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가 급락에도 수천억원 연봉 챙긴 美 CEO들

지난해 블랙스톤 주가 40%↓…슈워츠먼 회장 3000억원 ‘연봉킹’ 등극
'톱10' 중 6명은 非 S&P 500 기업 경영자…기업규모, CEO 연봉과 무관

(시사저널=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스티븐 슈워츠먼 CEO(최고경영자) 겸 공동창업자(왼쪽) ⓒ 블랙스톤 홈페이지 캡쳐

미국에서 지난해 회사의 주가가 급락했음에도 1000억원이 넘는 거액의 급여를 받아 간 CEO들이 다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 시각) 임원 급여 분석회사인 C-스위트 콤프 자료를 인용, 지난해 가장 많은 급여를 받은 미국의 CEO(최고경영자) 상위 10명 중 6명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대 기업에 속하지 않는 회사의 수장이였다고 보도했다.

초대형 사모펀드 회사인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CEO는 지난해 2억5300만 달러(한화 약 3281억원)를 챙겨 구글 모회사 알파벳을 이끄는 순다르 피차이(2억2600만 달러)를 제치고 '연봉킹'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블랙스톤 주가는 배당금을 포함해도 40%나 급락했다. 그럼에도 공동 창업자인 슈워츠먼 CEO의 급여는 전년 대비 50% 넘게 급증했다.

이에 대해 블랙스톤 측은 슈워츠먼 CEO의 지난해 급여 가운데 30%는 2021년도 투자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라고 밝혔다. 재작년 블랙스톤 주가는 두 배가 증가한 바 있다.

블랙스톤보다 회사 규모가 훨씬 작고 경영 성과도 두드러지지 않았던 회사의 CEO들도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연봉을 받았다. 렌터카 회사 허츠의 스티븐 셰어 CEO는 지난해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포함해 총 1억8200만 달러(한화 약 2361억원)를 지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골드만삭스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셰어는 허츠가 법원의 파산 보호 관리를 졸업한 지 7개월 만인 지난해 2월 CEO로 취임했다. 셰어 취임 후 지난해 허츠의 주가는 22% 하락하며 S&P 500 지수의 전체 하락폭(16%)을 뛰어넘었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20% 반등 중이다.

홈트레이닝 기업인 펠로톤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특수가 끝나면서 지난해 주가가 79% 곤두박질쳤으나, 지난해 2월 취임한 배리 매카시 CEO는 1억6800만 달러(한화 약 2179억원)의 급여를 받았다. 

소셜미디어 핀터레스트의 수장인 빌 레디 CEO는 지난해 1억2300만 달러(한화 약 1595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대부분을 주식으로 지급받는 레디 CEO의 급여는 회사 규모에 비하면 눈에 띄게 많지만, 그나마 지난해 주가가 20% 상승해 다른 회사들보다는 반발을 덜 샀다.

법률회사와 변호사들에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텍사스주 오스틴의 CS디스코사는 키위 카마라 CEO에게 지난해 50만 달러(한화 약 6억4850만원)의 기본 연봉 외에 1억900만 달러(한화 약 1414억원)의 스톡옵션을 제공했다. 회사 시가총액(5억 달러)의 5분의 1 이상을 CEO 연봉으로 준 셈이다. 2021년 7월 상장한 CS디스코 주가는 올해 들어 30% 급등했지만, 이는 지난해 초보다 여전히 75% 이상 급락한 수준이다.