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신현대發 ‘압구정 재건축’ 본격화... “시장 침체에도 63억원 신고가 경신”
구현대는 ‘설계 공모’ 진행중... “‘상가 지분’이 관건”
“신·구현대, 최대 1만7000가구 재탄생 예고”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부촌”
전국에서 유일하게 ‘아파트 단지’로만 구성된 행정동. 주택경기 침체기에도 평당가(3.3㎡) 9868만원에 달하는 부촌(富村). 1인당 국민소득이 818달러에 불과했던 1976년 준공됐지만, 3만2000달러(한화 약 4150만원)가 된 지금까지 재건축이 안 되고 있는 곳. 한강변을 끼고 있는 ‘대한민국 랜드마크’가 될 사업지. 정계와 재계는 물론 유명 연예인들까지 거주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을 설명하는 수많은 수식어들이다. 압구정동은 ▲1지구(미성 1·2차와 신사중학교) ▲2지구(현대아파트, 공영주차장, 현대백화점) ▲3지구(동호대교와 성수대교 사이 현대아파트, 구정초·중·고교) ▲4지구(현대8차, 한양 3·4·6차아파트) ▲5지구(한양 1·2차 아파트) ▲6지구(한양 5·7·8차 아파트)로 나뉜다. ‘신현대’로 불리는 곳이 2지구, ‘구현대’라고 불리는 곳은 3지구다. 따라서 통상 ‘압구정 재건축’이라고 하면 신현대와 구현대를 아우르는 지역을 말한다.
그런데 요원할 것만 같았던 재건축이 최근 들어 가시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압구정2구역이 최종 설계안을 확정하면서 본격적으로 재건축 시동을 먼저 걸었고, 압구정3구역도 현재 ‘설계사 공모’를 진행하면서 속도에 추격전이 붙었다. 강남구 중에서도 부촌의 부촌으로 손꼽히는 이곳은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그 향방에 따라 대한민국 강남권 한강변의 풍경 전체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지난 4일 오전 구현대아파트 내 압구정공원 앞. 유명 건축사사무소들이 ‘홍보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해서 현장을 찾았다.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과 희림종합건축사무소 컨소시엄이 각각 전시관을 차리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해안 컨소시엄은 단지를 숲으로 감싸는 조경과 전 세대 한강 조망 및 남향 배치를 내세운 ‘하이그로브 압구정’으로, 희림 컨소시엄은 한강변 최고 층수인 70층과 고급화 전략을 앞세운 ‘더 압구정’으로 차별화했다.
특히 설계에 대한 구현대 주민들의 관심은 한껏 높아진 상태였다. 앞서 신현대가 유현준 교수를 주축으로 하는 디에이건축사사무소를 확정하면서 자극이 됐다. 이날 만난 주민 A씨는 “내 집이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 않냐”면서 “아무래도 시공은 현대건설이 할 것 같아서, 여기 주민들 관심사는 오히려 설계에 더 쏠려 있다”고 말했다. 최종 결정은 이달 중순 주민들 투표로 결정된다.
구현대 재건축 논의가 활발해진 것은 지난 4월 25일 총회 개최 이후다. 압구정지구 내 가장 많은 가구수를 갖고 있고 역과 인접해 있다는 점에서 사업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받는 ‘핵심 구역’이지만, 단지가 11개나 된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다르다. 무엇보다 현대 4차는 5층짜리에 대지지분이 넓지만 2종주거지역이라는 점에서 용적률 250%를 적용 받는다. 반면 이 곳을 제외한 나머지 단지들은 전부 3종주거지역으로 용적률 300%가 적용된다.
‘상가 지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도 또 하나의 분쟁거리다. 당초 고층 주상복합 형태로 6·7차 아파트 위치에 구성한다는 안이 나왔지만, 현대백화점과 마주보고 있다는 점에서 수익에 타격을 볼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상가 지분을 가진 조합원 입장에서는 압구정2지구에서도 가장 안쪽, 즉 현 위치(1·2차 아파트 맞은편)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구현대에는 다양한 이슈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신현대는 재건축 진행 속도가 빠르다. 말 그대로 조합원간 합의만 잘 이뤄지면 되는데, 오는 12월 또 한번 총회를 열 계획을 갖고 있다.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고 건축심의를 거치는 과정이 통상 5년 정도 걸렸다면, 신현대는 신통기획을 통해 이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겠다는 목표다. 철거 및 이주까지 앞으로 8년, 이후 시공 5년을 합하면 13년후를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재건축 그림’이 가시화하면서 매매도 상향거래 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에는 61평(전용 183㎡)이 63억원에 팔리면서 신고가를 경신(직전가 3월 60억8000만원)했다. 전부 현찰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권 신현대공인중개사 대표는 “압구정 재건축은 ‘100년 뒤에나 되는 거 아니야?’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제 시간과 속도가 매우 중요한 가치가 됐다는 것을 신현대가 입증하고 있다”면서 “신현대발 재건축이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고가를 경신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년전 메릴린치증권에서 10년 후 가격을 점쳤을때 평당 3억원으로 계산했었다. ‘지금 사도 늦지 않다’라는 확신이 있기에 매입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신현대와 구현대가 재건축을 마치면 최대 1만7000가구의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랜드마크 아파트 단지가 형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여전히 토지거래허가제에 묶여 있고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법(재초환법) 시행시 높은 부담금을 내야 하는 것은 걸림돌이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부과 구간을 차등화하는 방향으로 재초환법 개정안을 수정하면서 압구정 현대 등 고가 아파트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결국 압구정 재건축의 성패는 사업성이 높은 고가 아파트라는 점을 감안하면서 공공자산이라는 한강을 어떻게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찾는 것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면서 “향후 최대 15년 내로 재건축이 완료되면 이른바 ‘전국 부자 2·3세들의 귀환이 시작되면서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국구 부촌’으로 자리매김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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