화로 실제 옮기는 문제는 시대성에 달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영화 촬영 기간이 최소 1년 반~2년이 걸리는 탓에 현재 시점의 시류에 맞게 영화를 준비하면 나중에 개봉할 땐 결국 지나간 영화가 된다”며 “최대한 시류를 타지 않는 영화를 만들려고 하다 보니 아이템 선정이 어렵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박 감독은 새로운 영화를 준비하면서도 전작의 후속작을 만들 계획도 맘 한 켠에 남겨두고 있다. 특히 ‘신세계’ 속편과 ‘마녀’ 3편은 그의 입장에선 일종의 ‘숙제’다.

그는 “‘신세계’ 2편과 ‘마녀’ 3편은 숙제니까 (반드시) 해야 한다”며 “‘마녀’는 배급사 측에 이미 3편을 제안한 상태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세계’의 속편 가능성에 대해선 “예전부터 배우 이정재와 후속편에 대해 얘기해왔다”며 “(이정재에게) ‘당신이 멋있게 늙어가면 그때 같이 할까’라고 물었고, 그 역시 동의했다. 그런데 (이정재가 여전히 동의할지) 지금은 모르겠다”며 웃었다.

그는 모든 작품들이 그의 ‘아픈 손가락’ 같다면서도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낙원의 밤’을 꼽았다. 영화 ‘낙원의 밤’은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영화로,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서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초청된 작품이다.

그는 “흥행보다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제작한 영화”라며 “어릴 때부터 굉장히 좋아하는 홍콩 영화의 향수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본인만의 색채를 담는 박 감독. 그가 쌓은 화려한 필모그래피와 비교하면, 박 감독이 관객들로부터 받고 싶은 평가는 소박하다.

“‘박훈정 감독의 작품은 재밌어’, ‘그 감독의 영화는 볼만해’와 같은 소리를 듣고 싶어요. 그게 다에요.” 이현정 기자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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