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불씨 살아난 증권사 법인지급결제 허용…은행권과 신경전
금융당국 TF 개선안 발표 막바지에 포함...물밑 소통 통했나
은행권 거센 반대 속 실제 추진 가능성은 미지수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금융당국이 장고 끝에 발표한 은행권 영업관행 개선과 경쟁도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추진 방안에 비은행권의 지급결제업무가 포함됐다. 한동안 당국 검토안에서 빠져 있던 비은행권 지급결제업무 논의가 막판에 포함된 배경에는 증권업계의 공세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업고객을 빼앗길 수 없는 은행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장기간 고전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기간 공회전’ 비은행권 지급결제 논의 다시 테이블 위로
5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에서 당국은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한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증권사 등 비은행권 지급결제 업무 확대·허용을 포함했다. 지급결제 안전성 및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담보제도와 유동성·건전성 관리 등에 대해 추가검토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월부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고, 은행권 수익구조와 수익활용 전반을 개선할 주요 추진안들을 논의해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차원에서 은행권의 이자잔치와 과점체제 등에 대한 비판이 지속된 영향이다.
약 4~5개월간 이어진 TF회의에서 비은행권 지급결제 문제는 한동안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 TF 논의 초반부터 지급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한국은행을 포함해 은행연합회 등 은행권에서 비은행권 지급결제안을 극구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증권업계 등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시스템이 안정성 확보가 미비하다는 점을 근거로 거세게 반대해왔다. 이에 한동안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TF 안건에서 사실상 배제된 상태였다. 그러나 당국에서 발표 직전 추가 검토 대상으로 포함하면서 추진 여지를 열어둔 상태다.
법인지급결제 허용은 비은행권 중에서도 특히 증권업계의 숙원이었다. 기업 시장이 넓은 만큼 법인지급결제가 열릴 경우 기업금융(IB) 부문을 강화하는데 핵심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증권사 계좌를 통한 지급결제 서비스는 현재까지 개인에게만 열려 있다. 기업들은 은행 계좌를 통해서만 이체업무를 할 수 있다. 증권사에 법인 지급결제가 허용될 경우 기업들이 증권사 계좌로 대금 지급 및 결제, 공과금 납부 등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은행권 거센 반대 여전...실제 추진 가능성 ‘안갯속’
다만 은행업권에서는 여전히 날 선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증권업계 등에 실제 법인결제가 허용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특히 은행의 주요 고객인 대기업 중 증권사를 보유한 곳이 적지 않아 추진 시 타격이 상당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비은행권 지급결제 허용은 단순한 이슈가 아니다. 증권사 측에서야 수익사업 확대 차원에서 주장하는 것이지만 수용에 따르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실제 허용 시 상당히 복잡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비은행권도 은행법·예금자보호법·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 대상이 되어야 해서 얻을 수 있는 실익 대비 상당히 까다로운 검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도 “비은행권 지급결제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문제점을 지적해서 충분히 올렸고, 지금도 은행업권 입장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증권사 법인지급결제를 추진할 경우 은행의 투자일임업 전면 확대가 함께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응하는 반대급부가 있어야 하는데 바로 은행의 투자일임업 확대다.
다만 투자일임업 허용은 증권업계에 너무 타격이 큰 거래조건이라 합의점 찾기는 쉽지 않을 모양새다. 증권업계에서는 은행권 요구가 정부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더 열어주자는 건 이번 제도개선에 논의에 나선 방향 취지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며 “당국에서 추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데에는 지급결제 허용 만큼 은행 과점 체제 개선에 핵심적인 안건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영의 (yu0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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