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미제'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피고, 파기환송심서 무죄 주장

협박죄 징역 1년6월 형기 마쳐 사복 입고 법정 출석
살인 혐의 무죄→징역 12년→무죄…26일 판결 주목

제주 대표 장기미제 사건인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피고인 김모씨(57)가 2021년 8월18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강제송환되고 있는 모습.2021.8.20/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24년 전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조직폭력배 출신 50대 남성이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호소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3형사부(재판장 이재신 부장판사)는 5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에서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57)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 공판 겸 결심 공판을 열었다.

올해 초 대법원 판결로 이미 SBS '그것이 알고싶다' PD를 협박한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이 확정돼 일찍이 형기를 마친 김씨는 이날 처음으로 사복을 입고 법정에 출석해 눈길을 끌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피고인은 살인 혐의에 대한 충분한 (자백) 진술을 했다"며 재판부를 향해 김씨에게 종전 항소심 판결과 같은 징역 12년을 추가로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씨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피고인이 (SBS에 제보한) 진술은 이미 신빙성이 없다고 밝혀졌고, (주범과) 범행을 공모했다는 별도의 명확한 증거도 없다 "며 무죄 취지의 대법원 판결과 같이 선고해 달라고 맞섰다.

김씨도 최후 진술에서 "저는 친구(주범)에게 들은 이야기를 (제보)한 것일 뿐 제가 실제 본 것을 이야기한 게 아니다"며 "검경은 제 말만 믿을 게 아니라 실제 그 친구가 (범행을) 실행했는지에 대해 먼저 수사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씨는 다만 "제 잘못된 언행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한다"며 거듭 재판부를 향해 살인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취지의 판결을 참작해 줄 것을 호소했다.

선고공판은 26일 오전 9시55분에 열릴 예정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 ⓒ News1 오미란 기자

앞서 1999년 11월5일 제주시의 한 도로에 세워진 차량에서 검사 출신 변호사 이모씨(당시 44세)가 흉기에 수차례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지만 끝내 범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주의 한 폭력범죄단체 '유탁파'의 행동대장급 인사였던 김씨가 갑자기 2019년 8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제보했다. 당시 김씨는 "돈을 받고 이씨를 혼내주라는 지시를 받아 친구인 손모씨와 공모했고 상해만 가하려고 했는데 손씨 혼자 일을 벌이다 이씨가 사망했다"며 "손씨는 2014년 8월쯤 극단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내용은 2020년 6월 전파를 탔고 이후 재수사가 시작됐다. 2021년 8월 캄보디아에서 강제송환된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공소시효가 끝난 줄 알았고, 이씨의 사망 경위 등을 밝히면 유족에게 사례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었다. 이후 김씨는 그 해 9월 구속 기소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김씨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PD를 협박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지난해 2월17일 김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혐의를 증명하는 직접 증거가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광주고법 제주 제1형사부는 지난해 8월17일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김씨에게 징역 12년을 추가로 선고했다. 여러 간접 증거를 종합할 때 범행 당시 김씨가 적어도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갖고 있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대법 제2부는 항소심 판단처럼 김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더라도 정황증거 만을 종합해 김씨와 손씨의 살인 고의와 공모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지난 1월12일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협박 혐의에 대한 징역 1년6개월의 형은 확정했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