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에 대기업도 못 버텼다…6년 새 중국법인 매출 13%↓
배터리·반도체만 선전…LG엔솔·삼성SDI, 400% 넘게 성장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중국의 한한령 등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 압박이 본격화한 이후 국내 대기업의 중국법인 매출이 약 13%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5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중국 생산법인 실적을 공시한 113곳은 지난해 매출액이 총 111조424억원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의 국내 기업 제재가 본격화한 2016년에는 127조7292억원이었으나 이보다 13.1% 감소했다.
중국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배터리·반도체 관련 기업을 제외하면 국내 대기업의 중국 생산법인 매출액은 지난 2016년 117조2300억원에서 지난해 73조4485억원으로 37.3% 급감한다.
같은 기간 기아의 중국법인 ‘강소열달기아기차’ 매출도 9조7996억원에서 1조8835억원으로 80.8%(7조9161억원) 급락했다.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기아의 추락은 국내 부품 업체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현대모비스의 중국 생산법인 매출은 1조7051억원으로 2016년 8조8746억원과 비교해 80.8% 하락했다. 현대트랜시스 중국법인은 매출이 55.1% 떨어졌고 현대위아(-62.7%), 성우하이텍(-71.4%), 현대케피코(-74.3%) 등도 중국 생산법인 매출이 감소했다.
삼성전자도 중국 스마트폰 및 가전부문 위축으로 2016년 17조1236억원이었던 중국 생산법인 매출이 지난해 43.5% 줄며 9조6798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중국 생산법인 ‘Samsung Electronics Huizhou’를 청산했는데 매출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디스플레이 중국법인 매출도 2016년 10조7831억원에서 지난해 5조4035억원으로 49.9% 미끄러졌다.
이 같은 현상은 한한령뿐 아니라 미·중 무역 갈등, 공급망 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복합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국내 주요 기업의 중국 사업이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 중국에서 강세를 보인 국내 자동차, 전자 대표 기업들이 중국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는 반면 배터리, 반도체 등은 중국 내 시장 확산으로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의 지난해 중국법인 매출액은 12조8458억원으로 지난 2016년 2조4167억원 대비 무려 431.6%(10조4291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 중국법인 매출도 9298억원에서 5조4250억원으로 6년새 483.5%(4조4952억원) 확대됐다. 이차전지 관련 생산법인 중 하나인 ‘Samsung SDI (Tianjin) Battery’는 매출이 2558.7% 뛰었다. 지난 2019년 중국에 신규 법인을 설립한 SK온은 지난해 2조97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안착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의 매출 성장도 두드러졌다. 삼성전자의 중국 내 반도체 생산법인 중 하나인 ‘Samsung (China) Semiconductor’의 매출액은 2016년 4조1521억원에서 지난해 9조6798억원으로 133.1% 상승했다. SK하이닉스의 중국 생산법인 매출액도 2016년 3조6억원에서 지난해 7조5454억원으로 2배 넘게 올랐다.
이외에 LG화학의 중국 생산법인 매출은 6년 새 179.4% 치솟았고, LG디스플레이(38.7%), 효성티앤씨(182.3%), HD현대인프라코어(138.1%), 삼성전기(21.0%) 등도 중국법인 매출이 개선됐다.
한편 한한령 이후 국내 대기업의 중국 생산법인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지난 6년 간 매각되거나 청산된 중국법인은 46곳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각된 중국 생산법인은 30개사, 청산된 법인은 16개사에 달했다. 매각된 중국법인의 매출액은 2016년 기준 6조5945억원, 청산 법인은 13조1981억원으로 집계됐다.
김응열 (keynew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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