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서 난동 피우다 재판 받던 40대, 15년 전 성폭행 들통

특수상해 재판 후 채취한 유전자
2008년 강간미수 용의자와 동일
검·경, 15년 전 미제 사건 해결해

울산지방법원 전경 <자료=연합뉴스>

지난해 12월 40대 남성 A씨가 노래방 주인을 폭행하고 소란을 피운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A씨는 같은 해 3월 또 다른 노래방 주인을 폭행한 혐의로 집행유예가 확정된 상태였다. 집행유예 기간 중 범행을 저지른 A씨는 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A씨 죄목에는 폭행 외에 강간치상 혐의가 추가됐다. 울산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대로 부장판사)는 폭행은 징역 4개월, 강간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했다.

폭행 혐의로 입건된 A씨가 강간치상 피고인이 된 이유는 지난해 3월 노래방 주인 폭행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소화기로 노래방 주인을 때려 단순 상해가 아닌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특수’가 포함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유전자(DNA) 채취 대상으로 판단하고, 1심 판결이 확정된 뒤 지난해 5월 A씨 유전자를 채취했다. 유전자 분석 결과 A씨 유전자는 2008년 울산에서 발생한 강간미수 사건 용의자와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은 2008년 한 남성이 여성 집에 몰래 따라 들어가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다. 당시 피해 여성은 “담배를 피우자”며 남성을 달랜 뒤 탈출해 큰 화를 면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채취한 모발 등에서 용의자 유전자를 확보했으나 추가 증거가 나오지 않아 2009년 미제 사건으로 종결 처리했다.

검찰은 A씨를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경찰에 수사를 지휘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 15년 전 강간미수 사건 당시 확보한 모발 등 증거물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다시 실시했다. 분석 결과 A씨 유전자와 같았다.

경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 여성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으나 경찰은 피해자 주변인 조사 등을 통해 범행을 밝혀냈다. 검찰은 강간치상 혐의를 추가해 A씨를 기소했다. A씨는 “피해자가 합의금을 노리고 성폭행을 자작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집에 침입해 반항하는 피해자를 폭행하고 상해까지 발생시켰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고, 피고인의 변소는 아무리 좋게 해석해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