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어차피 결론은 ‘6 대 3’?…논란의 미국 대법원

황경주 2023. 7. 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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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대법원이 논쟁적인 이슈를 다루는 재판에서 잇따라 보수적인 결론을 내놓고 있습니다.

정치 지형을 따져보면 대법관 9명 중에 보수 성향 대법관 수가 더 많은 상태라, 예상대로라는 분석이 많은데요.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법관의 정치 성향에 따라 결과가 그려질 정도가 되다 보니 아예 대법관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알아봅니다.

요즘 미국 대법원은 판결을 했다 하면 6 대 3인 것 같아요?

[기자]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보수와 진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요 재판에서 대부분 그런 판결이 나왔습니다.

미국 대법관은 모두 9명인데 현재는 보수 성향 6명, 진보 성향 3명이죠.

이게 고스란히 판결에 영향을 준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데요.

최근 가장 떠들썩했던 건 대학 입시 때 소수인종을 우대하는 '어퍼머티브 액션'이란 정책을 위헌이라고 판단한 거죠.

대입에서 흑인과 히스패닉계 학생을 우대하는 게 상대적으로 백인과 아시아계를 역차별한다는 보수 진영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셈입니다.

대법원이 특히 1, 2심과는 반대되는 결론을 내린데다, 40년 넘게 자리 잡은 정책을 하루아침에 뒤집은 거라 파장이 상당합니다.

[앵커]

이 판결에 나온 다음 날도 미국 대법원이 보수적인 판결을 잇따라 내놨죠?

[기자]

이번엔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에 제동을 걸었는데요.

일정 소득이 안 되는 사람에겐 대학 다니면서 받은 학자금 대출을 아예 없애주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표 정책이 이번 대법원 판결로 폐기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역시 6 대 3이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법원이 헌법을 잘못 해석했다"는 표현까지 쓰면서 대법원을 거세게 비난했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학자금 탕감 정책을 중단하라는 법원의 결정은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잘못된 것입니다."]

같은 날 대법원은 성 소수자들의 권한을 축소 시키는 판결도 내놨는데요.

기독교 신자인 웹 디자이너가 동성 커플이 웹사이트 제작을 주문하자 이를 거부하겠다고 낸 헌법 소원에서, 이번에도 6대 3으로 웹 디자이너 손을 들어줬습니다.

[앵커]

이 정도면 판결을 볼 것도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네요.

그런데 미국에선 몇 년 전부터 이런 상황이 예상됐다면서요?

[기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 대법관 한 명 한 명까지 알기는 쉽지 않지만, 이 사람의 사진이나 이름은 한 번쯤 보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검은 법복 위에 옷깃처럼 넓은 목걸이를 걸친 모습으로 유명한 미국 여성 진보의 상징,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죠.

긴즈버그가 현역으로 재임할 때까지만 해도 미국 대법원의 정치 지형은 보수 5, 진보 4, 이렇게 이뤄져 있었습니다.

사안에 따라 판결을 예측하기가 어려웠고, 실제로도 보수적, 진보적 결론이 번갈아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가 2020년 숨지면서 공석이 된 대법관 자리 하나를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현 대법관이 채우게 됩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연방 대법원은 곧 '희미한 보수'에서 '견고한 보수'로 운영될 것"이라며, "국가에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변화"라고 짚었습니다.

[앵커]

실제로도 그런 변화가 있었고, 그러다 보니 미국 사회를 크게 좌우하는 판단에 대법관 개인의 정치 성향이 너무 크게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기자]

그리고 한번 구도가 갖춰지면 어지간해선, 변화가 없는 체제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미국 대법관은 종신직입니다.

본인이 은퇴하겠다고 하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할 수 있습니다.

올해 75살인 토머스 대법관의 경우, 40대였던 1991년부터 30년 넘게 대법관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자리가 비는 경우, 후임자를 뽑을 때는 현직 대통령이 지명합니다.

긴즈버그 전 대법관이 숨진 2020년 당시 미국 대통령은 강성 우파인 트럼프였죠.

당연히 빈자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보수 성향 대법관이 채우게 됐고, 굳어진 '보수 우위'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도 알 수 없게 된 겁니다.

[앵커]

그래서 미국에서 대법관 제도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거군요?

[기자]

대법관을 임기제로 바꿔야 한다거나, 정원을 늘려 새로 임명해 정치적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옵니다.

하지만 헌법을 고쳐야 하는 일이라 쉽게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또 삼권 분립 같은 민주주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미국의 분위기상 현실화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대법원 개혁을 주장했고, 또 취임 뒤엔 이를 실현하기 위한 개혁 위원회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위원회는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활동을 종료해 버렸는데요.

당시 정부의 이런 시도 자체가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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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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