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NL 2연속 12전패…위기의 女배구 해법 마련 절실
국제 경쟁력 강화 위해선 ‘프로 2부리그 운영’ 선행 여론 대두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이 지난 2일 수원에서 끝난 2023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2년 연속 전패의 수모를 당했다. 단 1점의 승점도 따내지 못하는 참담한 패배를 맛봤다.
‘월드 스타’ 김연경을 앞세워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에서 4강에 올라 가능성을 보였던 한국 여자배구는 김연경·양효진·김희진·박정아 등 황금기를 이끌었던 선수들이 빠진 가운데 치른 VNL에서는 무기력 그 자체였다.
남자 대표팀은 아예 VNL에 출전 조차 못하는 전력이 됐고, 올림픽 무대도 2000년 시드니 이후 5회째 밟아보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남녀 공히 내년 파리 올림픽 출전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4일 국내 배구의 체질 개선과 국제경쟁력 강화를 이룬다며 7대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KOVO컵 대회의 외국팀 초청과 유소년 배구 클럽팀 활성화, 유망 선수·지도자 육성 해외연수 프로젝트, 사용구 교체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에 일선 배구인들은 7대 추진 과제에 본질적인 문제가 빠져있다고 지적한다. 이보다 더 시급한 것이 저변 확대와 두터운 선수층을 만들기 위한 프로 2부리그의 운영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여자 7개 프로팀에서 뛰는 선수는 120여 명이다. 이 가운데 외국인선수와 몇몇 주전, 백업 선수를 제외하면 상당수가 코트를 몇 차례 밟아보지도 못한다. 그나마 비시즌 기간 대표급 선수들은 국제대회라도 뛰지만 벤치멤버들은 약 5개월 동안 공백기를 갖게돼 기량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엷은 선수층에 부상 등의 우려로 상당수 선수들이 대표팀 차출을 꺼려하는 상황에서 해외팀 초청을 통한 단기적인 경기와 짧은 해외 연수, 포상금 당근책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다. 더불어 근본적인 대안도 없이 외국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각 구단들이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2부리그 운영에 부정적이라고는 하지만 6개 여자 실업팀을 참여시킨 2부리그 운영 만이 궁극적으로 국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일선 배구인들의 여론이다. 현재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중 2부리그 운영이 없는 종목은 배구 뿐이다.
점차 줄어드는 초·중·고 배구팀의 활성화와 선수들이 도약의 꿈을 꾸고 실현시킬 수 있는 V리그의 2부리그 운영에 대한 고민 없이는 7대 추진 과제가 본질을 외면한 알맹이 없는 청사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 배구 관계자는 “대한배구협회나 프로연맹이 최근 잇따르고 있는 한국 배구의 국제 경쟁력 저하에 대한 맥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국내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린 뒤 해외팀과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수순인데 이런 부분이 간과됐다. 타 프로스포츠 처럼 2군의 활성화 만이 저변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리그의 질적 향상과 대표팀의 국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을 진지하게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선학 기자 2hwangp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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