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수출부진 해결방안, 중국·반도체 편중 벗어나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수출부진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방향으로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고 탈(脫) 중국 기조에 맞춘 무역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대한상의는 5일 '글로벌 무역구조의 변화와 대응과제' 연구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주요 과제로 △탈중국 기조와 기회포착(Altasia) △경제외교 강화 통한 교역구조 재편(Restucturing) △기술경쟁력 강화 위한 정책지원(Technology)을 제안했다.

보고서에선 가속화 되고 있는 탈 중국 기조에서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공급망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14개국을 꼽아 '알타시아(Altasia, Alternative+Asia)라는 신조어를 붙였다. 중국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특정 국가는 없지만 여러 국가들이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세부적으론 한국과 일본·대만 등이 기술력 부문에서 중국을 대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국가들은 △싱가포르-금융·물류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브루나이-자원 △베트남·태국·인도-투자정책 등이다. 필리핀·방글라데시·라오스·캄보디아는 10여 년간 임금이 2배 이상 오른 중국의 노동력을 대체할 국가로 고려된다.

대한상의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대체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경제외교 강화에 나서고 대중 교역전략 재구축과 기업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제도 합리화 등을 주요 과제로 손꼽았다.

보고서엔 반도체 등 일부품목에 편중된 수출상품을 다변화하는 등 교역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대한상의는 성장잠재력이 높은 인도-태평양(Indo-Pacific) 국가와 중동·아프리카를 신시장으로 지목했다. 중간재 중심의 수출품목도 대체가 어려운 고위기술 제품과 소비재 완제품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국내 총수출 6836억 달러 중 수출상위 3개 국가(중국·미국·베트남)가 차지하는 비중은 47.8%(3265억 달러)이다. 10대 수출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70.6%(4823억 달러)이고, 가공단계별로는 중간재 수출비중이 74.2%(5073억 달러)로 일부국가·일부품목·중간재 중심의 수출구조를 가지고 있다.

경쟁국과 기술력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추진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고위기술 제조업 현시비교우위지수(RCA)는 1990년 1.19에서 2020년 1.42로 1.2배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의 대한국 RCA는 0.05에서 1.44로 28.8배 상승했다. RCA는 특정 수출시장에서 비교우위가 있는지 판단하는 지표다.

대한상의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첨단분야에 대한 기술투자 위험을 분담하고, 본원 경쟁력 유지를 위해 마더 팩토리(핵심기능을 수행하는 공장)를 국내에 구축·유치하기 위한 정책을 주문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연구개발(R&D)을 관리하는 체계에서 벗어나 민간이 주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국내 생산역량 제고를 위해 글로벌 경쟁국 수준의 보조금·세제 혜택, 규제 및 노동개혁을 통한 기업환경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