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 인가 문턱 낮춰 경쟁 유도…"경쟁자 언제든 진입 가능"
경쟁 촉진 '역부족' 시각도…'돈잔치' 비판에 성과급·보수까지 '메스'
(서울=연합뉴스) 오지은 기자 = 5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 대책 핵심은 인가 장벽을 대폭 낮춰 새 플레이어들을 적극 시장에 들이겠다는 것이다.
'메기'가 언제든 진입할 수 있는 시장 구조를 갖춰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과점 체계를 뒤흔든다는 복안이다.
다만 논의 초반 핵심 안건으로 주목받았던 특화전문은행 도입이나 비은행권에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는 방안 등이 유보되며 시중은행과의 실효적 경쟁을 촉진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도 나온다.
尹 '은행 돈 잔치' 비판에 은행권 TF 출범…은행권 경쟁 촉진
금융당국의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는 윤석열 대통령이 금리인상기에 역대 최대 수익을 낸 은행들이 거액의 직원 성과급·희망 퇴직금을 지급한 점을 비판하면서 출범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7조원으로 전년 동기(5조6천억원)보다 1조4천억원(24.0%) 증가했다.
은행권이 막대한 이자수익을 낸 배경에는 5대 시중은행이 대출·예금의 70%를 점유하는 등 과점체제를 형성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은 대출의 63.5%, 예금의 74.1%, 자산의 63.4%를 점유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사전브리핑에서 '은행 돈 잔치'와 관련한 비판을 언급하면서 '은행권 경쟁 촉진'이라는 방향성을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은행이 과점력으로 높은 예대금리차를 책정해 역대 최대 이자수익을 거두면서 기업은 과점 이윤을 얻고 소비자의 후생은 감소했다"며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해 과점이윤을 감소시키는 것이 직접적인 이슈"라고 이번 방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새 플레이어 투입해 경쟁 촉진…인가 정책 전환
금융당국은 신규 플레이어를 투입해 은행권 내 경쟁을 촉진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지방은행은 전국적 점포망을 가진 시중은행으로, 저축은행은 지방은행으로 연쇄적 전환을 적극 허용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미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의사를 밝힌 상태다.
금융당국은 또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를 추진해 신규 플레이어를 시장에 유입하도록 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금융당국이 인가방침을 발표하면 신규 인가 신청·심사가 진행됐지만 앞으로는 건전성·사업계획서를 갖춘 사업자에게 심사를 거쳐 인가를 내주는 방식을 도입한다.
여타 플레이어로 시중은행과의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저축은행 인수·합병(M&A) 범위를 확대하고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비율을 합리화해 시중은행과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그림이다.
이 밖에 금융권 안팎으로 협업·경쟁을 촉진하고 IT기업의 금융업무 문턱을 낮추는 내용도 담겼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모객력과 지방은행의 대출 여력이라는 강점을 결합해 공동대출을 활성화하고 IT 기업의 금융업무 수행범위를 넓히는 등 금융권 안팎으로 협업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5월 출시된 대환대출(대출을 받아 이전 대출금을 갚는 방식) 플랫폼은 기존 금융사 간 대출·예금 금리경쟁을 촉진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예대금리(대출금리-예금금리)차 공시 제도도 시행할 예정이다.
금리체계 개선하고 성과급체계 개편…'용두사미' 지적도
금융당국은 고정금리 비중을 높이고 임원 성과보수제도를 개선하는 등 은행권 내 관행을 정비한다.
김 부위원장은 "신규 플레이어 진입, 시스템 개혁 등으로 경쟁촉진 효과가 나타나는 데 오래 걸릴 수 있다"며 "과점이윤이 남아있을 수 있는데 이를 성과급, 배당으로 지급하기보다 더 필요하고 의미 있는 곳에 활용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이자수익을 리스크 관리나 사회 공헌 등을 위해 사용하게 유인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먼저 은행이 자체 고정금리 주담대를 공급할 유인을 마련하고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늘려 민간 고정금리 주담대를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으로 건전성 확보에 대한 주문이 늘자 자본 확충·충당금 적립 관련 제도도 정비한다.
이 밖에 이자이익에 치우친 은행의 수익 구조(최근 5년간 총이익의 88%가 이자수익)를 다변화하기 위해 자산관리서비스와 벤처투자를 확대하는 방안도 반영됐다.
금융당국은 지배구조법을 손질해 성과보수 체계에 대한 시장의 견제·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은행의 사회공헌활동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최소이연비율을 40%에서 50%로 올리고 이연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등 이연지급을 확대하고 성과급 조정·환수에 대한 기준을 마련한다.
자율공개 방안을 마련해 임직원의 성과급·희망퇴직금·배당현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공개토록 했다.
다만 비은행권 지급결제나 특화전문은행 등 관심을 모았던 사안에 대해 '검토 추진'과 같은 원론적인 입장을 표하면서 용두사미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화전문은행 도입 계획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SVB 사태 이후 건전성이나 유동성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특화전문은행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가 필요하면 그때 새로운 제도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buil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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