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전국은행 간판 달고 과점체제 깰 ‘메기’ 된다
은행권, 신규 인가도 상시 개방
민간 고정금리 확대 위해 규제 개선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해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개 은행에 집중된 시중은행 과점 체제를 깨뜨리기 위해 금융당국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지원하는 것이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승격하면 1992년 이후 30여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도 적극 추진해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메기’ 탄생을 지원한다. 동시에 기존 저축은행·외국계은행 등 기존 사업자도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 있도록 영업규제를 합리화도 추진한다.
금융위원회는 5일 은행권 경쟁 촉진 및 구조개선 방안으로 은행권에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촉진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들의 고금리 이자장사를 지적한 이후 은행권의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현재 국내 은행산업은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체제다 보니 금리 인하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쟁효과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5대 시중은행이 전 은행권 대출의 63.5%, 예금은 74.1%를 가지고 있다. 시중은행은 금융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한 금리 인하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비슷한 금리의 유사하거나 동질적인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작년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도 은행이 역대 최대의 이자수익을 거두게 된 것은 코로나 사태, 저금리 등으로 대출 규모가 늘어나게 되면서 은행이 과점력을 활용해 높은 예대금리차를 책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라며 “경쟁을 촉진해 은행업권의 과점력과 예대금리차를 줄여 과점이윤을 감소시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추진... 30년 만에 시중은행 탄생
금융당국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등 기존 금융회사의 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기로 했다. 은행업 영위 경험이 있는 주체가 업무영역·규모 등을 확대하는 것이 단시일 내 안정적·실효적 경쟁 촉진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금융회사가 전환을 신청하는 경우, 금융당국은 전환 요건 충족 여부를 심사해 전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을 추진한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은행법에 따른 자본금, 지분구조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시중은행의 자본금 요건은 1000억원 이상으로, 지방은행 요건인 250억원보다 기준이 높다.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의 지분 보유 한도도 맞춰야 한다. 시중은행의 산업자본 지분 보유 한도는 4%로 제한된다. 금융당국은 지방은행 가운데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요건을 가장 용이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대구은행은 자본금 요건은 충족하는 상태”라며 “추가적으로 사업계획이 얼마나 타당한지, 지배구조 이슈가 문제는 없을지 자세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시 서울이 아닌 지역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이 처음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에 수도권 및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강원 지역 등에서 여수신 경쟁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외국계 은행 대출 규모와 비슷한 시중은행이 출현한다는 의미도 있다. SC제일은행의 대출규모는 45조원이며, 대구은행은 51조원이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이르면 연내 이뤄질 전망이다. 은행 인가에 소요되는 시간은 법적으로 90일가량이기 때문에 대구은행이 3분기 내 시중은행 전환을 신청해 큰 결격사유가 없을 시 올해 안으로 시중은행 인가가 가능할 전망이다.
금융위는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의 문을 상시로 개방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사실상 금융당국에서 인가방침 발표 후 신규 인가 신청‧심사가 진행됐다. 앞으로는 충분한 건전성과 사업계획 등을 갖춘 사업자가 인가를 신청하는 경우 상시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신규 인가를 결정할 계획이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의 경우 현행 법령상 요건과 함께 현재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성과 및 안정성 등 제반 상황을 감안해 심사할 예정이다.
특화전문은행에 대해서는 현행 제도의 틀 내에서 신규 인가를 진행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향후 특화전문은행의 필요성, 성과,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특화유형에 따른 인적·물적 설비나 건전성‧유동성 규제 차등화 등을 포함한 제도 도입방안을 검토하겠다”라고 했다.
◇ 저축은행 영업규제 합리화…지방은행 규제 개선
금융위는 규제 완화를 통해 다른 금융회사와 시중은행과의 경쟁을 촉진한다. 우선 저축은행 경쟁력 제고를 통한 예금·대출 분야 경쟁을 확대할 방침이다. 우선 저축은행간 인수·합병(M&A)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구조조정 목적이거나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경우 영업구역 제한없이 4개사까지 인수(합병의 경우에는 영업구역 4개까지)를 허용해 저축은행 M&A를 촉진한다.
지방은행·외은지점 규제개선을 통한 은행권의 경쟁도 활성화한다. 한국은행의 금융중개지원대출과 관련해 은행이 지켜야 하는 중소기업 대출 비율이 기존에는 지방은행 60%, 시중은행 45%였지만, 앞으로는 지방은행과 시중은행 모두 50%로 일원화한다. 아울러 외은지점의 원화예대율 규제를 개선해 기업대출 공급여력을 12조2000억원가량 증가시켜 기업들의 대출선택권 확대·금리 인하를 꾀한다.
금융위는 증권사 등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업무 확대·허용도 지속적으로 검토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동일 기능-동일 리스크-동일 규제 원칙하에 지급결제 안전성 및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담보제도, 유동성․건전성 관리 등에 대해 추가 검토하겠다”라고 했다.
이외에도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의 공동대출 활성화, 혁신금융서비스 적극 활용, 핀테크 등 정보통신기술(IT)기업의 금융업무 수행범위 확대, 예대금리차 공시나 대환대출인프라 등을 통한 기존 금융회사간 대출‧예금 금리 경쟁을 촉진하기로 했다.
◇ 금리 변동성 줄이기 위해 정책금융 아닌 민간 고정금리 상품 확대
금융위는 고정금리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에도 나선다.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금리 상승 시 차주 부담이 확대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주담대 비중(추정치)은 작년 말 기준 순수고정 25.7%, 혼합 20.9%, 변동형 56.0%다. 이마저도 정책모기지를 제외하면 순수고정 대출 비중은 2.5%로 크게 낮아진다.
금융위는 고정금리 등 금리변동이 작은 대출상품을 활성화해 차주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 부담을 완화할 예정이다. 은행이 자체 고정금리 주담대를 공급할 수 있는 유인체계를 구축한다. 고정금리·분할상환 목표비중 관리기준을 장기·고정금리 대출 확대로 변경하고, 변동금리 대출실적을 차등예보료에 반영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시중은행이 변동성이 작은 코픽스와 연동된 신용대출상품 출시·취급도 확대할 수 있도록 한다. 시중은행은 이러한 당국의 기조에 따라 올해 하반기 신잔액코픽스 연동 신용대출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3분기에는 신한·우리·광주·부산은행이, 4분기에는 농협·기업·국민은행·카카오뱅크가 신상품을 선보인다.
금융위는 민간 고정금리 주담대 공급을 지원하기 위해 주택금융공사의 역할을 다변화하고 변동금리에 대한 예대율 차등화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대출금리산정체계 일관성·합리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은행별 자체 금리산정 점검 시 대출금리 조정 속도의 일관성과 조정 폭의 합리성을 집중 점검하도록 할 예정이다. 대출금리 내 가산금리 구성 항목의 과대계상 여부 등 산정·운영 체계의 합리적 산정 여부를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자체점검(은행권) 및 금리체계점검(금융당국)을 통해 금리산정체계 합리성 제고를 유도하겠다”라며 “필요 시 모범규준을 개정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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