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안 피서철 '상어 주의보'…"더 이상 안전지대 아냐"

강원영동CBS 전영래 기자 2023. 7. 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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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최근 백상아리·악상어 사체 잇따라 혼획
속초해수욕장 상어 차단 그물망까지 설치
해경도 연안 순찰 강화…안전 주의 당부
전문가 "해수온 상승에 따라 상어 출현"
최근 동해안에서 상어가 잇따라 발견되자 속초해수욕장 해변에 상어 대처요령을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했다. 속초시 제공

강원 동해안 해수욕장이 이달 들어 순차적으로 개장하는 등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된 가운데 속초와 양양 인근 해상에 '악상어'와 '백상아리' 사체가 잇따라 발견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속초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5시 40분쯤 양양군 수산항 동쪽 7.5㎞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A호(5.92톤 자망)에서 상어 사체 1구가 혼획됐다. 해경이 강릉 경포아쿠아리움에 확인한 결과 이날 발견된 어종은 길이 210㎝, 둘레 120㎝ 규모의 악상어로 밝혀졌다. 

앞서 지난 달 23일 오전 7시 30분쯤 속초 장사항 약 2.7km(약 1.5해리) 인근 해상에서 조업을 하던 A호(24톤, 정치망, 속초 선적)가 상어 사체 1구를 발견했다. 특히 이날 발견된 상어는 길이 약 1m 95cm, 둘레는 약 95cm 크기의 백상아리로 확인됐다.

같은 날 오전 4시 20분쯤 속초항 약 5.1km(약 2.8해리) 인근 해역에서도 조업을 하던 어선 B호(5.92톤, 자망, 속초 선적)가 길이 약 2m 40cm, 둘레 약 1m 80cm 크기의 악상어를 혼획했다.

지난 달 23일 오전 속초 앞바다에서 혼획된 백상아리의 길이를 측정하고 있는 해경. 속초해양경찰서 제공


악상어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미국, 멕시코 등 북태평양에 서식하며 최대 300㎝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연어를 잡아먹고 살고 생김새가 백상아리와 비슷하지만, 백상아리 보다는 몸집이 작고 아직까지 사람을 공격했다는 보고는 없다.

반면 영화 '죠스'로 잘 알려진 백상아리는 대표적인 식인상어다. 태평양·대서양·인도양 등 전 대양의 온대와 열대 해역에 널리 분포하며, 먼바다보다는 연안에 많이 서식한다. 최대 몸길이는 6.5m 내외로 세계 각지의 해수욕장이나 바다에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서해에 집중적으로 출몰해 잠수부를 공격하기도 했다.

실제 서해안에서는 지난 1959년 7월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에서 피서객이 상어에 물려 숨졌다. 또 2005년 태안 가의도 앞바다에서 상어에 물린 해녀가 중상을 입는 등 국내에서 상어로 인한 인명피해는 모두 7건으로, 이 중 6명이 사망했다. 모두 백상아리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달 23일 오전 속초 앞바다에서 혼획된 악상어의 길이를 측정하고 있는 해경. 속초해양경찰서 제공


하지만 최근 강원 동해안에서도 '공격성'을 지닌 백상아리와 함께 악상어 등이 잇따라 출몰하면서 해당 지자체와 해경이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나섰다.

속초시는 오는 8일 해수욕장 개장에 맞춰 피서객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속초해수욕장 600미터 전 구역에 그물망을 설치해 상어 진입을 아예 차단시켰다. 이와 함께 해수욕장 입구에 '상어 피해 예방 안전 수칙 및 행동요령' 입간판을 설치해 해수욕객에게 상어로 인한 피해상황을 주지시키는 한편, 행정상황실 내에 '상어 발견 시 해수욕장 근무자 행동요령'을 부착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속초해경도 서핑과 다이버 등 레저사업자를 대상으로 상어 출몰 사실을 전파하고 안전 주의를 당부하는 한편 각 함정 및 파출소에 상어출몰 위험구역 및 연안해역에 대한 예방 활동 강화를 지시했다.

이와 함께 해수욕장 개장 기간 동안 경비정을 배치해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동시에 '예방(평시)·인지(신고·접수)·대응(출몰)' 등 단계별 매뉴얼을 만들어 지자체와 공조하기로 했다. 또 해수욕장 근무자를 대상으로 상어 발견 시 행동요령을 숙지시켜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속초해수욕장에 상어 출입을 차단하기 위한 안전그물망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 속초시 제공


행동요령에 따르면 상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상어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늦은 저녁부터 새벽까지는 조업이나 물놀이를 금지하고 피 냄새는 상어를 유인하는 만큼 몸에 상처가 있을 때는 바다에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또 밝은 수영복은 피하고 상어를 만났을 때는 고함을 지르거나 자극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공격받았을 때는 상어의 눈이나 코를 내리치는 등의 공격을 통해 위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백상아리나 악상어 사체는 인근 해역에서 과거에도 종종 발견된 적이 있지만, 이 지역에서 지금까지 피해를 입은 사례는 없다"며 "단 한 건의 안전도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속초해수욕장에 상어 출입을 차단하기 위한 안전그물망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 속초시 제공


지자체와 해경 등이 안전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인근 주민들과 피서객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죽은 상어 사체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살아 있는 상어가 언제 출몰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속초 장사항 허부호 어촌계장은 "백상아리 사체가 혼획된 것은 이 곳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어서 어어민들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아 속초를 찾는 피서객들께서 많이 우려하는 것 같다"이라고 전했다.

피서객 김모(40대. 수원)씨는 "속초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데 상어 출몰 관련 뉴스가 계속나오니까 아이도 있고 해서 다소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군산대 최윤(해양생물자원학과) 교수는 "주로 열대 해역에 분포하는 상어들이 해수온 상승에 따라 점차 올라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홋카이도에서도 나오기 때문에 동해안에도 서식은 한다고 봐야 되는데 자주 출몰하지 않아 쉽게 볼 수 있는 어종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상아리에 의한 인명피해는 있지만 악상어와 청상아리 등은 아직 국내에서 사람을 공격한 적은 없다"며 "백상아리를 비롯해 악상어와 청상아리 등의 개체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동해안도 더 이상 안전지대로만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속초해경 관계자는 "최근 들어 동해안에서 상어가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는 만큼 어업인과 레저 활동자 및 물놀이객들은 안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주변에서 상어가 발견될 경우 즉시 해양경찰로 신고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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