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안했고, 안 죽었습니다"…판치는 '가짜'에 멍드는 댓글창 [악성댓글 이대로 괜찮습니까]
국민 10명 중 6명 “허위정보 심각한 사회 문제”
허위 입증해도 댓글 그대로…기업 피해도 커
[헤럴드경제=서재근·김성우 기자] #. 올해 초 한 중년 배우 A씨는 한 유튜브 채널에서 ‘82세 배우 A씨. 투병 숨기고 촬영 강행하다 끝내 안타까운 일생’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오자 스스로 “살아있다”고 해명하며 “가짜뉴스 때문에 내가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배우 B씨, 심장마비로 별세…누리꾼 애도’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린 20대 현역 군인이 경찰에 검거됐다. 게시물 작성자는 ‘B씨가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특정 언론사와 기자명까지 사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등을 통해 출처를 알 수 없는 미확인 정보나 악성 댓글이 확대·재생산되면서 그에 따른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악의적 허위 사실과 미확인 정보가 무분별하게 노출되면서 여론을 보여주는 ‘공론의 장’을 자처한 댓글창이 악의적 허위 정보와 편중된 여론조작의 장으로 전락했다고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사실 아니면 그만” 무분별 퍼 나르기 피해= 악의적 허위 정보를 퍼 나르는 이른바 ‘사이버 렉카’, 여과 없이 노출되는 인터넷 악성 댓글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인터넷 또는 SNS를 통한 명예훼손·모욕죄 발생 건수를 보면 매년 7000건이 넘는다. 명예훼손·모욕죄 발생 건수는 2021년 7017건에서 지난해 7555건으로 7.7% 늘었다. 특히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는 2020년 9140건에서 2021년 1만1347건, 지난해 1만2377건으로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댓글 속 악성 허위·미확인 정보는 관심을 끌 만한 자극적 내용이 대부분인 만큼 사실 확인 과정 없이 순식간에 온라인에 빠르게 퍼진다. 특히 조회수가 곧 수익으로 이어지는 일부 SNS는 악성 허위 정보 확산의 온상으로 꼽힌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회 전반으로 ‘거짓말’, ‘허위정보’에 대한 죄의식 같은 게 사라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며 “청소년 범죄에 ‘청소년’이라는 단어를, 학교폭력에 ‘학교’를 붙여 폭력과 범죄라는 의미가 중화되는 것처럼 가짜뉴스도 ‘뉴스’라는 말로 심각성을 희석하고 있다. 허위사실 유포는 명백한 범죄다. 이를 일깨울 수 있도록 강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호준 더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행위로 발생하는 개인과 사회의 피해, 또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크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작성자 또는 유포자를 형서처벌해야 한다는 이른바 ‘가짜뉴스 방지법’ 등이 추진됐다”며 “그러나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입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법원의 판별로 따지자면, 가짜뉴스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정도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군중심리 자극…일반인까지 타깃= ‘악의적 댓글’이 남긴 무분별하게 퍼지는 자극적 허위 정보는 군중 심리를 자극한다. 특정인에 대한 집단 괴롭힘을 뜻하는 ‘사이버 불링’으로 이어져 더 큰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20대 배구선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자신의 SNS에 “저를 괴롭혀 온 악플은 이제 그만해 달라. 버티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또 인터넷 방송 중 여성 커뮤니티에서 주로 쓰는 표현을 했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BJ의 가족도 “수많은 악플과 루머로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다”고 토로했다.
일반인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20년 방송통신위원회 조사 결과 일반 성인의 사이버폭력 경험률은 65.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해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는 초·중·고교 학생 가운데 사이버폭력(12.3%) 경험자가 언어폭력(33.6%)과 집단 따돌림(26.0%)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황 변호사는 “사이버불링 범죄에 대해서는 형법상 명예훼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면서 “다만, 명예훼손이라는 범죄 구성 요건을 판가름할 때 ‘비방할 목적’과 ‘공공의 이익’을 기준으로 두는 데 이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모호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업도 ‘악의적 댓글’ 주홍글씨에 몸살=악성 허위 정보 또는 미확인 정보가 담긴 악성 댓글에 따른 기업들의 피해는 기업들의 피해사례도 적지 않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맥도날드에 불거진 ‘이물질 의혹’이 대표적이다. 지난 2월 초 한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감자튀김에서 동물 다리가 나왔다’는 글이 올라왔다. 검은색 물체를 튀긴 듯한 사진이 포함된 해당 게시물에 한 누리꾼이 ‘쥐 실험을 해봐서 보자마자 쥐 다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추정성 댓글을 게재하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당시 업체 측은 “감자에 튀김 옷을 입히지 않는다”며 법적 대응 등 강력 조치를 예고했다. 그러나 일부 매체가 네티즌 반응을 옮기며 브랜드 이미지 실추는 매출 감소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물질 의혹’은 결국 게시글 게재 2주 만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해당 물질은 감자가 튀겨진 것”이라는 공식 분석 결과를 내놓으면서 일단락됐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앞서 지난 2016년 ‘기술을 탈취했다’고 주장하는 한 기업으로부터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소송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현대차가 협력업체의 기술을 빼앗았다’ 등 현대차를 향한 근거 없는 비방성 댓글이 잇달았다. 1심과 항소심, 상고심 모두 ‘기술 탈취를 비롯한 부당 행위는 없었다’며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지만, 악성 댓글은 고스란히 남아있고, 작성자 가운데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외에도 한 전문대행사는 1건당 1000원을 받고 저질 제품의 품질을 허위로 홍보하다 적발됐고, 댓글 알바를 고용해 경쟁 입시교육업체와 강사를 비난하는 댓글 20만여 건을 올리도록 한 유명 입시교육업체 대표와 강사들이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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