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만에 새 시중은행 탄생…대구銀, '전국구 변신' 과점 흔든다

김남이 기자 2023. 7. 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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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31년 만의 시중은행 탄생이 전망된다.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을 준비 중이다. 시중은행 인가는 1992년 평화은행이 마지막이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시중은행을 등장시켜 은행권 과점 체계를 흔들겠다는 전략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은행권에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촉진하겠다"며 "최근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의향을 밝히고 있는데, 전환 신청 시 요건 충족 여부를 신속히 심사해 전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5일 밝혔다.

신규 플레이어 진입은 지난 2월부터 운영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태스크포스)'에서 논의된 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 중 하나다. 5대 시중은행이 과점적 구조에서 지난해 역대 최대 수익을 달성하고, 수익을 성과급과 배당으로 쓰자 '돈잔치' 논란이 일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2월 "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사업"이라며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며 대책 마련을 지시했고, TF는 15차례의 회의 끝에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실질적인 경쟁자를 등장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92년 평화은행 이후 인터넷전문은행을 제외하고는 시중·지방은행의 새로운 인가가 없었다. 김 부위원장은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다면 '30여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 출현', '지방에 본점을 둔 최초의 시중은행'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은행업 경험이 있는 주체가 업무영역·규모 등을 확대하는 것으로 단시일 내에 안정적·실효적 경쟁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소비자에게는 은행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지방은행은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 저리로 신규대출 취급이 가능하다.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에 가장 적합한 지배구조...규모차이로 '과점 해소에 한계' 지적도
대구 소재 DGB금융 본점 /사진제공=DGB금융그룹
1967년 지방은행 최초로 설립된 대구은행은 지방은행 중에서 시중은행 전환이 가장 손쉬운 구조를 갖추고 있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은 지배구조 요건이 다르다. 지분 보유한도가 △비금융주력자는 시중은행 4%, 지방은행 15% △동일인 주식보유한도는 시중은행 10%, 지방은행 15%로 차이가 있다.

대구은행은 DGB금융지주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구조로 DGB금융지주는 지난 3월말 기준 국민연금이 8.78%로 최대주주이고, 이어 OK저축은행(8.00%, 2022년말 기준), 우리사주조합(3.95%, 2022년말 기준)이 주요 주주이다. 비금융주력자가 없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지배구조 이슈를 피해 갈 수 있는 상태다.

한때 최대주주였던 삼성생명은 2019년 보유지분을 3.35%로 낮췄다. 시중은행 전환에 걸리는 것은 없지만 삼성그룹과 연계된다는 점은 고민할 부분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다.

대구은행은 자본금 규모도 6806억원으로 최저자본금 요건(1000억원)을 충족한 상태다. 김 부위원장은 "자본금 조건은 충족하는 상태"라며 "사업계획과 지배구조 이슈를 볼 계획인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신청하면 신속히 심사해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수도권과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 강원 등에서 여수신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구은행의 대출규모는 51조원으로 SC제일은행(45조원) 등 외국계 은행과 비슷하다.

다만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더라도 기존 시중은행과 규모 차이로 과점 해소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히 과점 구성원을 늘리는데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구은행도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금융당국의 내부규정 등에 따라 감독이 더 강화되는 것은 부담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시중은행 플레이어 등장을 위해서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가장 나은 방법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의 영업 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전환이 얼마나 큰 효과를 낼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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