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 풀어 은행권 과점 깬다…31년 만에 새 시중은행 예고(종합)
"은행산업, 경합시장으로 전환"…금리·성과보수 체계도 손질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금융당국이 5대 시중은행 중심으로 굳어진 은행권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적극 유도한다.
기존 금융회사의 시중은행 전환을 허용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이나 지방은행에 대한 신규 인가도 추진하는 등 은행 산업을 '경합 시장'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5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과점 체제가 이자 장사에만 치중하는 관행으로 이어졌다는 판단 아래 지난 2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경쟁 촉진 방안을 논의해왔다.
은행업계에 신규 플레이어, 즉 '메기'를 풀고자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춘 게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우선 단시일 내 안정적·실효적 경쟁 촉진을 위해 기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기로 했다.
대구은행이 전국적 지점망을 가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금융당국에 밝힌 상태이며, 금융당국은 신청이 들어오는 대로 전환 요건에 대한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0여년 만에 새 시중은행이 등장하는 것이다.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인가 정책도 '오픈 포지션'으로 전환된다.
기존에는 사실상 금융당국에서 인가 방침을 먼저 발표한 뒤 신규 인가 신청·심사가 진행됐으나 자금력과 적절한 사업 계획만 갖췄다면 언제든 인가 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은행 산업을 언제든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합시장으로 바꿔 나갈 것"이라며 "실제 경쟁자가 진입하지 않더라도 잠재적 경쟁자에 대해 인식하게 될 경우 경쟁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이나 지방은행, 외국계 은행 지점 규제를 완화하고 경쟁력을 높여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 범위가 확대되고 외국계 은행 원화 예대율 규제가 완화된다.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의 공동대출 활성화, 핀테크 등 정보기술(IT) 기업의 금융 업무 범위 확대 등 금융회사와 IT 간 협업도 강화한다.
기존 금융회사 간 대출·예금 금리 경쟁도 촉진한다.
신용대출을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게 하는 온라인 대환대출 인프라는 연내 주택담보대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TF 논의 초반 핵심 논의 사항이었던 특화 전문은행이나 스몰 라이선스(소규모 인허가) 도입은 미뤄졌다.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권에 대한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해 은행 핵심 기능인 수신 및 지급 결제 부분에서의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도 논의됐으나,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결론 났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금리 및 성과급 체계도 개편한다.
시장금리의 급격한 변동이 대부분 차주 부담으로 이어지는 문제점과 관련해서는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금리로 하는 신용대출 상품을 하반기 중 출시할 예정이다.
변동형 금리가 대부분인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고정금리 상품을 확대하고, 대출금리 조정 속도에 대한 관리·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 등으로 국민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은행 홀로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하며 '돈 잔치'를 이어갔다는 비판과 관련해서는 성과급 조정 및 환수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장기 성과에 기반한 성과 보수 지급을 강화하고 임직원 성과급·희망퇴직금 및 배당 현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땅 짚고 헤엄치기'식 이자 장사 대신 비이자이익 비중을 확대할 수 있도록 투자자문업과 신탁업 제도 개선을 통해 은행의 종합 자산관리서비스를 활성화한다.
병원, 회계법인 등 비금융 전문회사와 협업을 허용해 다양한 신탁상품이 출시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이번 TF 작업의 핵심은 공정하고 실효성 있는 경쟁 도입"이라며 "작업 근저에는 은행 산업이 경쟁이 제한된 특성을 기반으로 손쉽게 수익을 내면서 글로벌 금융회사로 발전하기 위한 변화 노력은 부족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지주회사 제도 개선,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금융혁신 노력, 은행업 경쟁 촉진 방안 등이 조화롭게 추진되면 우리 금융산업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이번 개선 방안은 어떻게 해야 은행권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일종의 '종합 처방전'"이라며 "신속하면서도 실효성 있게 추진·집행함으로써 국민이 효과를 조기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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