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자동차 트렌드로 부상한 크로스오버
한때는 세단이 승용차의 전부였다. 그리고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시대가 왔고, 지금 도로에는 크로스오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크로스오버는 차세대 트렌드가 될까. 예측하기 전 크로스오버가 무엇인지부터 알고 가자. 일반적으로 크로스오버는 세단의 편안함과 SUV의 실용성을 겸비한 세그먼트를 지칭한다. 생긴 건 SUV와 비슷한데 오프로드보다는 아스팔트에 적합하고, 연비 효율과 승차감이 우선인 차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이건 뭔가 좀 애매하다. 트럭이나 컨버터블처럼 특징을 콕 짚어 명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때론 도심형 SUV로도 불리는데, 어떤 차량을 뜻하는지 머릿속에 그림은 그려지지만 이 또한 크로스오버라는 단어처럼 명료하지는 않다.
인기 상한가 크로스오버
여기서 질문 하나. 왜 크로스오버가 인기일까. 답은 실용성에 있다. 대중은 세단보다 실용적이고 안전하며 인기 있는 차량을 원하는데, 크로스오버가 여기에 부합한다. 투 박스 디자인의 크로스오버는 실내 공간을 더 넓게 사용하길 원하는 소비자에게 이상적인 형태다. 세단에 비해 더 많은 수직 적재공간을 제공하고, 뒷좌석을 접으면 적재공간이 훨씬 넓어진다. 2~3인 가족이나 반려견과 함께 주말을 보내기에 좋은 구성이다. SUV와 비교하면 무게가 가벼워 연비 효율이 좋고, 지상고가 낮아 조향감각과 주행감각이 안정적이다. 타고 내리기 수월하다는 것도 도심 주행에선 장점이다. 고속도로에서는 SUV보다 좀 더 역동적인 주행을 보여주고, 가벼운 오프로드 주행까지 가능하니 다양한 주행 조건에도 부합한다. 핫해치와 비슷한 터보차저 3기통 혹은 4기통 엔진을 얹은 크로스오버도 많다. 힘은 강하고 연비는 효율적인 엔진을 장착한 크로스오버는 환경과 주머니 사정을 만족시킬 것이다. 차체가 SUV보다 낮아 외형도 스포티하게 보인다. 쿠페처럼 날렵한 실루엣을 가진 크로스오버도 많다.
제조사 입장에서 볼 때 크로스오버는 수익성이 큰 상품일까. 기존 세단이나 해치백의 플랫폼과 부품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선 마진율이 좋다. 또 SUV보다 작고 가벼워 제작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합리적인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종합해 제시할 수 있는 '짬짜면' 같은 구성도 만드는 입장에선 구미가 당길 듯하다. 크로스오버는 한 가지 장점이 뾰족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 장점을 두루두루 완만하게 만족한다는 점에서 치열한 자동차 시장에서 안정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환경 문제와 연비 규제에도 더 부합하기에 친환경적인 선택으로서 크로스오버를 생산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같은 크기 세단이나 해치백보다 가격이 조금 비싸다는 점도 기업 입장에선 이득일 테다.
전동화 흐름 주도
제조사들은 앞으로 전기 크로스오버를 더 많이 생산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유는 이렇다. 자동차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데, 내연기관이 아닌 순수 전기 파워트레인으로 처음부터 개발하려면 더 큰 비용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SUV와 크로스오버가 지난 30년 동안 자동차 산업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제조사 라인업에 전기차로 전환할 수 있는 크로스오버 플랫폼이 많아졌다. 예를 들어 메르세데스벤츠 GLB는 서브 콤팩트 크로스오버 라인이었다. 이는 현재 메르세데스벤츠 EQB로 탈바꿈됐다. EQB와 GLB는 크기나 스타일, 기능이 거의 같다. 이처럼 많은 제조사가 기존 크로스오버 라인을 활용해 새로운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
크로스오버는 소비자와 제조사 모두가 원하는 모델일 것이다. 물론 모든 소비자는 아니며, 크로스오버가 과거 세단이나 SUV처럼 도로를 장악할 것이라는 단언도 아니다. 크로스오버 인기가 꾸준히 높아져 뚜렷한 하나의 세그먼트로 정착하리라는 의미다. 크로스오버의 다양한 옵션이 계속되는 한, 전기차 시대에도 크로스오버 인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조진혁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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